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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 루시 Apr 25. 2023

포장마차 감성도 옛말이구나

남편이랑 항상 가보고 싶었던 포장마차가 있었다. 

기흥역 맞은편에 있는 천막으로 된 포장마차였다. 같이 대학 다닐 때, 없이 살면서 우동 하나에 소주 한 병 마시던 그때의 추억이 남아 있어서 항상 벼르고 있던 집이었다.


어느 날은 남편이 그랬다


"비가 오면 퇴근하고 여기서 만나."


남편이 나이가 들더니 사람이 참 낭만적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 오늘이 그 비 오는 날이 되었다. 야근각이었지만 날마다 오는 날이 아니어서 톡을 날렸다. 비가 온다고...


그리고 우리는 퇴근 후 포장마차에서 만났다. 그런데 메뉴판을 보니 옛날의 그 포장마차의 감성이 아니었다. 허걱... 우리가 너무 유토피아를 꿈꾸며 살아왔던 걸까.


아 메뉴판엔 없지만 가격들이 꽤 있었다.


메뉴판엔 없지만 동태탕이 20,000원, 두루치기가 28,000원인 걸 보니 세상이 참 많이 바꿨다 싶었다.


한참 고민 뒤에 일단 어묵탕에 닭발을 시켜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도중에 남편이 '계란말이 시켜줄까?'라고 했는데 차마 시키질 못했다. 계란말이가 15,000원이었다. 아무리 이모님들이 하시는 장사지만 현금만 받는다는 배짱 장사와 착하지 못한 가격에서 나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포장마차가 아니구나 싶었다. 우리가 거기서 보낸 시간은 즐겁고 행복했지만 다신 그 포장마차는 가지 않을 것 같다. 한번 더 현실을 깨닫는 씁쓸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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