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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Jan 29. 2021

서울대 수석의 공부법

6) 고2, 고3, 그리고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학년 2학기가 시작되었다. 학교에 돌아온 다는 모든 것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1학기때까지만 해도 성적과 대학 입시 걱정에 휩싸여 있었던 나는, 비록 그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않았지만, 그동안 보지 못했던 특목고의 장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열정적인 선생님들, 정말 깊이 있는 내용의 수업들, 그리고 깊이 생각하는 것을 유도하는 교육과정이 그것이었다. 방학 때 한 번 깊이 있는 공부를 해 보고 나니 수학을 포함한 모든 수업을 듣는게 너무 재밌어졌다. 토론하고,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도 너무 좋았다. 다행히 학교 분위기가 수업 중 질문을 많이 하는 분위기여서, 궁금한 것들은 바로바로 질문 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물론 시험 공부는 여전히 고통스러웠고 시험 보는 건 무척이나 떨렸다. 시험 기간이 시작되면 시험 기간이 끝나는 날만 기다리는 것 역시 여전했다. 그러나 혼자 공부하는 시간에 나는, 이 시간을 즐기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고, 나만의 작은 학문의 세계에 빠져들어갈 수 있었다.


처참히 망했던 수학 성적은 서서히 회복해 나갔다. 당연히 바로 좋아진건 아니다. 제대로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고, 내 공부 방식 자체가 워낙 느린 방식이다 보니 성적은 천천히 올라갔다. 매주 일요일을 수학 공부에 매진하는 날로 정했다. 그 날 만큼은 내가 여름방학에 한 공부 방식을 온전히 적용시키는 날이었고, 나머지 요일들은 다른 일들에 집중했다. 그렇게 수학 성적은 천천히 오르더니 2학년 중반즈음부터는 전체 1등 혹은 2등만 계속 한걸로 기억한다. 다른 과목들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개별 과목 등수는 대부분 5등 안에 들었고, 전체 등수는 성적표에 나오지 않지만 선생님이 전교 1등이라고 알려 주셨다.


그 이후의 학교 생활은, 물론 자잘한 힘든 일들이 있었지만, 참 괜찮았다. 어릴때부터 치던 기타도 계속 해서 학교 밴드부 부장을 했다. 밴드 공연도 하고, 즐거운 공부도 하고, 이보다 좋을 순 없었다. 사실 고2까지는 미국 학부 유학까지도 준비했다. 그러나 고3때 다시 마음이 바뀌어 국내 대학에 집중하기로 했다. 특목고다 보니 서울대를 그래도 꽤 가는데, 거기서 전교 1등을 했으니 입시는 어렵지 않았다. 수능은 보지 않았고, 수시 지원으로 서울대, 연세대와 고려대 이렇게 세 곳만 썼다. 셋 다 붙었다. 붙은 과는 자유전공학부였다. 말 그대로 학교 입학 후에 학과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학부이다. 대학교에 들어간 다음에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더 천천히 고민하고 싶었다.  


7) 꿈을 향해: 음악과 공학


나는 서울대에 와서도 성적 전체 1등을 여러 번 했다. 사실 이건 큰 자랑거리는 아니다. 사람마다 듣는 수업도 다 다르고, 평가 기준이 교수님마다 다르고, 무엇보다 A+를 받는건 고등학교에서 1등급을 받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더 중요한건 고등학교때보다 더 넓고 깊게 공부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가는 경험이었다. 고등학교까지 쌓은 경험들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렉기타를 치고 영어권 소설을 좋아하며 수학 탐구를 즐기는 사람이 되어 대학교에 들어오니 문과, 이과, 예체능 할 거 없이 모든 수업을 즐기며 들을 수 있었다. 자유전공학부는 나에게 무궁무진한 탐구의 기회를 주었다.


어려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제고는 사실 문이과 구분이 없는 학교다. 거기다 문이과 구분을 하지 않는 자유전공학부에 왔으니 난 더더욱 구분이 없었다. 그러나 자유전공학부는 필수적으로 미적분학을 수강해야 하는데, 이게 문과를 위한 수업과 이과를 위한 수업이 나뉘어 있다. 그래서 자유전공학부에서는 내 구분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고, 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이과에 넣어달라고 했다. 자유전공학부에 붙으니 중학교 때 가고 싶었던 컴퓨터공학과가 생각났고, 또 다른 도전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1학년 1학기가 되었다. 미적분 수업에 들어가니 많은 학생들이 영재고, 과학고 출신이었고, 문과 출신은 나 혼자였다. 그 사이에서 나는 처참히 망했다. 절반도 못 되는 등수를 받았고, 그렇게 처참하지만 당당히 성적표에 C를 찍었다. 고1때처럼, 대1이 되어서도 수학에 처참하게 당하고 나니 참 웃겼다. 여름방학은 우선 신나게 놀고, 2학기때 같은 수업을 다시 수강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공부했다. 고1 여름방학때 했던 공부를 다시 했다. 그리고 나는 수업에서 1등의 성적을 받았다. 물론 이 수업은 2학기때 조금 더 쉬운 수업이긴 하다. 어쨌든 나는 이 기세를 몰아 나는 컴퓨터공학과 전공을 선택했고,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에 의외의 재능을 발견해서 계속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학교를 다니다 군대를 다녀 오고, 영겁의 세월을 보내다 제대도 하고, 1년 더 학교를 다닌 지금의 나는 졸업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중이다. 전공은 결국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선택했다. 하고 싶은 게 참 많고, 내가 잘하는 것들을 다 할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음악과 인공지능을 엮어서 연구해보고 싶기도 하고, 컴퓨터공학에서 배운 것들을 경제학에서 활용하는 연구도 해 보고 싶다. 무엇이 되었든 여러 가지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이 좋다. 대학원을 가고 싶고, 고등학교때 못 이룬 목표를 이루고자 유학을 가려고 한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이야기는 내가 여럿 멘토링 프로그램에 서울대 멘토로 참여하며 조언을 구하는 고등학생이 있을 때마다 입이 닳도록 한 이야기를 정리하여 쓴 것이다. 이 얘기를 들은 누군가는 무엇인가 큰 깨달음을 얻는 것 같기도 했고, 누군가는 전혀 공감이 안된다는 표정으로 이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 글의 서두에서 이야기했지만, 본질에 다가가는 방식은 사람마다 너무 다르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그 길을 걷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전 이야기:

https://brunch.co.kr/@geonahn/255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설형욱 (인스타그램 @stuartsul)




<공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는 좋은 출판사를 만나 책을 계약했습니다. 훨씬 더 다듬어지고, 편집되고 중간 중간 중요한 팁들도 많이 들어가 훨씬 보기 좋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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