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와 체험단 그 사이
마케팅 트렌드를 많이 보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언급 안 하는 방법이 있어서 적어본다. 지금도 비슷한 형태로 많이 쓰이긴 하지만 한 단어로 정리해 보겠다.
레퍼럴
사전적 정의는 모르겠고, 쉽게 '쿠팡파트너스' 정도를 떠올리면 되겠다. 블로그들을 보다 보면 가끔 마지막에 쿠팡 파트너스로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누군가의 링크를 보고 들어가 해당 제품(서비스)을 구매하면 어떤 혜택을 받거나, 링크 제공자에게 혜택이 들어가는 구조다. 체험단이라고 하기엔, 체험단은 이미 수익을 받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다르고, 레퍼럴은 수익을 셰어 하는 형태다. 블로거, 리뷰어들을 1인 마케팅 대행사 정도로 이용하는 거다.
이 방법이 쿠팡에서 최초로 사용한 건 아니다. 쿠팡이 제일 유명해서 그렇지 다른 기업에서도 많이 이용했을 거다. 해외에서는 사용자를 초대하면 추가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Dropbox나, 추천하면 여행 크레디트를 제공하는 Airbnb, 무료 크레디트를 주는 Uber의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재밌는 건 언제부턴가 유튜브에 '오늘의집'의 링크도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거다. 관계자에게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콘텐츠 제작자의 수익화 사업을 한다고 듣긴 했는데, 이제는 생활용품 리뷰에서 오늘의집 리뷰를 찾기가 쉬워졌다. 심지어 홈클리닝 서비스에서도 필자 같은 하꼬 블로거에게 제안 메일을 보낸다. 패션, 웹3 위주로 글 작성하기에 관련된 키워드를 쓴 기억도 없는데 무작위로 보낸 듯하다.
이 프로그램을 직접 해보거나 운영해보진 않아서 자세힌 모르겠다. 듣기로는 링크를 1번이라도 클릭하면 이후 24시간 동안의 쿠팡 구매액의 3~5%가 콘텐츠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걸로 알고 있다(오늘의집도 비슷할 거다) 로봇 청소기 100만 원짜리를 하루 10명만 구매해도, 30만 원 이상이 들어오는 거다. 예시로 가져온 유튜버의 로봇 청소기 조회수는 25만. 이중 0.1%만 구매해도 250명. 0.01%만 구매해도 25명이다. 생각보다 수익은 더 클 수 있다.
1. 경로 단축
마케팅에 AARRR이란 게 있다. 관심 유입 유지 구매 리뷰 어쩌고 단계로 구매가 이뤄지고 팬이 된다는 개념인데, 레퍼럴은 그 구조를 단축시킨다. 개나소나 퍼포먼스 마케팅에 돈을 태우니까 비용은 높아지고 효율은 구려졌다. 타겟팅 효율이 떨어지는 데이터에 대한 논의도 한몫한다.
그런데 유명 크리에이터가, 어떤 제품을 리뷰하는 것만으로 앞 두 개 단계를 씹어먹어 버린다. 돈 태워 브랜드 이름 노출시키고, 제품 상세페이지 만들고 생쇼를 해야 고객이 볼까 말까 했던 과정들이다. 좋아하는 크리에이터가 리뷰하는 것만으로 '인지'와 '호감'의 과정을 뛰어넘는다. 사람들이 홈페이지에 들어오게 하는 것만으로 인당 1만 원 넘게 태우는 게 일상이었는데 말이다.
2. 창작자의 수익 극대화
레퍼럴 이전에는 체험단, 리뷰어가 있었다. 다만 이 체험단에는 단점이 두 개 있었다. 첫째. 일회성이라는 것. 물론 서비스를 받았으니 리뷰를 나쁘게 쓰지는 않겠지만 깊은 리뷰가 없었고 유저들도 체험단은 거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둘째. 창작자의 수익이 제한적이라는 것. 일회성으로 체험하고 리뷰만 남기면, 원고료 얼마 받고 끝이다. 제품이 망하든 잘되든 내게 더 돌아오는 것도 없고, 물어줘야 할 것도 없다.
그런데 레퍼럴은 다르다. 내가 혼신의 힘을 다해 리뷰를 남겨서, 100만, 1000만 조회수를 넘기고 5%씩만 들어오면 콘텐츠 1개에 몇백만 원 몇천만 원까지도 벌 수 있다. 게다가 콘텐츠란 영원히 남는 거라 마치 연금처럼 지속적으로 들어온다. 블로거들이 특정 키워드를 장악하면 같은 키워드를 주기적으로 정복하는 것처럼, 유튜버들도 연금을 위해 키워드를 정복하고 있다. 출처로 가져온 유튜버의 영상에는 '역시 로봇청소기는 00' '역시 TV는 00'이라는 댓글이 달린다.
