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존재의 문법과 되어감의 문법

카를로 로벨리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by 랩기표 labkypy

1. 성공은 항상 그렇듯 단명할 운명에 있다. 위대한 성공조차도 그렇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에 중력장 방정식을 썼는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16년, 이 방정식이 공간과 시간의 본성에 대한 최종적인 설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양자역학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중력장도 다른 모든 사물들처럼 양자적 특성을 가져야 한다.

2. 모든 과학적 진보는, 세상을 읽는 최고의 문법이 영속성이 아닌 변화의 문법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존재의 문법이 아니라 되어감의 문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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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과학은 시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스티븐 호킹과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가 함께 끈 이론에 대해서 설명했던 책 <위대한 설계>부터 프리초바 카프라의 책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까지 그동안 읽었던 과학 저서 들은 다분히 철학적이고 시적인 언어를 쓰고 있었다. 세상을 이해하고자 했던 과학과 존재의 의미를 찾는 철학은 상상하고 사유한다는 것에서 그 출발은 같다. 상상하고 사유하고 관찰하고 정의하고 시도하고 증명하는 일련의 과정 또한 예술적이다. 창의하는 작업에 쓰이는 언어와 수단이 다를 뿐 그 모두에서 예술적인 경지를 느끼게 된다. 이 모든 창의적 활동은 시처럼 우리 시야와 생각 너머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일이다. 자아와 세상을 이해 보고자 떠나는 여행 같다는 생각도 든다.

책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에서 발췌한 앞의 문장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엔트로피와 우리 삶에 대한 관계다.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설명이 많다. 하지만 여기 오늘의 문장에서 다루고 싶은 것은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해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해체가 가능하다는 것은 절대 불변한 것은 없다는 의미이고 곧 이것은 익숙한 것에서 낯선 것을 찾아내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방증이다. 이는 다시 내가 좋아하는 예술적 작업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나는 또한 어떤 분야든지 성공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의적이고 부질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한다. 보통의 성공이란 특정한 상황과 관계를 통해서 정의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황이 변하거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면 그 방정식은 퇴색되고 만다. 그래서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은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며칠 전 새로 오신 해외 변호사님의 조촐한 환영회 자리가 있었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좋아해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번째로 규모가 큰 MLB 에이전시 회사에서 일을 했었다고 했다. 추신수와 박찬호의 이야기. 한 신문사에 야구 칼럼을 연재하며 겪었던 업계에 대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고 “꿈을 이루면 참으로 허무합니다”는 말로 끝맺으며 왜 우리 회사에 오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동경했던 삶을 살게 되었지만, 현실은 그와 달랐다는 흔하지만 마주하기 힘든 이야기였다.


우리의 삶은 이상보다 현실적인 제약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성공이라는 것은 결국 변화하고 나아가는 과정에서 그 의미가 더욱 돋보일 수 있다. 그것은 나의 도착점이 아니라 겨우 한 발 내밀게 된 것이라는 안도감과 성취감이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에 이어 “저는 사실 꿈이라는 것이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게 되면 허무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높은 이상도 좋은 것 같고, 제일 좋은 것은 추상적인 삶의 가치와 형태인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말 자체가 추상적이라 다소 애매할 수도 있겠다. 행복을 위해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달성하며 살아가라는 조언 또한 많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우리가 알고 지내는 것, 성공을 포함하여 세상 모든 것은 카드로 겨우 세워둔 집 같은 것이다. 갑자기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면서 우리는 몰랐던 세계를 접하게 되고 그에 따라 삶이 획기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런 세상 속의 미약한 존재로서 유연하게 성장하며 끝이 아닌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상상하며 새로운 발견에 감격하는 여행자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 되짚어 본다.

진짜 여행자는 가방에 무엇을 넣고 어디를 갈까라는 생각보다 나는 왜 떠나가는가에 대해서 먼저 묻는다.


©️key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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