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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May 09. 2024

요즘 재밌었던 컨텐츠, 마케팅, 브랜딩 그 무엇

1. 서류검토전 사전 테스트(good)

지원 후 하루 뒤에 문자가 왔다. 


테스트는 흔히 회사들에서 하는 인성검사였는데, 꽤나 고심해서 만든 내용 같았다. 왜냐면 뻔한 내용보다는, '주4일 10시 퇴근'vs'주 5일 6시 퇴근' 이런 세세한 사례를 넣어서 테스트인 걸 알면서도 즐겁게 참여했기 때문이다. 말투나 사례들도 귀여워서 큰 불편함 없이 참여했던 거 같다.


어디서 만든지도 모르는 거지같은 테스트를 보고 왜 떨어졌는지도 모르고 고민하는데, 회사 내부에서 꽤 고심해서 만들었을 이런 귀여운 테스트는 몇 번이고 봐줄 거 같다.


물론 이 뒤에서 대답 하나하나에 점수를 매기고 우열을 가릴 사람들을 생각하면 오싹하지만 뭐 이왕 평가당할 거 기분좋게 평가당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2. 이벤트 당첨 낚시 문자들(bad)

책 홍보를 위해 체험단 서비스를 구매했다. 월 13만원 정도에 무제한 서비스였다. 중간에 '당첨'문자가 왔는데 이런 내용이더라.(좌)


결국 13만원짜리 서비스를 계속 연장하면 1만원을 준다는 건데, 굉장히 아쉬운 처사였다. 

서비스 이용 내내 이거 불편하다 저거 불편하다 쟤는 왜 업로드 안했냐 따졌는데, 구독을 연장하면 준다는 게 아마 고객의 분류를 전혀 안 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불만족한 고객에게 13만원짜리 서비스를 연장하면 1만원 준다는 게 맞는 이벤트인가? 내 이름이 들어가 있어서 굉장한 기대를 하긴 했지만, 이 정도 커스텀은 나도 할 줄 아니 아마 그 기능을 이용해 모든 고객에게 이런 이벤트를 뿌린 게 아닐까 싶다.


<로우로우>의 이벤트 메시지도 아쉬운 사례였다. 오픈 전에는 "하나 더 드려요"라며 기대감을 뻠삥시켜놓고는 클릭하니 '리뷰 작성자 중 3명만 추첨해' 하나 더 드린단다. 아마 마케팅 담당자는 저 '하나 더 드려요'를 딱 맞춰서 넣기 위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몇 번은 실험했을 거다. 나도 안다. 나 같은 중생들의 클릭을 기다리면서 급등한 클릭률에 헤롱헤롱했을지도 모른다. 결과는? 좋아하는 브랜드라 광고라도 즐겁게 받아보던 메시지를 차단했다. 속은 기분이었고, 예전에 좋아했던 이벤트와 무드들과 결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디든지 트래블웨어라면서 캠핑카를 태워주고, 고객 한 명의 요구를 위해 가방을 만들고 이름을 붙이던 진정성은 어디로 갔는가? 가지고 있는 로우로우 가방'들'과 캐리어를 가지고 있는게 부끄러울 정도였다.



3. 한명에게 몰아주는 3억원 이벤트


코인원 거래소에서 위믹스를 거래하면, 그 횟수만큼 3억원을 받을 수 있는 응모권을 준다고 했다. 지금은 안보이는데, 당시 페이지에서는 이 확률이 복권 1등보다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지표가 있었다. 로또 1등보다 확률이 8배 높은데 돈은 안 드니 참여하라는 뭐 그런 의도였을 거다. 회의적인 나도 감탄할 정도로 아주 현명했고, 아마 이 이벤트만 참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딸깍 이벤트 참여를 위해 몇십만명의 유저 유입과 거기서 얻은 수수료를 생각하면 코인원에게도 아쉬운 장사는 아니었을 거다. 예전 29cm의 차량증정 이벤트가 떠오르는 이벤트였다.  


4. 녹취록, CCTV 컨셉

더현대에 갔는데 꽃집이 있었다. 춤추는 꽃집이 아니라고 뭐라 적혀있던데 뭔가 했다. 그 가게가 꽃집에서 춤추면 꽃 주는 이벤트로 유명해졌다는 걸 한 3일 뒤에 알았다. CCTV로 찍힌, 뜬금없이 꽃집에 들어와 춤을 추는 영상은 충분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만 했었다. 이외에도 고깃집에서 하거나 하는 시리즈가 이어졌다.


또 재밌는 건 녹음, 녹취컨셉이다. 귀여운 애니메이션에 평소 대화를 넣는 형태인데 부부의 대화를 담기도 하고, 아이와의 대화를 담기도 한다. 부부의 대화보다는 아이와의 대화가 조카와 놀아줬을 때가 생각나 공감돼서 가져왔다.

예전에는 방송국이나 쓰던, 혹은 방송국에 준하던 사람들이 쓰던 소재가 이제는 제품과 기술의 발달로 누구서나 쓸 수 있게 됐다. 요즘 사람들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기 위해 CCTV를 설치한다.


여전히 마케팅, 컨텐츠, 브랜딩의 한끝은 진심인 거 같은지다. 

자기 회사에 들어올 사람을 얼마나 진심으로 잘 걸러내고 싶은지

진심처럼 보일 정도로 얼마나 화끈한 이벤트를 하는지

진짜처럼 보이는(CCTV, 녹음) 컨텐츠를 만드는지


충추맨은 1년 예산이 프로그램 구독비 62만원이라고 했다. 지자체나 정부기관 중에선 몇 억을 썼지만 그의 성과에 1/10000도 못한 곳이 많다. 왜냐고 묻는다면, 다들 적당히 때깔 좋고 혼나지 않을 정도로 만들기 때문이다. 정보성 컨텐츠 7, 바이럴 컨텐츠 3이라는 법칙이 남의 돈을 가지고 하는 곳에선 통하지 않는다. 담당자들도 조직의 성장보다는 자신의 안위가 중요하다. 만약 컨텐츠 제작과 홍보에 성과급 300% 500%가 걸려있었다면 그들도 이렇게 일하지는 않을 거다. 홍보맨처럼 하지 못해 안달이었을걸?


적당히 잘 남들 같은 컨텐츠를 만들기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에서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이런 마음이 그들이 만든 컨텐츠에서도 전해진다. 아 여기는 뭐 보는 사람 배려 없이 그냥 자기들 할 말 하는구나. 그들의 컨텐츠는 조회수도 엉망이지만, 시청지속시간은 더 엉망일 거다. 좋아요나 공유따위의 수치는 더 엉망이고. 조직 구성원들도 보지 않는 컨텐츠를 만들며 사는 것. 그건 진짜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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