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로 돌아갔더니 화장품을 판매합니다
주말동안 게임쇼에 다녀왔습니다. 크게 흥미를 끄는 건 없었는데 딱 하나 재밌던 부스가 있어 소개합니다.
<이세계포션상점>이라는 브랜드고, 이세계의 재료(슬라임, 만드라고라)를 활용해 화장품을 만든다는 컨셉입니다. 사람들이 많길래 뭔가 해서 봤더니 진짜 화장품 브랜드라 놀랐네요.
단연 제일 흥미로운 점은 브랜드명이겠죠. 회빙환 소설, 웹툰도 아니고 화장품은 처음 접합니다. 팔로워 150명 정도 되는 브랜드에서 나름 세계관이나 페이지를 열심히 구축하려고 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두 번째는 서브컬쳐에서의 소구점을 찾은 점입니다. 게임쇼에 가면 게임학원, 작은 게임회사들이 수백 개 있습니다. 닌텐도, 카카오게임즈처럼 몇백명이 들어가도 괜찮을 부스도 있지만 대부분의 부스는 크게 사랑받지 못하고 끝나곤 합니다. 남들처럼 작은 부스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줄을 만들어낸 점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제품을 보여준 펀딩도 와디즈가 아닌 텀블벅이었죠. 둘 다 펀딩 사이트긴 하지만 와디즈가 제품에 기반한다면, 텀블벅은 문학, 굿즈 쪽입니다. 화장품 펀딩도 와디즈에 압도적으로 많죠. 코믹월드, 플레이엑스포 등 게임(서브컬쳐) 관련 전시회는 많으니 독보적인 부스를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브랜드 소개에서도 끝없는 컨텐츠를 엿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기대점은 콜라보가 무궁무진할 거 같습니다. 회빙환류의 판타지 게임, 웹툰, 소설 등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렇게 색다른 굿즈는 없었습니다. 던전에서 밥도 먹고 똥도 싸고 요리도 하고 군대도 회귀하는데 몬스터 화장품이 못 나올 건 없으니까요. <던전속사정>이라는 만화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세계관 바탕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정말 보는 재미가 있을 거 같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을 잡을까가 걱정이긴 합니다. 166%로 100% 이상의 모금은 달성했지만 텀블벅 내 다른 일반 화장품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치입니다. 기초 화장품+신기한 컨셉의 제품의 모금액이 166%인 게 적신호인지 청신호인지 애매합니다.
확장성도 고민이실 거 같습니다. 예전부터 무탠다드는, 무탠다드라는 이름 때문에 중장년층 이상을 못 잡을 거 같다고 예상했는데요. 13~17,000 제품이면 완전 저가는 아닌데 브랜드명이 3040은 쓰기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화알못이라 ml 표기가 제대로 없는데 만원 중반대면 완전 저렴한 편은 아니게 느껴지긴 합니다)
"정관 엄마 옷 어디서 샀어?"
"유니클로야" "무신사 스탠다드야"
"정관 엄마 화장품 어디 거 써?"
"라운드랩 거야" "이세계포션상점이야"
느낌이 다르니까요.
두 번째로, 특이한 컨셉인 만큼, 컨셉을 밀고 가거나 열정적인 팀 소개가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고객은 신규 브랜드의 첫 번째 고객이 되고 싶지 않기에 충분한 리뷰나 창업자의 이야기를 보고 제품(서비스)을 결정하기 떄문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는 좋은 포션 이상의 올바른 포션을 만든다는 슬로건인데요. 포션을 로션으로 바꾸면 큰 소구점이 없어 보입니다. 회원가입은 모험가 등록이라면서 나머지 워딩들은 일반 쇼핑몰이랑 크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아직 오픈전이니까 기다려봐야겠죠? 오프라인에서 만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거 같으니, 온라인에서의 경험을 최대한 몰입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을 거 같습니다.
미친 컨셉의 브랜드명을 지은 만큼, 컨셉도 미치게 잡아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꼬마 마녀의 포션상점 열기 프로젝트" "안녕 난 꼬마마녀 계세이야. 지구라는 행성에서 포션 상점을 열려고 마녀마을에서 왔어. 포션 마스터로 성장하면 다음 모험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같이 모험을 떠나자구" 뭐.. 개소리긴 하지만요.
두 번째는, 프로젝트가 탄생하고 팀이 결성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겁니다. '모티비', '녹기 전에' 등 작은 브랜드지만 급성장한 브랜드 중에는 과정을 공개하며 성장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같이 성장하는 느낌, 투명한 느낌을 받기 떄문입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이세계포션상점이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이런저런 이야기가 마구 상상됐습니다. 화장품을 좋아하는 게이머, 게임을 좋아하는 화장품 업계인. 회빙환이라는 트렌드를 분석하는 팀원들. 홈페이지를 만들기까지의 미팅과정 등. 그 과정들에서 팀원들이 얼마나 재밌게 치열하게 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즐겁습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브랜드를 만나 정리. 조금 더 신뢰가 생기기 전까지 구매는 보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