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딱 그만큼만
세상이 보인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3년째 살고 있는 아파트 난간에
빨간 장미가 흐드러진 게
유난히 눈에 들어오길래
이번에 심은 건가 물었더니
남편 말로는 매년 피었다고 한다.
대체 뭐가 그리 바빴을까,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도 살피지 못할 만큼.
식집사가 되고 나서야
우리 집 밖의 정원에도 눈이 가나보다.
가만 보니 울타리 너머 장미의 덩굴에는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있었다.
쭉쭉 잘 타고 올라가 예쁜 꽃을
더 화사하게 피어내라고.
오늘 저녁 집에 돌아오는 길,
그 손길의 주인을 만난 것 같았다.
연석과 울타리 사이
정말 작디작은 공간에 심긴 작은 꽃 몇 송이에
다정하게 물을 주고 계신 경비아저씨였다.
처음 알았다.
경비아저씨들이 입주민들을 위해
손수 식집사 역할도 해주신다는 걸.
무심코 지나가는 많은 것들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다정함이 묻어있을까.
예전의 나처럼 꽃이 그곳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지금의 나처럼 매일매일 그 꽃에 시선을 주며
예쁨을 만끽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예쁨 뒤에 가려진 그 노력이 감사해서
식집사를 자처해주시는 경비아저씨에게
멋진 화단 가꿔주셔서 감사하다고
꼭 아는 체를 해봐야지 싶은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