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야쿠자와 가족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넷플릭스 제공
우리는 상황에 맞게 연극을 하고 있다. 진짜라는 가짜의 허울 속에서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것들을 찾아서 방황한다. 만족스러운 삶을 꾸리기 위해서 마땅히 감수해야 할 것들에 복종하고 스스로 모습을 변화시킨다. 그렇게 우리는 어렵사리 변해서 원하는 것을 얻는다.
목적한 바를 이루는 것을 성공이라고 한다. 성공한 삶은 쉽게 벗을 수 없는 가면을 쓰고 있는 것과 같다. 가짜는 진짜가 된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스스로 자신을 믿어야 된다. 그 믿음의 행보는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깊은 수렁으로 향하게 된다.
문제는 가짜는 항상 진짜를 찾아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 진짜가 정말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진짜처럼 보였던 가짜를 두고 가짜가 분명하다는 생각으로 말미암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벗어나려고 발버둥 친다.
겐지는 불량배였다. 마약으로 죽은 야쿠자 자식인 그에게 폭력은 일상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비처럼 폭력으로 겨우 숨을 쉬었다. 들숨과 날숨처럼 주먹과 발을 내지르며 삶을 어둠 속으로 몰아넣었다.
어느 날 겐지와 그의 친구들은 차에서 거래를 원하는 마약 판매상을 털어 돈을 챙기고 안에 들어 있는 마약을 바다에 버린다. 야쿠자 조직은 그들을 가만두지 않았다. 겐지와 그의 친구들은 야쿠자에게 잡혔고 무자비하게 구타당한다. 부은 얼굴에 피가 얼룩진 그들은 그들이 버린 마약처럼 바다에 던져지기 직전까지 간다. 하지만, 겐지와 친구들은 살아남는다. 겐지의 주머니에서 상대편 조직 두목의 명함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 겐지는 자주 가는 식당에서 야쿠자 두목이 습격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겐지는 칼로 야쿠자 두목을 찌르려는 사람의 뒤통수를 내려친다. 누군가를 살리겠다는 목적 따위는 아니었다. 그저 들숨과 날숨 같은 폭력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을 뿐이다. 그 일로 두목은 야쿠자의 아들인 겐지를 야쿠자의 길로 들인다. 하지만 겐지는 아버지와 다르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그 제안을 거절했었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을 끌어내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야쿠자 세계로의 초대권 같은 명함 한 장이었다.
겐지는 야쿠자가 된다. 야쿠자가 된 겐지는 성공한다. 철없이 거칠고 불만이 가득했던 겐지는 차분하고 무겁게 내려앉은 모습으로 검은 정장을 입고 다녔다. 그의 폭력은 이전처럼 무턱대고 튀어나오지 않았고, 기합처럼 짧고 빠르고 강렬했다.
그런 겐지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지만, 학생이었던 그녀는 성공한 야쿠자를 멀리했다. 하지만 그의 진심은 통했다. 사랑을 얻는 데 성공한 겐지는 조직 간의 세력 다툼 끝에 아끼는 동생을 잃게 된다. 그리고 그 복수로 살인을 저지른다. 그 사건으로 겐지는 교도소에서 14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그가 출옥하자 세상은 진짜를 찾은 것처럼 변해있었다.
야쿠자는 두려움의 대상에서 제거해야 되는 악으로 여겨졌다. 야쿠자에 대한 조례가 만들어지고 야쿠자의 활동은 막혔다. 그리고 야쿠자였던 자들은 야쿠자의 세계를 떠나도 5년 동안 차별대우를 받아 취업도 힘들 만큼 정상생활을 하기가 힘들었다. 겐지는 야쿠자의 세계로 다시 돌아왔지만, 야쿠자 본연의 모습이 완전히 뿌리 뽑히기 직전인 조직의 모습에 허탈했다. 돌아갈 곳이 없어진 겐지는 당황한다. 끝까지 두목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자 했지만, 두목은 떠나기를 권한다. 두목의 바람대로 그는 야쿠자 세계를 떠나,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찾아다닌다. 14년 동안 그에게 남은 것은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기억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찾은 여인은 시청 직원이 되어 있었다. 그를 만난 여자는 놀라면서 피했다. 그녀에게는 지우고 싶은 인연이었다. 더욱이 야쿠자와의 친분은 사회 생활에서 결격사유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겐지의 진심은 통했다. 그의 아이가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겐지는 성실하게 살고자 했다. 가짜를 벗고 진짜를 찾아 나선 것이었다. 그러나 가짜의 가면은 이미 그의 얼굴에 들러붙어 있었다. 그는 스스로 진짜라 여겼던 믿음의 길 끝, 더 이상 헤어 나올 수 없는 곳까지 닿아 있었다. 그는 발버둥 쳤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상황은 악화되어 그의 주변인들에게 불행의 씨앗이 되었다. 공장에서 일을 하던 옛 부하는 겐지 때문에 야쿠자로 밝혀지면서 가족들이 떠났고, 그가 사랑했던 여인은 일자리에서 쫓겨난다.
결국 성공한 겐지는 성공했기에 성공하지 못했다. 어둠의 길 끝에 어둠만이 있었으며, 그것을 벗어나는 길은 그 길 위에 없었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만 세상은 변한다. 우리는 세상의 일부이기에 변할 수밖에 없다. 진짜 같은 가짜로부터 다시 진짜를 찾아 나서는 길은 어쩌면 잘못된 길에서 성공을 찾지 않는 것에서부터 가능해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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