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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닦으며 내 마음도 닦는다

by Slowlifer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제일 먼저

나만의 작은 정원으로 향한다.


이제는 아기도 나의 루틴을 아는지

일어나서 엄마가 안 보이면

배시시 웃으며 베란다를 향해 뛰어온다.


한 손엔 분무기를 들고서

밤새 목마른 친구들은 없는지

무심하게, 그리고 세심하게

하나하나 식물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마음에 여유가 생긴 걸까.


널찍한 몬스테라 이파리에

하얗게 쌓여있는 먼지들이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와

마른 수건을 꺼내 들었다.


분무를 하고

쓱 쓱 먼지를 닦아내 주었다.


별것 아닌 이 행위가

나의 아침에 평온함을 가져다주었다.


마치 내 마음에 묶은 때를

같이 닦아내는 것 같은 기분이었을까

마음이 한층 가벼워짐을 느꼈다.


이제 한층 더 초록빛을 머금고

반짝거릴 수 있겠지 생각하며.




집에 식물을 들인 이후로

사소한 것들에서도 의미를 찾는 법을 배워간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칠 것들도

잠시 멈춰서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에게 의외의 것들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식물들은 마치 내 마음 상태를

투명하게 비춰 보여주는 거울 같기도 하다.


내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는

여기저기 식물에도 상처가 나고

시들시들 그 생기를 감춰버리고,


내 마음에 여유를 품을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초록초록, 반짝반짝한

그 생기를 되찾는다.


식물을 돌보며 생각한다.


이 친구들을 내 마음의 거울삼아

내 마음을 가꾸듯

정성스레 돌봐줘야겠다고.


이 친구들이 시들 거리면

내 마음을 들여다볼 신호라고 생각하기로.


가장 좋은 건

변함없는 싱그러움을 유지할 수 있게

식물도, 나도,

매일매일 들여다보는 것이겠지만


어쩌다 또다시 의도치 않게

길을 잃어버리게 될 때면


나는 식물들 곁으로 돌아가

정성스레 물을 주고, 가지치기를 하고,

잎을 닦아주고, 햇살 좋은 곳에 놓아주며

다시 나를 다독거려 줄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다시 생기를 찾는다는 것도

이 친구들이 알려준 소중한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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