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보다 구조로 시작한 실험
"너희 때문에 같이 사는 거야."
어릴 적, 부모님이 다투던 밤.
엄마가 내게 한 말이 계속 마음에 박혀있었다.
부모님의 모습은 사랑은 사라지고, 책임으로 버티는 관계 같았다.
나는 다짐했다.
‘나는 저렇게 살지 않을 거야. 사랑만으로도 충분한 결혼을 할 거야.’
하지만 연애를 할수록 깨달았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관계가 원만히 이어지지 않는다.
몇 번의 이별을 겪으며, 서로의 다름 앞에서 감정은 쉽게 닳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묻기 시작했다.
“결혼은 어떤 사람이랑 해야 할까?”
부모님, 선배들, 먼저 결혼한 사람들에게 물었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해야지." "조건 맞는 사람." "잘 맞는 사람?"
책도 봤다. 결혼, 심리학, 관계에 대한 에세이.
유튜브도 찾아봤다. 결혼 상담가, 부부 관계 등등.
"사랑도 중요하지만, 현실도 봐야 한다." "가치관이 중요하다." "대화가 통해야 한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추상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밥을 먹던 중 문득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 불씨라면, 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키는 방식이 필요한 거 아닐까?'
그렇게 내가 내린 결론. ‘구조’를 만들기.
구조란 단순한 규칙이 아니다.
하루를 어떻게 지낼지,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할지, 신뢰를 어떻게 쌓을지.
관계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감정이 아닌 구조로 접근하는 실험으로 보기로 했다.
감정보다는 약속으로, 낭만보다는 루틴으로.
처음엔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겼다.
"결혼을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하지만 나는 되묻고 싶었다.
"사랑만으로 살아가는 결혼이, 과연 지속 가능할까?"
이건 사랑을 부정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사랑을 오래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에 대한 기록이다.
이 글은 잘 살고 있다는 증명이 아니라,
‘이렇게도 접근해 보세요’라는 제안서에 가깝다.
시행착오 끝에 나를 알고, 관계의 구조를 찾았듯
당신도 당신에게 잘 맞는 구조를 찾았으면 좋겠다.
관계를 새로이 설계하려는 사람,
관계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
나의 방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기를.
이건 그런 사람들을 위한 실험의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