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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감성도 옛말이구나

by 이웃집 루시

남편이랑 항상 가보고 싶었던 포장마차가 있었다.

기흥역 맞은편에 있는 천막으로 된 포장마차였다. 같이 대학 다닐 때, 없이 살면서 우동 하나에 소주 한 병 마시던 그때의 추억이 남아 있어서 항상 벼르고 있던 집이었다.


어느 날은 남편이 그랬다


"비가 오면 퇴근하고 여기서 만나."


남편이 나이가 들더니 사람이 참 낭만적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 오늘이 그 비 오는 날이 되었다. 야근각이었지만 날마다 오는 날이 아니어서 톡을 날렸다. 비가 온다고...


그리고 우리는 퇴근 후 포장마차에서 만났다. 그런데 메뉴판을 보니 옛날의 그 포장마차의 감성이 아니었다. 허걱... 우리가 너무 유토피아를 꿈꾸며 살아왔던 걸까.


아 메뉴판엔 없지만 가격들이 꽤 있었다.


메뉴판엔 없지만 동태탕이 20,000원, 두루치기가 28,000원인 걸 보니 세상이 참 많이 바꿨다 싶었다.


한참 고민 뒤에 일단 어묵탕에 닭발을 시켜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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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 남편이 '계란말이 시켜줄까?'라고 했는데 차마 시키질 못했다. 계란말이가 15,000원이었다. 아무리 이모님들이 하시는 장사지만 현금만 받는다는 배짱 장사와 착하지 못한 가격에서 나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포장마차가 아니구나 싶었다. 우리가 거기서 보낸 시간은 즐겁고 행복했지만 다신 그 포장마차는 가지 않을 것 같다. 한번 더 현실을 깨닫는 씁쓸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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