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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r 23. 2020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일'

애매모호하게 떨어진 일은 누가 해야 할까?

 회사일은 대개가 '협업'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있지 않습니다. 내가 담당하는 '이 일'은 다른 부서에서 담당하는 '저 일'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그 부서에서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그에 따른 경영층의 의사결정이 달라지게 됩니다.

어찌 보면, 내가 맡은 일은 회사 전체적으로 보면 작은 일 일 수 있지만, 또 다르게 보면 회사의 모든 일과 연결되어지는 중요한 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회사의 모든 일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마치 살아 숨 쉬는 생명체처럼 시시각각 변합니다. '일'은 살아 있지 않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 인해 '회사'라는 생명체에 숨을 불어넣는 것입니다.


 주간 회의가 월요일 아침마다 열립니다. 주재원 별 본인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의 진행 경과나, 향후 추진해야 할 업무에 대해서 보고합니다. 할 수 있는 한 많은 수의 업무 리스트를 쏟아내려고 모든 주재원들이 안간힘을 씁니다. 본인이 많은 일을 힘겹게 끌고 가고 있음을 어필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상사 입장에서는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잘 실시되고 있는지 점검과 동시에, 누구에게 'ROOM'이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동시다발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본사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나 업무를 발굴하여 실시하려고 하고, 그 업무들의 대부분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세부 계획'을 작성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 작성 주체는 대부분 해외 거점(주재원)이 됩니다. 그럼 그것을 토대로 발전시켜 본사에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을 구체화시킵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무시할 수 없는 '근거'가 되고 그 근거 없는 프로젝트나 업무는 무의미하기 때문에, 본사의 많은 부서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요구합니다. 반대로 현장에 나와 있는 주재원들은 그 요청을 거부할 '근거'가 없습니다. 현장을 제일 잘 아는 조직 내의 '인력'이며, 그것을 하라고 파견되어 '주재'를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재원들은 제각각 소속되어 있던 본사 조직으로부터 수많은 '현장 목소리'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요청은 사내 공문이나, 윗사람의 이메일을 통해 접수되기 때문에, 상사는 이 접수된 요청사항을 고르게 분배해야 하는 고충이 있습니다. 모든 직원에게 똑같이 일을 분배하기란 제가 생각하기에 '물줄기를 똑같이 가르는 일'처럼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일은 고르게 분배될 수도 없고, 아무리 고르게 분배가 되어도 결국 그 일을 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직원'에게 집중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상사의 일 분배 의사 결정은 아래의 순서를 따르기 때문입니다.

 1. 내가 이 일을 시켰을 때 고분고분하게 시키는 대로 하는 직원은 누구인가?
2. 그 직원 중에 그나마 손이 빠르고 센스가 있어서 일을 잘 끝마칠 직원은 누구인가?


  이 두 가지 조건에 부합되는 직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팀 내에 고작 1~2명일 것입니다. 말 그대로 상사에게 태도도 좋으며, 센스 있게 업무를 처리하는 에이스 일 것입니다. 그럼 계속 이 에이스들에게는 큰 업무든 작은 업무든 몰리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식의 일 분배는 에이스가 '열폭'할 때까지 계속 반복됩니다. 에이스도 사람인데 자기만 야근하고 일이 많아지면, 사람인지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에이스가 '열폭'해서 조금이라도 '이제 더 이상 받기가 어렵습니다'라는 부정적인 제스처를 취하면 이제부터 상사는 난쟁이가 됩니다.

 난쟁이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논리로 직원들을 설득하거나 특별한 베네핏을 주어서 직원 스스로 그 일을 낚아채가게 해야 합니다. 회사일은 모든 일 자체로 해야 하는 논리가 있고, 거부할 수 없는 상사의 지시사항이지요. 첫 번째 설득 포인트는 너무 진부하여 오히려 설득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두 번째, 특별한 베네핏을 주어야 할 텐데 이 부분을 상사 입장에서는 조금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베네핏이라고 해서 상사의 쌈지 주머니에서 현금이라도 꺼내서 주어야 할까요? 상사는 더 많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직원을 찾아냅니다. 예를 들면 승진을 눈앞에 둔 승진 대상자라면 아무리 일이 많아도 거부하기 힘들겠지요. 그래서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일' 은 '특별한 베네핏(승진)'을 목전에 둔 직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회사 내에서 '일의 분배'가 되는 과정을 많이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난쟁이가 쏘아 올린 일뿐만 아니라, 옆 난쟁이가 쏘아 올린 일까지 떠맡아 공격수로 활약하다가 여기저기 수비진들에게 쫓기며 망신창이가 되어 나가떨어지기가 일쑤였습니다. 어떤 직원은 골키퍼형인 사람도 있었습니다. 난쟁이가 무엇을 쏘아 올리든 '펑'하고 쳐내기 바쁜 직원들입니다. 이 직원은 '나는 내가 하는 업무만 하겠다. 그 외에 명확하지 않은 업무는 절대 하지 않겠다.'라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는 경우지요. 침묵형도 있습니다. 절대 먼저 나서지 않는 직원입니다. 자신의 의견도 내지 않고, 먼저 하겠다고 손들지 않는 유형입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 유형에 해당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들은 상사가 시키기 전까지 절대 플레이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코치형도 있습니다. 쏘아 올린 '일'에 대해서 배경 설명과 해야 되는 당위성까지 감독(난쟁이) 못지않게 얘기합니다. 언뜻 보면 본인이 할 것처럼 얘기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이니 나서서 해달라고 뻔뻔하게 유도하는 형이지요. 이 사람은 생색은 내고 싶은데 자기는 하기 싫은 목소리만 큰 코치형으로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이방'같은 유형이지요.




 저는 난쟁이가 쏘아 올린 '일'에 대응하는 여러 유형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제가 언급한 유형에 쉽게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자자 그럼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일'에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저는 공격형도 골키퍼형도 침묵형 코치형 모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취사선택형'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가 하는 일의 업무나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달라지곤 합니다. 내가 하는 업무의 40%만 기존의 업무로 남겨놓고 나머지 60%는 새로운 업무에 할당해야 합니다. 매번 하던 대로 하는 기존 업무는 내가 안 해도 누군가가 해도 성과에 별 차이가 없는 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일만 해서는 제대로 나의 가치를 높이기가 힘들어집니다. 난쟁이가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할 '신규 프로젝트'를 쏘아 올리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합니다. 어차피 신규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전문가가 없을 것입니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실제는 아니어도 '전문가'로 사내에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존 업무의 연장선상인 '일'의 경우에는 과감히 침묵을 지키시거나, '펑' 차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일을 도전할 시간과 여유가 생길 테니까요.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직원은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가득한 신규 프로젝트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나는 못한다. 그러니 손들지 말아야지. 하고 기회를 차 버립니다. 그리고 매일 쉽게 할 수 있는 일만 골라하며 나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나는 어떤 유형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일'을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있었는지 말입니다. 그것을 적절히 취사선택하여 기존의 나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사는 여러분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여러분을 달리 대할 것입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마다하지 않는 성장형/도전형 인재가 되어 보십시오.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은데 왜 평범하게 노력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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