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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Feb 06. 2021

서울대생이 알려주는 코로나 시대의 독학 방법

혼자 공부하기 막막한 학생들에게

1) 출발하기


    내가 3년을 보낸 고등학교는 농협과 하나로마트를 지나 논밭이 펼쳐질 때쯤 학교 교문이 보이기 시작하는, 농촌의 기숙학교였다. 치킨이라도 한 마리 먹으려면 이삼십 분을 걸어가야 할 정도였으니 제대로 된 학원 하나 있을 리 없었고 외부의 학습 도움을 받기 어려운 곳이었다. 게다가 그 전에도 나는 주로 독학으로 공부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교 수업과 독학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여러분 중에도 주위 환경에 따라 혼자 공부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요즘 코로나의 영향으로 어쩔 수없이 홀로 스스로 계획을 짜고 스스로를 다스리며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한 학생들도 많다.  또는 본인의 성향 등의 이유로 독학을 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내가 독학을 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공부하는 속도에 딱 맞게 진도와 공부방법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내가 학습하는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학원 등에서 짜 놓은 커리큘럼대로 공부하는 것을 보았을 때 너무 빨라서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반면 독학을 하면 내가 직접 진도를 짜기 때문에 나만의 속도에 맞추어 공부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무언가를 이해했을 때의 성취감이 컸기 때문이다.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들어서 이해할 때보다 혼자서 낑낑대다가 이해했을 때 훨씬 더 기분 좋고 뿌듯했다. 이런 감정이 공부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마지막 이유는 어차피 언젠가 혼자서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다. 지금 주변의 대학생 친구들 중 전공 공부를 할 때 학원을 다니거나 인강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사람은 없다. 더 깊이 공부할수록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독학”이라는 말을 보고 혼자서 책만 보면서 공부하는 것을 상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그런 경우뿐만 아니라 학원을 다니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 등 다른 방법을 택하더라도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다른 사람이 가르쳐 준 내용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그 내용들을 자신 나름의 방법으로 실천한다면 독학으로만 공부하지 않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 혼자 길 찾기


    내가 독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내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공부를 하면서도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되새겨봐야 했고 계획을 짤 때에도 내가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를 이전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야 했다. 그래서 나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구체적으로 인지하는 것이 독학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앞으로 ‘자가진단’이라고 하자. 공부를 할 때 중요한 질문 두 가지를 통해 어떻게 이 과정이 이루어지는지 살펴보자.


(1) 내가 정말 이것을 아는 걸까?

    분명 개념 설명을 읽을 때는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를 풀어보면 틀릴 때가 있다. 그럴 때 답지를 보면 또 이해가 잘 되는데 비슷한 문제를 풀어보면 반복적으로 틀린다. 즉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개념을 적용할 만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경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혼자서 알아내는 것이 힘들었다. 나는 고등학교 1, 2학년 동안에 국어 문학 문제를 풀 때 이러한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문제를 맞혀도 찜찜한 기분이 들고 틀린 문제를 분석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첫째로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내가 정답을 골랐다는 사실이 관련된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였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잘못된 생각으로 문제를 풀었지만 일치하는 답을 얻었거나 다른 보기가 명백하게 오답이라서 정답인 보기에 대한 내용에 확신이 없지만 그것을 고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채점 결과 오답인지 정답인지에 상관없이 정확히 풀지 못한 문제들은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다음 해결해야 하는 것은 내가 이 문제를 정확히 알고 풀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부를 하고 문제를 푸는 동안 나 자신의 느낌을 세세하게 관찰하였다. 순간적으로 “음?” “어?” 하고 막히는 순간이나 “흠…”하면서 고민을 하는 순간을 여러분도 경험한 적이 있을 텐데 그 순간을 지나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한 순간 다음과 같은 것들을 떠올렸다.


- 왜 이런 느낌이 들었을까?
- 이게 얼마나 중요할까?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점인가? 아니면 한 번 쓱 보고 넘어가도 될까?


문제를 풀면서 어떤 지문이 옳은지 아닌지 헷갈리거나 갑자기 무엇인가 옳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 때 처음에는 내가 왜 옳다고 생각했는지 또는 왜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끄집어내는 것이 힘들었다. 그리고 시간도 걸렸다. 하지만 여러 번 반복하여 익숙해지다 보니 더 빨리 그 느낌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나중에 볼 수 있도록 바로 옆 빈 공간에 적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기호를 사용하였다. 내가 사용한 기호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체크: 단순히 내용을 잘못 읽었거나 계산이 많아서 실수할 것 같을 때. 중요성 낮음.

