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황혼 주말 부부

by Slowlifer

부모님 간 사이가 좋지 않던 우리 집과 달리 시부모님은 말 그대로 잉꼬부부시다.


어머님은 그 말에 늘 멋쩍은 듯 “우리 쇼 윈도 부부야”라고 하시지만 난 느낄 수 있다. 두 분 만의 그 끈끈한 사랑과 우정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말이다.


늘 그 화목한 시댁의 분위기에 안정감을 느끼면서 또 묘한 질투를 느꼈고 동시에 아직 완전히 그 속에 들어가지 못한 것 같은 알 수 없는 마음에 자주 외로움을 느끼곤 했다.


그런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언젠가 어머님이 우리에게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너희도 그렇게 잘 살면 돼 “


내가 보기에 완벽해 보였던, 내게는 없던 그 평범함을 지켜낸 분이 직접 우리처럼만 살면 잘 사는 게 맞다고 되짚어 준 것 같은 마음에 안도감을 느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시부모님처럼, 평범하게, 그렇게.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이 얼마나 어렵게 유지되는 것인지를 알기에 나도 그런 평범한 가정을 꿈꾼다.



대부분 나이를 먹으면 여자는 혼자서도 잘 사는데 남자들은 그렇지 못하다고들 한다. 그렇다고 한들 아직

그런 나이가 되지 않은 내게는 별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는데 그 남자가 나의 시아버지가 될 줄은 몰랐다.


나조차 내가 거의 40년 지기 그 끈끈한 사랑과 우정의 방해자가 될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는데 아마 나이 60에 어머님과 주말 부부를 하게 될 거라는 걸 아버님은 더욱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셨을 거다.


어머님이 평일동안 우리 집에 와 아이를 봐주시기로 하며 살면서 단 한 번도 곁에 사람이 없이 혼자여본 적이 없다던 아버님을 혼자 지내게 하는 게 가장 마음에 쓰이는 일이었다. 어머님 또한 가장 걱정이 아버님이라고.


차마 자식의 부탁에 “나 혼자 지내기 싫다. 너희 애는 너희가 키워라.”라고 거절하지 못하신 아버님의 마음을 애써 모른 척해야 했던 날들이었다.


죄송해서 죄송하단 말씀조차 못 드렸고 혼자 쓸쓸하게 지내실 모습을 애써 지우려 노력하며 이 모든 게 아기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겠거니 합리화를 했다.


그렇게 어머님은 일요일 밤에 우리 집으로 오셨고 금요일 저녁엔 집으로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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