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야말로 가치 창조니까
웹3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가장 핫한 트렌드인 CRM, 커뮤니티라는 키워드를 제일 잘 활용하는 업계가 아닐까 해서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업계가 흥미로운 이유는 폭발적인 가치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상한 원숭이 그림 그려진 게 몇 억이라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그것보다 미적으로 아름다운 그림은 미술 전공자라면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술작품은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그걸 가치 있다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론사, 홍보팀, 인테리어 등 실물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무언가 알리고 컨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했습니다.성과가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고 시켜서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혼자서 작게 무언가 해보다 시키는 거나 잘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일이든 100배, 1000배 이상 성장하고 개선시키는 일은 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엔 웹3 업계에서도 NFT와 커뮤니티를 만들던 BAYC의 인터뷰를 들어보겠습니다.
1. 유가랩스는 크립토펑크, BAYC 등의 네임드 NFT를 만들었던 회사입니다. 2022년에 5,500억원의 투자를 받아 당시 기업가치가 5조 정도 였습니다. 왜 수많은 NFT에서 이들만 네임드가 됐냐고 하면..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창업자들이 원래 네임밸류였다거나, 인플루언서였던 건 아닌 거 같습니다.
2. 다만 이들의 방향이나 정책이 이들의 성공 요인 중 하나였음은 알 거 같았습니다. 초기(2017년)의 NFT는 정말 별 거 없었습니다. 초기 컬렉션인 크립토펑크도 어떤 메리트가 있는 게 아닌 그저 소장품 정도였습니다. 아마 소장자끼리는 약간의 유대감이 있었을 수도 있겠네요.
3. 성장은 커뮤니티를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홀더돌은 배타성과 수익 전부를 챙길 수 있었죠. 홀더만 입장할 수 있는 디스코드가 생겼고, 전세계 홀더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오프라인에선 요트파티도 개최됐고 NFT에 대한 상업적 권리도 홀더에게 주어 무한대로 확장할 여지도 생겼습니다.
제가 홀더라면 프린트를 찍어 티셔츠도 팔고, 맥주도 팔고, 슈프림 스티커를 아무데나 붙여 프리미엄화하는 것처럼 아무거나 찍어내서 수익화를 할 수 있었죠. 심지어 BAYC 소개팅 앱도 있었습니다.
4. 위의 영상에서 몇 가지 재미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재밌었던 예전 인터넷 세상을 되돌리는 것.
전화선 꼽아서 인터넷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기억속 인터넷은 메이플스토리 등 1세대 게임과 몇몇 플래시게임이라 그 시절을 모르겠지만 분명 지금 같은 편리함은 아니었을 겁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예약, 전화, 게임, 메시지, 투자 등 모든 게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예전만큼 재밌지는 않을 겁니다. 2040은 굳이 지금의 메이플스토리를 두고 메이플랜드를 찾아 떠납니다. 그 불편하고 지루했던 시절로 떠납니다. 더 불편하지만 더 재밌으니까요. 채팅이나 픽셀게임이 전부이던 시대는 어땠을까요. 저는 지루할 거 같지만, 그 시대의 그 경험은 재밌었을 겁니다. 지금은 너무 빠르고 너무 화려하고 여러 광고가 뜨는 시대입니다. 그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채팅하고 놀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는 말은 초창기 너드들을 자극하기 충분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우리가 없어도 돌아가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
아마 지금 당장 창업자가 죽어도 이 커뮤니티는 오래 유지될 겁니다. 이미 전세계에는 여러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거기서 운영자가 있어 활발한 커뮤니티는 거의 없습니다. 만약 있다면 그건 커뮤니티라기보다는 한 두명의 관리자와 운영자가 있는 채팅방이라고 하는 게 맞겠죠. 컨텐츠 생산자와 소비자가 구분 없이 자기의 의견을 내고 불규칙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게 커뮤니티라고 생각합니다.
유현준 교수님은 지금의 학교 건축은 너무 중앙집권적이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학교를 새롭게 혁신적으로 만들려고 해도 기존 공고화된 위원회와 건축사들이 반대한다고 합니다. 4차 5차 산업혁명, AI와 창의를 외치는 시대에 창의력은 중요합니다. 창의력을 키워주는 천장 높이는 3m 이상입니다. 한국의 천장은 2.6m로 고정되어있습니다. 복도는 무조건 아이들이 뛰어노니까 길게 만듭니다. 교무실은 1층에 있습니다. 학생들이 밖에 나가는 걸 고려하지 않은 이미 중앙집권화된 조직에서 확정한 기준입니다. 유아들이 먹을 음식을 고를 수 없듯, 학생들도 자신이 살 곳을 자신들이 결정할 권리가 없습니다.
