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인생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춘은 짧은데 그 시간 동안 노후를 함께 대비해야 하며 예측 불가로 흘러가는 삶 속에서 수차례 넘어지는 건 당연지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기 위해 실수를 복기하거나 내면적으로 더 성숙해져야만 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인생 그래프 속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는 계속해서 성장하는 또는 성장해야만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반엔 끊임없는 반복이라는 아주 가벼운 듯 하지만 실상은 무거운 노력이 깔려있다. 오늘도 작고 큰 반복으로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과 이 문장을 함께 나누며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생이 잘 풀리지 않아 웅크리고 있었을 때, 나를 가장 위안했던 것은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말들이었다. '사람은 다 각자의 때가 있다', '어떻게 해도 안 되는 시기도 있는 거다' 또는 '주사위는 이미 던져져 있었다' 등등. 그런 문장들을 되뇌다 보면 내게 주어진 반복된 일상을 애써 해내게 되고 아주 가끔씩 숨이 쉬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느낌은 마치 미세먼지가 심한 날, 창문을 살짝 열어 텁텁한 공기라도 들이마시는 것과 같아 썩 상쾌하지는 않다. 그러나 방문을 꼭 닫아두어 답답해진 공기를 참고 참다가, 그래도 환기는 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창문을 연 나의 '행동'에 다시 힘을 얻는다.
인생은 끊임없는 반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를 허리 축에 끼고, 힘든 시기에 바깥 날씨가 어떻든 늘 하던 행동을 해내야 한다. 어쩔 땐 일어나 회사를 가는 것,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것, 밥을 먹는 것 등 아주 당연한 것들마저 발목에 매인 모래주머니처럼 무겁게 느껴지지만 애써 모르는 척 일단 걸어야 한다. 이 시점에는 인생을 겪고서 성숙해진 사람들이 해주는 말들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말들을 계속해서 되뇌어야 한다.
그동안 반복이라는 것은 공부나 연습 등 꾸준함으로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만 어울리는, 그렇게 해야만 가치 있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며 겪고 보니 내가 정의한 반복은 매우 단순하기 그지없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외로워도 일상을 반복하며 별 탈 없이 그 시기를 지나온 것이라든지 몇 달 전 바닥을 찍고 밤마다 울면서 잠들어도 꼬박꼬박 늘 하던 일을 해낸 것이라든지, 그런 류의 반복도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반복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지치지 않고 해내는 것이었다. '온 우주가 돕지 않아도 그래도 하는 것'이었다.
인생은 파도 같아서 한결같이 그 작고 큰 반복의 행위를 해낸 것만으로도 성취라는 단어로 일컬을 수 있는 것이었다.
직장을 다니다 보면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눈앞이 깜깜해질 때가 있다.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그럴 때면 이 고비를 계속해서 넘겨온 부모님이 존경스러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해낸 자의 표본이자 나의 슈퍼우먼, 나의 엄마.
엄마는 지난 세월 어떻게 버텼을까 생각해본다. 새벽 5시 즈음 출근을 하고 늦은 밤 퇴근하는 일상을 수십 년 해온 것, 일주일에 단 한번 쉴 수 있지만 그마저도 망가진 몸을 회복하느라 하루를 다 보낸 것, 일 때문에 하나 둘 약속을 취소하다 보니 어느새 친구들과도 멀어져 있고, 남들이 어디를 다녀왔느니 요즘 어떤 것이 유행이라든지 하는 얘기들과 자신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것 등등. 그녀가 수많은 상황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온 작고 큰 반복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그 반복들은 내가 잘 자랄 수 있게 된, 우리 가족이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근간이 되었다. 나는 오늘의 문장을 이루어낸 엄마가 정말 멋지고 존경스럽다.
인생은 끊임없는 반복이다. 이제는 그 가벼움과 무거움의 진리를 깨달았으므로 지치지 않고 성취해내길 바라며 스스로를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