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한다. 결혼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글을 올렸었다.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아 놀랐다.
많은 관심 중에서도 줌으로 결혼식을 한다는 것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핀란드의 가족들이 한국에 현실적으로 올 수 없는 상황이라, 온라인으로 결혼을 하게 된 것은 사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서 큰 생각 없이 일단 온라인으로 해야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혼을 결심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다니다 보니 주변에서 어떻게 할 계획인지 물어보곤 했다. 주변에선 계속 청첩장을 달라고 했다.
당연하게도, 마땅히 참고할 만한 결혼식이 없었다. 결혼을 꽤 빨리 하는 편이기에 결혼식에 많이 참가해 본 적이 없었고, 더군다나 온라인과 국제결혼을 함께 하는 것을 본적은 더더욱 없었다. 청첩장은 아예 한 번도 받아본 기억이 없었다.
청첩장을 달라는 요구는 많아졌다. 기다리라는 말로만 일관했다. 심지어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알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너무 급하게 결혼을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 마침 평소 즐겨 보던 유 퀴즈의 클립을 통해서 김영미 pd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전쟁 및 분단국가에 가셔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신다는 그 직업적 소명에 울컥할 정도였다.
그러한 김영미 pd님께서 도로라고는 전혀 없는 남수단의 한 마을에서 길을 찾아 헤매고 있을 때 한 주민 분께 이러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당신이 가는 곳이 다 길이다
그래서 김영미 pd님은
내가 왔기 때문에 이게 길이 됐을 수도 있겠구나.
앞으로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그 길을 가도 되겠구나
흘러 가보자.
라고 말씀을 하셨다. 멋진 삶을 사시는 분들의 이야기는 짧고 담담한 말 한마디도 시가 되는 듯하다. 큰 울림을 주는 인터뷰였다. 저분의 직업의식과 멋진 삶에 당장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내가 가는 앞으로의 길에 큰 확신을 주는 인터뷰였다.
내가 가는 길이 이미 남들이 많이 가서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길이 아니면 또 어떤가. 내가 가기에 그 길이 길이 될 수도 있다는 말. 앞으로 내 삶에 깊숙한 곳에 꾹꾹 눌러써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
그래서 우리의 결혼식은 우리 마음대로 해보려 한다. 남들한테 피해를 줄 일도 없고, 우리가 좋자고 하는 것이 결혼인데, 굳이 이런 것 까지 눈치를 봐가며 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청첩장은 웹사이트와 동영상으로 만들었다.
결혼식 진행도 우리가 직접 하고, 결혼식 때 재미있게 게임도 한번 해볼까 싶다. 남들이 안 하는 것이면 어떤가, 우리가 생각하기에 재미있으면 되는 것이지.
앞으로의 내 삶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삶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또 하나의 글을 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