3. 무한의 고리
토스의 세션에서 이승건 대표는 말한다. 바이럴 수치가 1 이상이면 무한으로 영속하는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다고. 물론 현실에 그런 서비스는 없다. 5명 중에 1명(0.2명)만 누군가를 초대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그건 대단한 거라고 한다. 동의한다. 필자도 수십 수백 개의 서비스를 이용해 봤지만 누군가에게 추천한 적은 손에 꼽는다.
지금까지 적었던 내용처럼 콘텐츠 제작자들이 하는 레퍼럴도 있지만, 간단한 레퍼럴도 있다. 친구에게 보내기만 해도, 친구가 클릭만 해도 보상이 들어오는 <애니팡>이다. 이런 간단한 레퍼럴은 0.2명 이상의 바이럴이었을 거고 대한민국 수천만 국민이 애니팡의 이름을 알게 만들었다.
웹 3에서도 레퍼럴은 많다. 서비스로만 굴러가는 산업이라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레퍼럴 구조가 더 활성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갑생성, 거래소 가입 등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허들이 높은 개념과 구조라 더 그랬을 거 같다.
(1) 거래소 가입할 때 콘텐츠 제작자의 링크로 가입하면 얼마
(2) 프로젝트 페이지를 특정 링크를 타고 들어오면 레퍼럴 점수 몇 점
(3) 구매가 발생할 때 특정 링크를 타거나 코드를 입력하면 얼마
이 세 개가 대표적인 웹 3의 레퍼럴이다. 일상에서의 마케팅은 레퍼럴 구조가 없는 경우도 많지만, 웹 3에서는 레퍼럴이 없는 경우 찾기가 더 힘들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팀으로 활동하며 레퍼럴 수익만 얻는 사람도 많다. 유명 유튜버 중에서는 방송에서는 잃거나 따는 모습을 보여주고 뒤로는 레퍼럴 수익을 받는다고 비판받는 사람도 있다.
레퍼럴은 점점 더 확산될 거다.
일단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돈 태워 집행하는 마케팅의 효율은 점점 구려지고 있다. 심지어 필자가 유머 페이지 만들겠다고 오천 원, 만원 돈 태우던 7년 전과 비교해도 안 좋아졌다. 1년 전과만 비교해도 안 좋다. 물론 유저수를 늘려야 하기에 광고를 안 태우고서야 못 배기겠지만,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말한다. 이탈률이 정해져 있다면, 제품을 개선해서 이탈률을 줄여야 서비스가 성장한다고. 이탈률을 개선 못하는데 물만 붓는다면 물은 샐 뿐이다.
두 번째는, 어떻게든 돈 태워서 마케팅한다 해도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거다. 기업 광고로 만든 무언가를 보고 감동받거나 바로 구매로 이어진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 이제 기업은 뻔한 마케팅은 안 되니까 자극적인 후킹으로 승부하려고 한다. '이거 못하면 아이가 망가집니다' '여자들은 모르는 남자들 비밀 ㄷㄷㄷ' '여행 가서 못 하면 바보인 000' '연예인 00도 했다는 000'
그런데, 그런데 사실 이거 너무 물린다. 2010년대 버즈피드 때부터 하던 스타일을 지금도 하고 있고, 몇몇 센스 있던 곳만 하던 거를 이제는 대기업부터 동네 미용실까지 쓰고 있다. 공포와 본능을 자극해 마케팅하는 방식. 언제까지 유효할까? 자극적인 후킹으로 성공하던 퍼포먼스가 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입증됐다고 본다.
출중한 크리에이터가 자기 먹고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만든 콘텐츠 VS 회사에서 잘리든 말든 어차피 자리 보전되는 마케터들이 대행사와 협력해서 만든 콘텐츠.
전자는 게다가 개인이라 이미 신뢰에서 상당 부분 앞서고 있다. 내돈내산 개념이 레퍼럴이라는 구조로 바뀐 거뿐이지만, 수익구조와 단어가 바뀐 것만으로 고객에게 신뢰는 충분히 얻고 있다.
언젠가 레퍼럴이 대중화되어서 모든 산업(의, 식, 주, 식품, 필기구, 가전용품, 아기용품, 스포츠용품)에 적용되면 사람들은 질려버릴 테니까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