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등하원만 도와주시면 돼요

by Slowlifer

사람 마음이 어찌나 간사한지.


처음엔 도와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해 어쩔 줄 몰랐다.


그 감사한 마음을 받고 나서는

욕심이 조금씩 커져갔다.



“어머님, 등하원만 도와주시고

저희 퇴근할 때까지만 놀아주시면 돼요 “

“나머진 저희가 다 할게요”


그랬던 마음이.


아들인 남편이나 며느리인 나나

자식은 자식인가 보다.


“하원해서 목욕은 좀 시켜주시면 좋겠다”

“엄마가 저녁은 가끔 해주면 좋겠다 “


욕심이 점점 커져갔다.



다 내주어도 부족하다 느끼는

부모의 마음을

아이를 낳고서야 감히 짐작을 하지만

아직 그 큰 마음을 모두 이해하기엔

우리는 여전히 철없고 어렸다.


죄송스러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어머님은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자처해 맡아주셨다.


퇴근한 뒤에 허둥지둥

밥 차리고

아기 씻기고 먹이고

한참 늦게나 저녁을 먹게 되는

우리의 일상 속에 함께 계시니

모른 척하기 어려운 마음이셨나 보다.


애초부터 집에 같이 살며

등하원만이라는 말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우리가 퇴근한들

문 닫고 들어가 버리실 수 없고

저녁을 따로 드실 수도 없고

어머님은 퇴근이 없었다.


처음엔 한사코 들어가서 쉬시라

말씀드렸지만

시간이 지나며

우리는 셋이서 저녁 육아를 하고 있었다.



가족이란 게 그런 것 같다.


그 사랑이 돈으로 계산이 어려울뿐더러

받는 만큼만 할 수 없는

드리는 만큼만 요청할 수도 없는 것.


그래서 어렵다.


아마 그래서

시엄마보단 편한 친정엄마랑 그렇게 싸우고,

아마 그래서

가족보다 남한테 맡기는 게 맘 편하다고들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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