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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Apr 11. 2024

보고싶은 씩씩에게(32일간의 이별)

세상의 모든 인연이 벚꽃과 같기를...

씩씩아, 잘 지내고 있니?


여기는 이제 완연한 봄이야.

두 눈에 영원히 담아두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꽃들이 지천에 피고 봄바람도 너무 따듯해.

엄마와 네가 자주 산책했던 초안산 공원에도 벚꽃이 얼마나 예쁘게 피었는지 몰라.


울 아가가 있는 곳은 어떠니?

엄마는 네가 있는 그곳이 너무 궁금해. 엄마와 함께 있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지?


지금 돌이켜보면 엄마도, 너도 이별하기 싫은 마음에 서로 놓지 못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붙잡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큼 우리는 너무 사랑했던 거야.


엄마도 몰랐던 엄마의 마음을 너는 이미 알았다는 듯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전력을 다해 하루하루 견디며 생명의 호흡을 이어가 주었어. 그래서 너무 고맙고 미안해.


어젯밤에 엄마 혼자 초안산 공원을 산책하는데 벚꽃 나무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준 우리에게 아쉬움을 남기기 미안하다는 듯 인적없는 밤 시간에 봄바람 친구를 불러와 야리야리한 꽃잎을 우수수 떨구더라고.

때마침 그 길을 지나던 엄마 머리 위로 꽃비가 흩날리는데 그 순간 너무 아름답고 고마워서 살짝 눈물이 났어.


엄마는 가끔씩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해.

어제 엄마에게 아름다운 꽃비를 선사해 준 한밤중 봄바람 손님이 혹시 네가 아닐까?

아름다운 벚꽃을 보며 너를 향한 진한 그리움이 피어나 아프게 삼켜냈던 엄마에게 '엄마, 저 여기 있어요'라고 알려준 거 아닐까 하고.....


그날 밤 엄마는

이렇게 내 인생에 또 한 번의 벚꽃 한 철이 지나가는구나 싶어 살짝 서운했지만 슬프지는 않았어.

왜냐하면, 내년 봄 이맘때 다시 조우하게 될 것을 알기에.....

아무리 아픈 이별도 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딘 후  훗날 다시 만난다는 기약이 있다면 슬프지 않아.

내년 4월에 초안산 공원의 벚꽃은 또 엄마를 반겨줄 거야.

당장 초안산 공원을 지날 때마다 아름다운 벚꽃을 못 본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영원한 이별이 아님을 알기에 웃으며 떠나보낼 수 있어.


하늘 아래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와의 인연이 벚꽃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년 봄 아름다운 벚꽃이 황홀한 꽃잎 우산을 펼치며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것 처럼 너도 언제가 엄마를 꼭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어.

꼭 네 모습이 아니더라도 괜찮아.

어제처럼 봄바람의 모습으로도 좋아.

다시 만날 거라는 기약만 있다면 엄마는 아무리 영겁의 시간도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어.


사랑은 그런 거니까.


사랑한다, 씩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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