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여행기 2
앞선 글에서 여행의 재미에 대해 썼다. 이제 본격적으로 상하이, 중국에 대한 글을 써보려 한다.
중국은 분명 한국과 가까운 나라다. 일본과 함께 물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한국과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교류가 있었고, 한중일 사람들은 동아시아 사람들로 생긴 것도 거의 구별할 수 없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어릴 적 공부했던 한자들로 쓰여있는 글들은 대략적으로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삼국지와 수호지, 초한지등을 좋아했던 나는 한국 역사 다음으로 중국의 역사를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굉장히 멀게 느껴지는 나라기도 하다. 첫째로, 중국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한국사람은 여전히 비자가 필요하다. 전 세계 가장 많은 나라를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한국인이 가장 가까운 나라인 중국을 방문할 때 비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다. 비자가 필요하다는 이유가 여행을 이렇게 좋아하는 내가 이제야 처음으로 중국 여행을 가게 된 이유다. 상하이의 경우 다른 나라로 환승할 때 상하이를 경유하는 경우, 144시간 동안 비자 없이 여행을 허용해 준다. 나는 이를 이용하여 여행을 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중국은 굉장히 강력한 중앙정부가 사회 질서를 통제하고 정보를 검열하며 시스템을 구축한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한국은 민주주의를 어렵게 쟁취해 내었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큰 가치로 생각한다.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국가를 민주주의라는 렌즈로만 살펴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국은 어쩔 수 없이 현재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다. 워낙 미국과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보니 세상을 보는 렌즈가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맞춰져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서로 무역전쟁이라고 하는 신냉전을 하고 있기에 서로에게 적대적이다. 위 두 가지 이유로 많은 한국 사람들은 중국에 어느 정도 적대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가 아닌 중앙정부의 통제는 무조건 나쁠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세상에 모든 것은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단점을 먼저 살펴보자. 중국은 통제가 강력하다. 중국인터넷을 사용하는 경우 구글,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모두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 글의 발행이 늦어진 이유기도 하며 이 글의 제목에서 중국을 갈라파고스 제도라고 표현한 이유기도 하다. 모든 인터넷의 정보는 중국 정부의 검열을 거친다. 국민 모두가 읽고 듣는 것에 검열이 들어가니 당연히 국민들의 생각이 일원화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가치관과 비판적인 사고를 갖기 어려운 환경이다. 핀란드에서 지낼 때 홍콩에서 많은 시위가 일어났었다. 그때 핀란드에서 만났던 중국인 친구들이 홍콩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너무도 무지한 것에 굉장히 놀랐었던 기억이 난다. 해외에 있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의 기사들을 접할 기회가 있음에도, 어렸을 때부터 중국기사에 익숙했던 친구들이라 중국 중앙정부의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추가로 상하이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상하이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 자동차를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없다고 한다. 우리를 가이드해주었던 조안나에 의하면 모든 번호판은 100,000 (한화 2천만원?!) 위완을 내야 하며, 자동차가 너무 많아 추첨을 통해서 국가에서 통제하는 수만큼 새로운 자동차 번호판을 준다고 한다. 자유를 큰 가치로 두는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정책이다.
하지만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부 때문에 기술적 혁신을 빠른 시간 안에 이루고 국가가 발전할 수 있었다. 지금과 같은 형태가 아니었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빠른 혁신은 어려웠을 것이다. 상하이는 적어도 너무도 편리했다. 상하이 어느 곳을 가던 AliPay라는 앱을 한국 카드와 연동하여 이용하면 QR코드를 통해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모든 대중교통은 물론 택시도 부를 수 있다. 그 어떤 길거리의 노점도 다 마찬가지다. 현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현금을 뽑아갔지만 5일의 여행 내내 현금이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모든 것이 하나로 통일 되어 있으니 앱 하나만 깔면 상하이 전체 모든 서비스를 다 이용할 수 없었다. 여전히 너무도 많은 곳에서 외국은행의 카드가 작동하지 않는 한국에 비해 훨씬 편리한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상하이의 길거리는 깔끔했다. 유럽과 미국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놀랐던 점 중 하나는 생각보다 길거리가 너무 더럽고 정돈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특히 미국의 많은 도시는 굉장히 위험하고 사람들이 통제되어 있지 않다. 총기규제가 스스로를 지킬 “자유”라는 명목하에 허용되어 있고, 길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노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여행을 하기에 별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다. 나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것은 너무 좋지만, 저 사람의 자유가 너무 과하게 보장되어 있는 탓에, 나를 해칠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길거리가 굉장히 깔끔하고 사람들이 규칙을 잘 지킨다는 느낌이 강했다. 모든 사람들이 정해진 장소에 자전거를 깔끔하게 줄을 맞춰 반납하고, 정해진 규칙을 따르니 깔끔하고 오히려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위에서 나왔던 자동차 번호판에 대해서도 색다른 관점이 가능하다. 중국의 정부에서는 대신 전기차의 많은 사용을 위해서 전기차를 구입하는 경우에는 무료로 자동차 번호판을 제공하며, 추첨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길거리를 보면 거의 절반은 전기자동차인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이 좋은 방향이라면 (물론 이 “좋은”이라는 것은 언제나 상대적이기에 항상 조심해야 하지만) 그 방향의 변화는 확실히 빠르게 이룰 수 있다. 또한 우연히 보게 된 상하이 영어 신문에 따르면 상하이가 전 세계 도시 중 로봇과 공장근로자 사이의 비율인 “로봇 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라고 한다. 중국의 AI 기술은 미국과 충분히 경쟁을 할 수준이 된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성장하고 깔끔한 도시를 만드는 것은 분명히 지금과 같은 정치적 형태를 가진 것이 장점으로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미국의 서비스를 중국내부에 막음으로써 오히려 국내 시장의 기업들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나마 한국은 구글에 대항하여 네이버가 있고, 왓츠앱이 아닌 카카오톡을 사용한다. 그러나 많은 국가들은 미국의 큰 자본의 회사들에게 내부 기업들이 살아남지 못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메신저로 왓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사용하고, 검색엔진은 구글을 쓰며, 콘텐츠는 모두 넷플릭스를 본다. 그러나 중국은 위챗을 사용하고, 우버대신 디디를 사용하며 구글 대신 바이두를 사용한다. 빈익빈 부익부의 논리가 너무도 강력한 자본주의 무한 경쟁시장에서는 점점 커지는 미국의 IT기업들의 자국시장 잠식을 막기가 어렵다. 한국 역시도 많은 서비스들이 미국의 서비스들과 경쟁을 어렵게 하고 있다. (물론 그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전 세계 시장에 경쟁력이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알리바바가 전 세계저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던 것에는 분명히 중국정부의 강력한 도움이 크게 공헌했을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 글을 통해서 내가 전달하고 싶은 점은 중국이 잘하고 있다는 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점들을 상하이를 직접 여행하며 알게 되었다.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으며, 그 두 가지 모두에 대해서 가능하다면 경험하고, 생각해 보며 비판적인 사고를 가지는 것이 더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 내가 이 글을 통해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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