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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Mar 29. 2021

스타트업에 대한 6가지 오해

아니, 그거 스타트업 아니야.

스타트업의 효능에 관해 얘기해봤으니 효능이 아닌 것에 관해서도 얘기해보자. 스타트업을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자유로운 근무, 수평적인 문화, 네트워킹, 재정적 성공, 꿈의 실현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도 있고, 박봉, 밤낮없이 일하기, 어려운 투자 유치, 쥐꼬리만 한 사용자 수 등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을 것 같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다. 진로를 고민하는 독자의 더 좋은 선택을 위해 스타트업이 받는 오해를 몇 가지 풀어보고자 한다.


오해 1: 스타트업은 돈이 아니라 꿈 때문에 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꿈과 비전은 아주 중요하다. 의외로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때는 비전의 공백이 생각보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가 어려울 때 버티게 해주는 것은 꿈과 비전이다. 그래서 투자자도 팀과 비전을 본다. 그들은 초기 아이템이 언제건 뒤집힐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걸 끝까지 버티고 다음 도전으로 이어서 성공시키는 것이 팀과 그들의 비전이다. 그럼에도 돈이 없다면 그 꿈과 비전의 달성은 소원할 수 밖에 없다.

우리 두 번째 스타트업은 인도 시장을 겨냥했다. 인도는 13억이 넘는 인구,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스마트폰 침투율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스마트폰은 구매 수단, 교통 이용 수단 등에 사용되며 이미 생활 깊숙이 침투했다. 1인당 GDP가 매우 낮은 인도의 많은 저소득 층 사람들이 - 그 수가 엄청 많다 - 열심히 돈을 모아 스마트폰을 사더라도 매월 나가는 통신비는 그들에게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그들이 광고를 소비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그들에게 공유함으로써 그들의 통신 부담을 줄여주고자 했다. 시장을 약간 흔들어 광고의 혜택을 고객에게 공유한 우리 서비스는 많은 사랑을 받으며 급속도로 자라나며 1,000만 사용자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한편 우리의 예상과 달리 저소득층의 소득 성장은 국가의 성장을 빠르게 따라가지 못했다. 광고도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구매력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저소득층에게 보여주는 광고 수익은 예상보다 낮았고, 사용자에게 공유하는 수익을 충당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했다. 꿈이 멋지고 사람들이 그 꿈을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돈이 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었다. (약간 덧붙이자면 우리 팀은 이를 바탕으로 광고 업계를 더욱 깊게 학습할 수 있었고, 현재 해당 꿈의 연장선에서 애드 테크 분야에 혁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꿈과 비전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 둘이 상호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꿈과 돈을 한군데 두고 그 둘을 서로 비교한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다.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포기해야 한다면 - 그런 꿈을 매우 존경하지만 - 그 꿈은 스타트업을 통해서 이뤄야 하는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떤 꿈이 아무리 멋져보여도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으면 그 꿈을 이뤄줄 비즈니스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물론 투자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전략을 택할 수도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수익화가 가능해야 한다. 꿈의 달성을 위해 기업이 필요하다면 기업에 돈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인정하고 함께 추구해야 한다. 멋지게 꿈을 정의하고 추구하되 돈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은 굳이 하지 말자.


오해 2: 스타트업은 근무가 자유로운 것이 장점이다.


나는 해외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 비즈니스를 꿈꿔왔기에 길지는 않지만 뉴욕, 보스턴, 델리, 방글라데시 같은 도시에서 사무실 혹은 코워킹 스페이스를 오며 가며 일해왔다. 가끔은 워킹배케이션(Working Vacation)이랍시고 발리의 코워킹 스페이스, 하와이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하기도 했다. 빅아일랜드에서 피자와 함께 맥주 한잔 기울이며 일하던 경험은 앞으로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일하는 공간의 자유는 내게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공간의 자유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내게 공간의 자유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더 잘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방식이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국가에 가서 일하는 것은 정확하고 빠른 의사 결정과 외부에서는 알지 못하는 통찰을 얻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가끔 있는 워킹배케이션은 번아웃이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리프레시를 하면서도 업무가 늘어지거나 감을 놓치지 않게 도와준다. 지금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실 중 하나는 우리 멤버들이 워킹배케이션 시기에 더 몰입하고 더 많은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돈이 없어서 팀원들 모두 1년에 가까운 시간을 급여도 없이 일하던 시기가 있었다. 사무실 임대할 비용도 없어서 팀원 전부 재택을 하기로 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재택 근무가 그리 특별한 방식은 아니지만, 그때만 해도 재택 근무는 상상하기 어려운 근무 방식이었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일할 수 있는 공간의 자유가 생긴 것이다. 따뜻한 집에서 일하고 싶은 시간에 일하고, 가끔 마음이 끌리면 강릉에 있는 시골집에 가서 바다를 보며 일하기도 하곤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꿈에서 멀리 있는 공간의 자유는 전혀 즐겁지 않았다. 어서 빨리 팀이 한 공간에 모여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었다.


넷플릭스 대표 리드 헤이스팅스는 책 ‘규칙 없음'을 통해 회사에 존재하는 수많은 규칙들이 창의력과 성장을 방해한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근무 시간을 없애고, 휴가 규정을 없애고, 비용 규정을 없앴다. 단, 한 가지 기준을 정의한다: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 그리고 책의 첫 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평범한 성과를 내는 직원은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

자유와 자율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는 배달의 민족 덕분에 8시 1분이 8시가 아닌 것을 알았다. 워라밸과 자유로운 근무 환경이 중요한가?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먼저 생각하자. ‘자유'로워서 스타트업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대충 편하게 일하는 것인지 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 방식대로 일하는 것인지 한번 고민해보자.




<공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는 좋은 출판사를 만나 책을 계약했습니다. 훨씬 더 다듬어지고, 편집되고 중간 중간 중요한 팁들도 많이 들어가 훨씬 보기 좋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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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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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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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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