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에 식물들이 자리 잡은 이후
셀프 분갈이 또한 매우 자연스러워졌다.
이런 식물, 저런 식물을 분갈이하다 보면
우리의 삶이 식물에 투영되어 보일 때가 있다.
겉잎과 줄기가 화려하게 뻗어있는데도
막상 식물을 들어내서 보면
겉과 달리 뿌리가 부실한 경우도 있고,
반대로
겉잎과 줄기의 성장이 너무 더딘데도
뿌리는 화분을 가득 채울 만큼
튼실하고 풍성한 경우도 있다.
나는 식물들이 일깨워준 대로
무엇이 되었건
함부로 겉모습만 보고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기로 다짐해 본다.
뿌리가 단단하면
언젠가
그 식물에게 맞는 때만 맞이한다면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푸르름을 가지게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반면 뿌리가 부실하면
화려한 모습도 잠시,
이내 생기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도.
비록 지금 겉모습이 수려하지 않더라도
남몰래 차곡차곡 뿌리를 채워나가는
뿌리가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아무리 주변에서
화려함을 자랑하고 뽐내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내 속도에 맞게, 우직하게
뿌리를 단련시켜
결국은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훌쩍 성장해 있는 나를 발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