커뮤니티는 각각의 개인의 능력과 발언을 한계까지 가능하도록 합니다. 수많은 직장의 사건사고는 블라인드가 아니었다면 공론화되지 못했을 겁니다. 유튜브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학폭 피해자를 고발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을 겁니다. 이미 세상에는 전쟁, 북한, 투자, 물가 등 범국민적인 이슈가 많아 개개인의 의견을 들어줄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개인은 커뮤니티에서 몇몇 과격한 발언이나 행동으로 발현되기도 하지만 저는 이 또한 딸려오는 필수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앙집권은 강력하고 질서정연하지만 돌발환경 대처나 개선이 아닌 개혁을 이룰 순 없습니다.
마음 맞는 사람 한 두명이라도 어울릴 수 있는 곳. 커뮤니티는 오히려 지금의 초연결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커뮤니티 마케팅을 외치는 거구요. 스티브잡스가 죽어도 우리가 애플을 쓰는 것처럼, 팀쿡이 죽어도 우리는 애플을 쓸 겁니다. 하워드 슐츠가 나가고 CEO가 계속 바뀌어도 우리는 스타벅스를 마십니다. 브랜드를 넘어서 하나의 커뮤니티가 됐기 때문일 겁니다.
끊임없는 확산과 놀이
BACY BAKC MAYC등 자기들끼리 원숭이, 개, 땅을 만들어서 팔고 나눠줍니다. 계속해서 즐길 거리를 나눠줍니다. 확산과 놀이는 커뮤니티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간을 움직이는 게 감정이라면, 소속감과 즐거움은 행동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치의 잔당을 인터뷰할 때도, 그들은 자신들을 움직이는 게 사상이 아니라 옆의 동료라고 했습니다. 처음에야 나치즘에 빠지고 히틀러가 무서워 나섰지만 나중에는 옆집 하워드가 총에 맞고 그러니 더 광적으로 전투에 임한 겁니다. 재밌는 커뮤니티도 만들어졌겠다 거기에다 갖고 놀 수 있는 원숭이, 강아지, 클럽, 맥주, 요트, 소개팅앱까지 있으니 이 커뮤니티가 안 흥할리 없습니다. 처음에는 의아해했던 사람들도 궁금해집니다.'저러다 BAYC집, BAYC폰, BAYC 차까지 나오는 거 아니야?'. 아 그래도 약간 의문입니다. 복붙할 수 있는 이미지가 억단위라니. 일반인에겐 큰 돈이지만 NBA스타, 할리우드 배우들은 껌값이니 신나서 한 두개쯤 사서 트위터 프로필을 바꿉니다. 이제 우리 커뮤니티에는 너드뿐만 아니라 NBA 선수, 할리우드 배우까지 있습니다. 잘하면 다음 파티에선 스테픈 커리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에 BAYC 별장이 생긴다면 우리 앞집은 살라메 같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소개팅 앱에는 줄리안 로버츠 같은 사람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건 상상이지만, 지금까지 벌인 일들도 초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커뮤니티는 재밌습니다. 그래서 자극적이고 중독됩니다. 익명성, 소속감, 이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새로운 게 나올지 궁금한 도파민 분비. 같은 생각, 같은 소비를 하는 사람들간의 유대감.
이 데이터 쪼가리가 몇 억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충 설명이 됐을 거 같습니다. 이 데이터 쪼가리 회사를 저는 디즈니, 블리자드, JYP랑 같은 계열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체가 없고 만져볼 수도 없지만 우리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포켓몬 같은 느낌일까요. 실제로 유가랩스의 창업자는 블리자드의 전 CEO를 다음 후계자로 고려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나도 내일이면 만들 수 있는 이미지 쪼가리가 몇억, 몇십억이 되는 업계. 그만한 즐거움과 가치를 주도록 설계되는 과정. 1년 사이에 100배 1000배 성장한 NFT(저는 회원권 정도라 생각합니다) 분명 현대 마케팅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