- 세모(△): 반 정도 확신이 있고 나의 사고방식이 올바른 것인지 잘 모르겠을 때. 중요성 보통.

- 네모(□): 세모보다 확신이 조금 더 있고 간단한 것 정도만 확인하면 되는 경우. 중요성 보통.

- 별(☆): 풀이 과정을 전혀 모르겠거나 풀었더라도 확신이 없을 때. 중요성 높음.

- 작은 별: 새롭거나 중요해서 다시 한번 봐야 한다고 생각할 때. 중요성 높음.

- 물음표(?):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 국어나 영어 제시문의 내용을 해석하지 못하거나 개념 설명을 읽을 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사용. 중요성 보통~높음.


이러한 기호들 옆에 단서가 될 만한 단어 몇 개를 적으면 나중에 다시 볼 때 어떤 점 때문에 표시했는지 더 잘 기억할 수 있었다. 또한 시간이 없을 때나 시험 직전에는 중요한 것들(별표나 물음표 친 것들)만 다시 보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표시한 것들을 보면서 반복되는 이유들에 주목했다. 내가 국어 문학 중에서도 약한 분야가 시(詩)여서 시 문제들 중 내가 표시한 문제들을 모아서 보았다. 내가 어떤 보기가 맞다고 생각한 이유, 틀렸다고 생각한 이유와 실제로 그 문제를 맞혔는지 틀렸는지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내가 시를 감상하면서 받은 감정이나 느낌으로 화자의 의도를 추론한 경우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감정을 배제하고 시의 내용이나 표현 방식에 근거해서 사고하려는 시도를 계속하였고 그 결과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정리하면 1.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2. 순간적인 느낌을 구체화하여 기록하고 3. 전체적인 경향을 분석하게 되면 나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피드백이 가능하다.


(2)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나에게 적합한 공부 방법을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가지고 있어야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방법을 찾고자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다. 아마도 어떤 방법이 자신에게 맞을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직접 그 방법으로 한동안 공부를 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공부법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우선 지금 나의 학업 성취도에서 아쉬운 점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앞에 서술했던 자가진단법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여러 가지 부족한 점들을 파악했을 것이다. 이것들을 지금의 공부법을 바꿔서 해결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를 암기할 때 나는 원래 그냥 교재의 순서대로 내용을 찬찬히 읽으면서 외우곤 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영어 선생님께서 부교재로 사용한 단어장이 상당히 어려워서 단어를 외우는 것에 흥미를 잃고 자꾸 기피하게 되었다. 그러한 습관이 다른 단어장을 사용해도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문제를 단순히 단어장의 단어들을 차례대로 외우는 공부법을 바꾸어서 해결하려고 하였다. 공부법을 바꾸기로 결정했다면 어떻게 바꿀지 정할 차례이다. 주위 사람들에게서 조언을 얻거나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등 다양한 방법들을 알아보았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 플래시카드를 사용한다/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하여 수시로 외운다/ 글에서 모르는 단어가 등장하면 그때그때 찾아보며 외운다/ 예문과 함께 외운다/ 접두사, 접미사를 통해서 외운다 등


그다음 내 성격이나 주위 환경을 고려해서 어떤 방법을 시도해볼지 결정했다. 찾은 방법이 내가 개선하고 싶은 점과 관련이 있는지도 살펴보았다. 플래시카드의 경우 단어장에서 뜻을 가리고 외우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내가 기숙학교에 다니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도할 수 없었다. 따라서 남은 세 가지 방법들을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그다음으로 정말 괜찮은 방법인지 테스트해 보았다. 정한 방법들을 시도하면서 자가진단을 하여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내가 시도한 결과 예문과 함께 외우는 방법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고 접두사나 접미사를 공부하며 외우는 것은 오히려 비슷한 접두사를 가진 단어끼리 의미를 혼동하게 되었다. 반면 글에서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 찾아서 외우는 방법은 글을 읽는 도중에 의미가 궁금해지기 때문에 외우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았다. 또한 검색에 시간이 걸리지만 단어장의 모든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는 더 효율적이었다. 그래서 이 방법으로 단어 암기법을 바꾸었고 단어를 외우는 것을 피하지 않게 되었다.


여러분도 자신의 공부법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나 공부법을 바꿔서 성취도를 높이고자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어떤 점이 아쉬운지 살펴보고, 다양한 방법들을 모은 뒤 자신의 성격, 여건 등에 따라서 후보들을 추린 뒤 테스트해 보면 효율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공부법을 너무 자주 바꾸려고 하면 오히려 지금 공부하는 방법이 괜찮은지 알기도 전에 방법이 자꾸 변하게 되고 집중하기 힘들어지므로 그러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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