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집사가 되기 전에는 식물을 선물하는 마음을 잘 알지 못했다. 그저 개업이나 이사 축하를 위해 의례적으로 하는 행위 그 이상 이하로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러던 내가 식물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제법 식물을 다루는 일에도 익숙해져서 분갈이는 물론 번식도 척척(?) 잘 해내고, 번식한 것들은 주변에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어엿한 식집사가 되었다.
가끔 어머님집에 가면 그렇게나 많아 보이던 화분을 둘러보며 건강하게 화초를 가꾸시는 재주를 신기해하던 나였는데, 이젠 어머님이 우리 집에 오시면 제일 먼저 나의 베란다 정원 구경을 하신다. 초록초록한 데서 커피를 마시니 참 맛이 좋다시며 즐기시는 모습은 정원사를 내심 뿌듯하게 만든다.
가끔은 “이거 예쁘다”며 스리슬쩍 흘리고 가시는 어머님의 식물 취향을 기억해 두었다가 번식시켜 키워두고 다시 방문하셨을 때나 시댁에 갈 때 선물로 드리기도 하는데 그 재미가 참 쏠쏠하다.
식물을 선물하는 마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건 내가 식물을 키우며 드는 감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식물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나를 계기로 그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하면서 쉽게 키울 수 있는 아이들로 주변에 하나, 둘씩 선물을 해보는 요즘이다.
가령 결혼 축하 선물로 받아 몇 해째 건강하게 살고 있는 율마를 볼 때마다 나는 그 친구를 떠올리게 되는데 나도 그런 욕심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어제는 오랜만에 회사 동료들을 만나 작은 호야 화분을 선물했다. 나의 어떤 식물 선물에는 누군가로부터 잊히기 싫은 마음도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여러 가지 마음이 담겨있지만 무엇보다 식물과 나무의 그 정직한 싱그러움을 선물하고 싶다.
식물을 돌보듯 각자의 마음도 잘 돌봐주길
아무리 바쁜 일상에도 잠시나마 초록을 눈에 담는 여유를 가지길
묵묵히 살아내는 생명력을 보며 지칠 때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길
앞으로도 초록이들에 마음을 담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