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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Sep 12. 2021

국제결혼하면불편한 점은 정말로 없나?

국제결혼을 하면 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 중에는 국제결혼을 해서 불편한 점 역시 포함된다. 특별히 국제결혼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1차 방어선에도 굳이 불편한 점에 대해서 듣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가끔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불편한 것이 없어? 


생각을 해보니 당연히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 


1. 사소한 감정과 뉘앙스의 소통의 어려움. 


아내는 핀란드인이고, 나는 한국인이다. 그리고 우리는 영어로 소통한다. 물론 아내가 한국어를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만, 아직 아주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영어는 어쨌거나 분명히 우리의 모국어가 아닌 제2 외국어에 해당한다. 이제 벌써 아내와 만난 지도 2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어 대부분의 경우 의사소통의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묘사할 때 분명히 아쉬움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는 경우 그 일에 대해서 털어놓고, 내가 그 당시에 왜 힘이 들었는지 혹은 어떤 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정확히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치유가 되곤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영어로 그러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내가 느끼는 감정을 뭉뜽그려 annoying, frustrating 정도로 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한국어로는 무려 화가 난다, 속상하다, 울화통이 터졌다, 짜증이 났다, 답답하다, 신경질이 난다, 눈치가 보인다, 불편하다, 불안하다, 꺼림칙하다, 성가시다 를 포함해 상대방에 대해서도 예민하다, 까칠하다, 거칠다, 퉁명스럽다고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상황이 있다. 그러나 영어의 경우 아직도 부족한 나의 영어 어휘능력이 부족한 점, 그리고 언어의 차이로 인해 완벽하게 대응되는 단어를 찾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의 단어 바구니에 있는 가장 적절한 단어로 치환하여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말을 함으로써 치유가 되는 효과가 확실히 적다. 힘든 상황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들어가는 인풋에 비해 치유로서 느껴지는 아웃풋이 적다. 그러다 보니 힘든 상황에서 이야기를 털어놓기보다는 오히려 말 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2. 장인 장모님과의 소통 


나는 핀란드어를 거의 전혀 하지 못한다. 그리고 장인 장모님께서도 영어를 거의 전혀 하지 못하신다. 그러니 슬프게도 장인 장모님과 언어를 통한 유의미한 소통에는 어려움이 많다. 중간에 아내가 통역을 해주는 경우는 물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할 수 있는 소통에는 명확히 한계가 있다. 


결혼을 통해서 새로운 가족이 된 사람들인데 알아가는 데에 큰 걸림돌이 있다. 장인 장모님 집에 방문하여 식사를 할 때는 나 혼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당연히 아쉬움이 많이 느껴진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1. 아내와 소통이 어려운 것이 오직 영어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사실 내 좋지 않은 습관 중 하나다. 힘든 일이 있을 때 나의 힘듦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은 내게 항상 어려운 일이었다. 괜히 쓸데없이 나의 힘듦을 이야기해서 나의 가까운 사람까지 힘들게 하지는 않을지 걱정했었다. 항상 멋지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굳이 나의 아픈 모습 힘듦 모습까지 보여주는 것이 썩 즐겁지 않았다. 


분명히 영어라는 언어로서의 하나의 레이어가 생기긴 했지만, 이는 내가 원래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였다.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아내는 이러한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원래 누군가와 진정한 의미로 소통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이것은 국제결혼이라서 힘들었던 점이라기보다는 그냥 나의 특성 때문에 야기된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되려 나름대로 아내와 속 깊은 이야기를 소통하려고 노력한 결과 나의 영어 말하기와 듣기 능력이 어마어마하게 상승한 순기능이 더 돋보인다. 


2. 장인 장모님과 소통은 원래 어려운 것... 


마침 내가 있는 연구실에 나처럼 국제결혼을 하시고 아내와는 영어로 소통하시는 박사님이 계셨다. 그래서 의사소통이 장인 장모님과 박사님은 잘 되시는지 물어보았다. 당연히 잘 안되고, 자기 역시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곤 한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재미있었던 점은, 연구실에 계신 또 다른 기혼자 선생님께서 함께 공감을 하셨던 것이다. 이분은 한국인 아내와 결혼을 하셨고, 장인 장모님 모두 한국분이시다. 


원래 장인어른이랑은 할 말이 별로 없어~ 우리 집에도 장인어른 한번 오시면 내가 물 떠다 드리고 과일 가져다 드린 다음에 뭐 할 말이 아무것도 없어~ 나도 똑같아~


생각해보면 장인어른은 더더욱 어색하기 쉬운 관계인 것 같다. 아내야 실제로 계속 같이 살고 소통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점점 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장인 장모님의 경우 결혼으로 인해 갑자기 가족이 되어버리기는 했지만 평생을 다르게 살아왔고, 의외로 장인 장모님과 만나서 깊은 대화를 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장인 장모님과 어색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히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언어를 넘어서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분명히 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언제나 매력적인 일 아닌가? 아직 실천은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내겐 핀란드어를 배우고 싶다는 아주 강력한 동기부여는 있다. 언젠가는 꼭 장인 장모님과 핀란드어로 최소한이라도 의사소통을 해보고 싶다. 


결혼을 하면 당연히 어떠한 점에서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평생 다른 나를 주어로 사용하던 두 사람이 갑자기 부부가 되어 내가 아닌 우리로 주어를 사용하는 일이다. 주어가 갑자기 달라지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이 일이 어떻게 쉽겠나. 


그러나 그 일이 과연 국제결혼이라서 생겼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대부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국제결혼이란 것은 생각보다 별로 특별한 것이 없는 일이다. 그저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미래를 약속하고 서로에게 조금씩 맞춰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로 노력하는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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