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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Mar 31. 2024

책 제목 짓기는 어려워

돈은 없지만 독립은 하고 싶어 탄생기

책 출판을 준비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출판 계약이 확정되고도 나오기까지는 두 달 정도 걸린 거 같은데요, 재밌었던 기억은 제목을 짓는 과정이었습니다.


허세인지 욕심인지 요즘 책 아닌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가 워낙 만화나 웹툰, 라노벨 이런 쪽도 좋아하곤 해서 정말 특이한 제목을 짓고 싶었는데요. 


<고시원생존기>라는 제목은 브런치에는 어울리지만 일반 독자들이 접하기에는 거부감이 드는 제목일 거 같았습니다. 커뮤니티에서 유행했던 게시물인데, 웹툰이나 웹소설 제목을 대화형으로 짓는 게 선택률이 200% 이상 높아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쪽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마도환생기'라는 제목보다는 '주점 점소이인 내가 마도 교주로 환생해 버렸다'라는 클릭률이 높고요

'엘리셔가의 공주'라는 제목보다는 '한국 여고생인 내가 공작가의 공주로 환생해 황실에 팔려간 사건' 이런 제목이 클릭률이 높습니다. 


예전 일본 라노벨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라든가 '역시 내 청춘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라던지. 일본에서 히트 친 제목들을 '여동생과 나만의 하렘' '청춘박살'이런 제목으로 지었다면 지금만큼 뜨지는 못했겠죠. 한국 에세이들이 점점 더 일상적이고 쉬운 제목으로 짓는 것도 비슷한 결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담백하게는 기존 제목대로 가고 싶었지만, 클릭률(구매율)이 좋지 않을 거 같기에 대화형 제목을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기존 제목도 많이 참고했고요.


1. 돈은 없지만 독립은 하고 싶어. 

- 기존 유행했던 도서들에서 사용됐던 00 하지만 00 하고 싶어를 사용

2. 사서 고생하겠습니다

3. 고시원 해방일지

- 1~2년 전에 '나의 해방일지'가 방영해서 차용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책이 나올 때쯤이면 많이 유행이 지났을 거 같네요

4. 나는 고시원에 사는 29살 남자입니다

- 나는 000입니다.라는 제목이 도서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유행하길래 차용. 

5. 나 혼자만 고시원

- 미친 거 같지만 나 혼자만 000이 유행하고 있고, '나 혼자만 레벨업'은 1억 뷰, 애니메이션, 일본 진출 등 파급력이 상당했기에 고려. 하지만 이런 문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난해한 제목일 듯.

6. 1평짜리 고시원에 들어가 버렸다

- 요즘 웹툰, 웹소설 같은 제목. 이런 제목은 자신의 의지나 계획 없이 사건이 진행되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눈길을 끄는 제목일 듯. 하지만 여전히 이런 문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난해해 보임.

7. 불편한 고시원

- '불편한 편의점' 차용. 너무 따라쟁이 같아 보이긴 함. 사람들이 해당 소설의 후속작이라고 생각할 수도?

8. 타인은 지옥인가

- 고시원을 배경으로 하는 스릴러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를 차용. 너무 따라쟁이 같기도 하고 사람들이 해당 웹툰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오해할 수도.

9. 20대 공공기관 정규직인 내가 지금은 30살 고시원 백수?

- 직관적이고 대화형 제목이나 너무 서브컬처적이라 제외.


제목 짓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으나 어떤 걸로 할지가 꽤 고민이었네요. 출판사 쪽에서도 디자인이나 판매량을 고려해야 하니까요. 처음에는 6번 제목에 + 요즘 웹툰 같은 표지로 만들고 싶다고 의견을 전달했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양도 많지 않으니까 일본의 라노벨처럼 가볍게 읽히기를 바랐어요. 하지만 조정 중에 현재의 제목으로 결정됐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주변 반응도 그렇고 출판사의 감이 역시 있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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