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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Apr 11. 2024

방광암 항암치료를 하지 않은 이유, 또는 못한 이유

씩씩이는 방광암이 거의 확실시된다는 소견 하에 2023년 10월 13일 방광암 수술을 받았어요.


수의사샘은 당시 개복을 하고 방광을 열어보니 암이 생각보다 많이 퍼진 상태여서 소변 배출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제거할 수 있는 부분만 부분적으로 제거했고 완벽한 제거는 어려운 상태였다고 했어요.


7월부터 혈뇨. 빈뇨. 긴박뇨 증상을 보였고 병원에서 초기에는 결석. 방광염. 전립선 비대증을(종양 포함) 우선 의심하고 항생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서 소변검사. 초음파검사. 혈액검사. 카테터 요도 삽입시술까지 3개월여간 치료 및 검사를 해왔으나 빈뇨나 긴박뇨는 잠시 개선되어도 혈뇨 증상만은 지속되었어요.


결국 10월부터 방광종양을 더 많이 의심하게 되었고 수의사샘은 수술을 권했어요.

수술은 종양의 완벽한 제거와 완치의 목적이라기보다 방광암 확진을 위한 조직검사 목적이 더 크다고 했고 이런 이유로 수술이 망설여졌어요.


제가 망설이자 수의사샘은 다른 대안을 제시했어요.

어차피 수술해도 이행상피암은 예후가 좋지 않으니 수술하지 않고 바로 항암요법을 할 수도 있다고 했어요.

저는 씩씩이의 운명을 쥐고 있는 수의사샘 말씀에 집중하며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씩씩이에게 최선인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럽다고 울먹였어요. 이성적 뇌를 풀가동해 씩씩이에게 최선의 치료가 무엇인지 판단하려 했지만 씩씩이와 이별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눈물만 흘렸어요.


제 상태를 눈치챈 수의사샘은 만일 본인이 키우는 강아지였으면 수술을 시켰을 거라고 했고

어떤 결정이 씩씩이에게 가장 좋은 결정일지 알 수 없는 안갯속 상황에서 수의사샘의 그 말을 믿고 수술을 시키기로 결정했어요.


그렇게 힘겹게 수술을 마치고 조직검사 결과만을 초조하게 기다렸어요.

이따 까지만 해도 악성 암이 아닌 순한 암일지도 모른다는 한가닥 희망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10월 23일 나온 조직검사 결과 '이행상피암'이라는 예후가 나쁜 방광암 진단을 받았어요.


수술 후 씩씩이는 항암치료 없이 진통제. 스테로이드 치료만 했어요.


제가 항암치료(방사선 요법. 화학요법)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째, 씩씩이의 나이였어요. 이미 12세 노견으로 암의 진행속도가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와 돌아보니 방광암 수술로 인해 결과적으로 더 빨리 진행이  되었네요. )


둘째, 씩씩이가 항암치료를 견뎌낼 수 있을지 우려되었어요.

인체 사용 약품을 강아지의 체중에 맞게 용량을 줄여서 치료하는데 건장한 성인도 항암치료를 견디는 게 힘들잖아요. 하물며 노견 강아지는 오죽할까요.

(항암치료 자체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도 함께 공격해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모두 감소하면 그에 또 다른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고 약의 독성으로  간. 신장 등 내부 장기도 손상되는데 그럼 손상된 장기 별로 또 치료  시작, 끝없는 악순환 예상)


암 통증에다 항암치료의 고통, 부작용으로 손상된 장기 치료까지ᆢ


결국 저는 씩씩이에게 항암치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병원에서도 씩씩이의 경우 수술 후 암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 어떤 항암치료도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동물병원에서는 아픈 반려견의 남은 생의 삶의 질에 대한 고려보다는 주어진 진료 매뉴얼에 따라 치료를 권할 거예요. 하지만 최종결정은 보호자가 하는거니 최우선은 반려견의 나이와. 현재 건강상태. 삶의 질 등을 먼저 고려해 가장 후회가 적을 최선의 선택을 하시면 될것 같아요.

방광암 수술 후 2일째 씩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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