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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요가일기 30화

요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명상

요가일기

by Slowlifer

요가를 하는 동안 늘 한 가지 생각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게 호흡이든 잡념이든 자세이든 깨달음이든

그 외에 불쑥불쑥 올라오는 감정이든.


그 빼앗긴 마음을 곱씹어보며 차곡차곡

이곳에 요가일기로 남겨왔다.


요가를 하며 이런저런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

한편의 글으로 표현되고 시각화되어 쌓이는 것이

즐거웠고 내심 뿌듯했다.


마치 내가 정말 말 그대로 ‘수련’의 과정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최근 어느 순간부터는

요가를 하는 동안

전과 다르게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떠한 감정도 느낌도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이전에도 요가를 하며

그 순간에 집중하며 비슷한 경험을 하긴 했지만

조금은 다른 이야기였다.


당시엔 아사나(자세)에 집중하느라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잠깐잠깐 멈추었던 데

그쳤다면, 지금은 그냥 ‘무’의 상태에 가깝다.


어색할 정도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과거에 대한 집착도

잘 해내려는 현재에 애씀도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도


없었다.


그냥 나는 그곳에서 요가를 하고 있었다.

그뿐이었다.


매일같이 깨달음을 얻었던 지난날들을 떠올리면

어쩐지 허전함이 따르는 수련이었지만

이내 깨닫는다.


아, 내가 지금 명상의 상태이구나.


나는 지금 평온하고

나는 지금 애쓰지 않아도 지금 ‘여기’에만

오롯이 존재하는구나.


명상을 배우다 보니 여전히 육체의 수련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남아있다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마음수련이 육체수련보다 ‘고귀한 어떤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는 듯 보였고 나는 그것이 불편했다.


나는 요가를 통해 마음을 수련했다.

육체 수련이 마음 수련으로 이어졌다.


절대 몸과 마음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어떤 것이 더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들이 유난히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아마도 과거의 마음이 심하게 요동치던 때에 나는,

그 요동치는 마음을 육체 수련을 통해 다스리는 연습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이내 잠잠해진 마음을 덤덤히 바라보며 무엇이든 영원한 건 없다는 걸 마음속으로 되뇌어본다.


고통도

평온함도


그냥 지금 이 순간 스쳐 지나가는 것일 뿐,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지금을 살기로 마음먹어본다.


이것이 6개월 간 내가 요가 수련을 통해 얻은

어쩌면 인생의 진리이자 큰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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