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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Jun 03. 2024

새롬이의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다.

씩씩이가 떠난 후 편안해진 새롬이의 일상

씩씩이가 떠나고 나서 새롬이는 훨씬 편안해졌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새롬이의 배변 실수도 많이 개선되었다. 씩씩이의 소변 조절이 힘들어지면서 기저귀 교체로 밤잠 설치며 고생했다면 이에 질세라 새롬이는 대변으로 응수하며 사고를 치는 바람에 나는 한겨울 이불 빨래로 몸살을 앓았다.


새롬이는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배변을 잘해오던 녀석이라 산책을 못 나간다 해도 대소변 걱정은 없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바깥에서 배변할 수 있도록 몸이 아픈 지금도 매일 산책을 나가고 있다.

씩씩이가 투병 중에도 하루 1번 새롬이 산책을 건너뛴 적이 없다. 그렇게 밖에서 충분히 대변을 보고 왔음에도 당시 새롬이는 항문을 쥐어 짜내기로 작심이라도 한 듯 배변 패드만 쏙쏙 피해 집안 곳곳에 똥을 싸 놓았다.


이제야 돌아보니 씩씩이가 투병할 때 새롬이도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일단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씩씩이에게 온 가족의 관심이 쏠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새롬이에게 신경을 덜 썼던 것도 사실이다. 또 새롬이는 평소에도 씩씩이를 질투하지 않는 순둥이였고 눈이 안 보이다 보니 씩씩이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더 많이 안아주어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안이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8개월의 투병 기간 동안 새롬이는 혼자만의 세상에서 외롭게 침잠하고 있었다.


더구나 씩씩이가 사료를 먹지 않고 간식으로만 연명하게 되면서 하루종일 집안에서 맛있는 간식 냄새가 풍겨났지만 새롬이는 군침만 삼킬 수밖에 없었다. 새롬이는 척추 디스크로 살이 찌면 위험할 수 있어 간식을 정량만 줄 수 있었다. 식탐 많은 새롬이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심통이 날만한 상황이었다.


특히 새롬이의 배변 실수가 이루어진 주 장소는 딸 방과 거실이었다.

새롬이도 안방은 자기가 잠을 자야 하는 장소이니 만큼 더럽히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어제는 산책을 나가 힘을 주어 대변을 보던 중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대변 위로 주저앉아 버렸다. 

아픈 몸으로 산책을 다니는 것이 기특하고 고맙지만 매년 극명하게 기력이 쇠해가는 새롬이를 볼 때면 머지않아 이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안방에서 잠을 자는 새롬이는 엄마가 퇴근하면 발자국 소리를 알아듣는지, 아니면 엄마의 퇴근 시간에 대한 나름의 개념이 있는지 잠에서 깨어나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가장 먼저 새롬이에게 다가가 8시간 넘게 엄마만 기다리고 있었을 녀석이 짠해 한참을 쓰다듬어 준 후 안아준다.


그런 다음 가장 먼저 새롬이 저녁밥부터 챙겨준다. 새롬이가 밥을 먹는 동안에는 소변으로 젖어있는 배변 배드를 교체해 준다. 배변 패드를 교체하는 몇 초 동안 새롬이는 사료를 순삭 한다. 사료 다음 순서는 간식이다.


간식을 늦게 주면 새롬이는 계속 내 곁을 맴돈다.

실명하면서 간식을 곧바로 입에 넣어 줬지만 얼마 전부터는 노즈워킹도 할 겸(또 새롬이의 치매도 걱정되어) 간식을 거실 한 곳에 뿌려준다. 그럼 새롬이는 연신 코를 킁킁거리며 거실에 뿌려진 간식을 찾아 먹는다.


새롬이가 간식을 먹는 동안 나는 서둘러 저녁을 챙겨 먹는다.

간식까지 다 먹은 새롬이는 이제는 산책을 나가자며 엄마의 저녁 식사가 끝나길 조용히 기다린다.




이렇듯 14년간 나의 퇴근 후 삶은 새롬이에게 온전히 맞추어져 있다. 

새롬이가 떠나고 나면 다시 새로운 일과들로 그 시간이 채워지겠지만 한동안은 텅 빈 시간을 어쩌지 못해 방황할지도 모르겠다.

씩씩이를 떠나보내고 그 빈자리가 너무 크고 허전했지만 그 상실의 시간을 슬픔에만 마냥 빠져있을 여유조차 없었던 것도 바로 새롬이 때문이었다.


이제 새롬이 마저 떠난다면 내 삶을 기쁨과 행복으로 환하게 물들였던 녀석들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허전한 마음을 오랜 시간 다스려야 할 것이다. 사실 강아지가 없는 삶은 어떨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슬프다.

지금도 두 녀석이 복닥거리다 한 녀석이 떠나니 문득문득 밀려오는 그 허전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강아지는 정말 '사랑' 그 자체이다.

한 생명을 책임지며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막중한 의무감을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도 사실은 녀석들이 끊임없이 불어넣어 주는 사랑의 힘 덕분일 게다.  


새롬아.

배냇털을 한 채 4개월에 엄마에게 와 이제는 14살 노견이 되었구나.

지금은 엄마가 만져주는 것도 귀찮아 하지만 예전에는 시도 때도 없이 놀아달라고 엄마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녔는데... 이제야 돌아보니 애교 부리며 엄마와 놀아달라고 귀찮게 따라다니던 그 시절이 너무 그립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엄마가 사랑해 줄게.

사랑해 새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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