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기
오늘 요가원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전 타임 수련을 끝내고 나가시는 분과 마주쳤다.
얼굴이 맑았다.
너무 맑아서 맑다고 얘기를 안할수가 없었다.
“얼굴 너무 맑으신데요!”
수련이 너무 좋았다며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시곤
집으로 향하셨다.
유난히 맑아보였던 이유는
보통은 내가 수련을 끝내는 시간에
그 분이 지칠대로 지친 얼굴로
요가원에 들어오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다.
그냥 정말
퇴근 후 직장인의 얼굴.
나는 이제 내 시간을
내맘대로 쓸 수 있는 신분이 되었다.
하지만 나 역시 얼마전만 해도
퇴근 후 요가원은 꿈도 못꿨던
9-6 직장인이었기에,
그리고 퇴근 후 그 분의 얼굴은
얼마 전 내 얼굴이기도 했기에,
그 하루의 고단함을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결론은,
요가원 들어오기 전과 후의 모습이
마치 다른 사람 같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럴까.
적어도 요가 시작 전과 후의
나는 다른 사람이 맞긴 한데,
나 역시 매일 수련 전 후
다른 사람이 되고 있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 요가원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직장인 페르소나의 무게가 힘겨워
온전한 내가 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닐까.
나 또한 회사를 다니며
하루 중 일부를 온전히 내게 떼어내
나를 돌볼 시간을 주었다면
어떤식으로도 조금은 더 나은 결과가 있었을까.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내게 요가는
알 수 없는 힘으로
내 삶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느낌이라,
힘든 회사일을 마치고 요가원을 찾는
그들도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
어떤식으로든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사람들,
자신에게 시간을 떼놓을 줄 아는 사람들의
그 내면은 참 단단할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그래서 난 요가원 사람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