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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Feb 19. 2020

외국살면 영어가 무조건 늘어요?

그렇진 않습니다.

1년이 넘게 핀란드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영어 많이 늘겠다"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해외에서 살면 무조건 영어가 늘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1. 동기부여 


핀란드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핀란드어는 거의 하지 못한다. 핀란드인 대부분은 영어를 잘 한다. 친구들과 영어로 이야기한다. 수업을 영어로 듣고 있기 때문에 영어에 노출될 기회가 많다. 


자연스럽게 영어를 잘 하고 싶어진다. 친구들과 소통을 할 때도, 수업을 들을 때도,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시험을 볼 때도 영어를 사용한다. 인간관계부터 성적까지 영어가 압도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친구들과 파티에 함께 가서 모두가 농담하면서 웃는데, 영어를 알아듣지도 못하고 다들 웃기에 따라 웃는 경험을 하고 나면, 영어 공부가 절로 고프다.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하면, 힘이 들 때 포기하기 쉬워진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에 있으면 지금 공부하는 단어나, 지금 읽고 있는 문장이 당장 오늘 저녁에도 쓰일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살아있는 공부를 하게 된다. 


2. 그냥 늘지 않는다. 


글의 서두에서 해외에서 살면 영어가 는다는 것에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했다. 영어를 공부 해야겠다는 마음을 쉽게 먹게되고, 상대적으로 영어를 공부하기 훨씬 쉬운 환경이다. 


그러나 공부하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 해외에 있더라도 홀로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해도 쓰는 단어는 상당히 제한적이고, 들리는 단어 역시 제한적이다. 


영어공부를 하면 영어의 말 그릇이 커진다. 해외에서 생활을 하거나 영어를 직접 사용하면, 그 말 그릇에 달콤한 과일을 담을 수 있다. 그렇기에 아무리 해외에 있어도, 영어공부를 하지 않아서 말 그릇이 작으면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과일은 정해져 있다. 많은 과일을 가져가고 싶어도 더 이상 담기지 않는다. 


3. 그래서 어떻게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필자는 영어가 많이 늘었다. 이제 영어로 구글링을 하거나 의사를 표현하기, 영어 책을 읽는 데에도 큰 지장이 없다. 영어로 최소한의 자기소개와 번역기를 끼고 영어텍스트를 읽었던 재작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영어공부"를 한다는 마음가짐이 적합하지 않다. 영어는 학문이 아니다. 물론, 언어학적인 구조를 익혀가며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원하는 영어는 그것이 아니다. 영어로 듣고,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을 원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영어 그 자체를 공부해서는 안된다. 영어를 학문이 아닌 언어, 도구로 생각하고 접근하자. 


"영어로" 무언가를 공부해야 한다. 물론 기초적인 단어나 문법 공부도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단어와 문법을 안다 한들, 직접 사용해 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영어로 공부해보자. 강연문이나 연설문을 듣고 외워보는 것도 좋고, 좋아하는 스포츠의 기사를 영어로 읽거나 인터뷰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뭐가 되었든 영어로만 해보자.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4. 실천, 영어 들으면서 읽기


여러가지 시도한 방법 중 최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하나 소개하겠다. "책 듣기+읽기"다. 


영어로 책 읽기라니, 너무 어려운 것 아닌가? 이는 한국인에게 지나치게 어려운 일로 느껴진다. 한국어로도 책을 많이 안 읽는데 영어라니? 영어로 기사하나 못 읽는데 책을 읽으라니?


동의한다. 그래도 진정하고 조금만 기다려라. 그래서 책 읽기와 듣기를 함께하는 것이다. 요즘 오디오북이 워낙 잘 되어 있어 거의 모든 책의 오디오 버전을 구할 수 있다. 기계음도 이제 사람의 음성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발달 했고, 그것마저 불편하다면 실제 사람이 읽은 오디오북을 구입하자. 

https://www.audible.com/

아마존의 오디오북 사이트로, 월 10,000원 내외의 금액을 구입하면 한달의 2권이상의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다. 


0) 적절한 책 고르기.


그렇게 영어책과 오디오북을 동시에 구입한 후, 책을 들으면서 읽자. 


이때 중요한 것은 내게 맞는 수준의 영어책을 고르는 것이다. 만약 대부분의 단어를 모르겠다면, 위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한 문장에 모르는 단어가 1개, 혹은 많게는 2개 정도 있을 때 통하는 방법이다. 영어문화권에도 당연히 어린이 동화책이나 청소년/아동을 위한 문학시리즈등이 있다. 이런 책을 보면 생각보다 단어가 쉽다. 그림과 함께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방법이 좋은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1) 집중의 용이성


우리의 뇌는 한번에 여러가지에 집중하지 못한다. 멀티태스킹은 인지의 영역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한가지 내용에 대한 다양한 자극에는 굉장히 잘 집중한다. 


소리만 듣거나, 읽기만 하는 경우에 비해 읽기와 듣기를 같이 하는 경우 그 전달력이 훨씬 높다. 

한번의 행위를 통해 전체 내용을 습득하는 정도.

읽기만 하면 10%의 기억을, 도표나 그림을 보면서 보는 경우 20%의 기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듣고, 읽는 것을 동시에 하는 경우 그 습득도가 훨씬 높다. 책의 내용을 더 효율적으로 습득 할 수 있다.  



2) 모르는 단어 유추 - Ambiguity tolerance (에메모호함 견디기)  


적절한 책을 골랐으면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그냥 무시하고 책의 읽는 속도와 함께 쭉 가는 것이다. 굳이 사전을 찾을 필요 없다. 사전을 찾으면 좋기야 하지만, 너무 느리다. 그 사전 찾을 시간에 그냥 책 읽는게 좋다. 


1)에서 말한대로 내 수준에 적절하게 맞는 영어책을 골랐으면 쭉 영어를 들으면서 읽으면 대강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대강 이 단어의 맥락과 느낌을 어렴풋이 잡을 수 있다. 그 어렴풋함 속에서 이 단어의 뜻을 유추만 하고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에 계속 집중하자. 이 에메모호함을 견디는 능력을 있어 보이는 말로는 Ambiguity tolerance라고 한다. 이를 견디고 계속 읽으면 모르는 단어가 있음에도 책을 꾸준하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그럼 단어나 문법을 따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문장 자체로 단어의 쓰임과 문법의 쓰임을 배울 수 있다. 


3) 쓰여진 단어와 읽히는 소리의 매칭. 


영어를 어려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써져있는 단어와 소리나는 단어가 매치가 안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영어는 같은 알파벳이어도 다양하게 읽힌다. 그래서 듣기/말하기 영어와 읽기/쓰기 영어가 서로 매치가 안되고 따로 노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영어와 소리나는 구조가 전혀 다른 한국인은 가끔 영어 소리를 캐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 때 영어를 읽으면서 들으면 그 단어의 스펠링과 발음이 잘 매칭이된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영어의 모든 영역이 커버되는 것이다. 

 



외국에 있던 한국에 있던 결국 뭘 잘하고 싶으면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가능한 일이다. 영어책을 구해 듣고 읽는 것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분들도 이 방법을 통해 영어 실력을 늘려 해외 친구들과 재미있게 이야기 하는, 영어로 된 기사를 술술 읽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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