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일) 밤 스테로이드와 증량한 진통제 투여 후 씩씩이는 호흡억제 부작용으로 생사의 위기에 놓였었다. 약을 증량한 이유는 4개월 이상 약을 쓰니 내성이 생겨 통증에 더 이상 효과가 없어서였다.
씩씩이에게 처방된 진통제는 트리돌이라는 약으로 마약성진통제인 합성마약에 속하지만 다른 마약성 진통제에 비해 부작용과 의존성이 낮은 편이라 국내에서는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 약은 각종 암 통증이나 수술 후 통증에 사용되는데 씩씩이의 경우 트리돌 외에도 또 다른 진통제를 첨가해 그날 저녁 호흡곤란이 온 듯하다.
암보다 약의 부작용으로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널 뻔한 그날 이후 나는 모든 투약을 중단했다.
그러고 나서 3일간은 호흡이 안정되고 편안해했다.
하지만 그동안 몸에 축적된 약물의 효과가 모두 사라졌는지 6일(수) 밤부터 다시 통증으로 잠 못 이루기 시작했다. 새벽에 기저귀를 갈아주려 일어났는데 캄캄한 방 한쪽 구석에서 우두커니 뜬 눈으로 앉아있는 녀석.
말도 못 하는 녀석이 얼마나 힘들까....
안 되겠다 싶어 어제 다시 동물병원 수의사샘과 상의한 후 스테로이드는 빼고 진통제인 '트리돌'만 주사제로 매일 1회 주사하기로 했다.
트리돌을 먹는 약으로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씩씩이는 음식과 약 등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불가능하다.
어제 오후 트리돌을 맞고 저녁 산책을 했다.
아침에는 통증이 심한지 산책도 거부했었다.
사람도 통증과 함께 하는 삶은 지옥일 텐데....
씩씩이가 무지개다리 건너는 순간까지 통증 없이 편안히 지내다 갔으면 좋겠다.
지금 씩씩이는 사료도 먹지 않는다.
수의사샘은 순대를 먹여보라고 하셨다.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건 몸에 해롭든 해롭지 않든 이제는 조금이라도 먹는 건 뭐라도 먹여보라고 하셨다.
그 길로 분식집으로 달려가 간을 사 왔다. 전에 간을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간을 안 먹으면 순대를 먹이자 했는데 다행히 조금 먹어주었다.
또 마트에서 소고기를 사서 구워줬더니 그것도 조금 먹었다. 그 외 황태포, 각종 강아지 간식, 날 계란, 닭가슴살 등등 돌아가면서 뭐든 먹을 수 있는 건 다 주고 있다.
씩씩 아.
먹어야 산다. 먹어야 이 지독한 암투병기를 버틸 수 있어.
우연히 인터넷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태어나 살다가 병들고 죽는 건 세상의 이치이니 받아들여야 하고, 나보다 먼저 가서 내가 이 존재의 마지막을 지켜줄 수 있음에 감사"하라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