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부귀영화 06화

바닥에서 무엇인가를 건져 올리는 사람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

by 랩기표 labkypy

요타로는 끊임없이 펼쳐지는 고난의 길 위에서 위로받는 방법으로 그 종점을 알고자 하는 노력보다 오늘 하루 더 나아갔다는 믿음을 택했다. 삶의 시작 여부는 내가 선택한 바 없었지만 삶의 전개 방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이 일종의 위안이 되었을까. 그러나 꾸역꾸역 쓴 약을 위장에 밀어 넣듯 삼킨 고난의 날들은 그에게 행복한 결말을 주지 않았다. 아픔은 기쁨으로 치유되지 않았고, 그저 쓸쓸히 사라졌을 뿐이다.


피가 섞이지 않은 오누이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는 시장과 바다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요타로는 공짜로 얻은 창고를 개조한 집에서 산다. 누추하지만 어쩐지 관광지에 어울리는 근사한 모습이다. 좁고 지붕에서는 물이 새지만 낭만적이다. 그 안에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 흐뭇해진다. 그런 그의 집에 고등학생이 된 여동생 카오루가 찾아온다.


요타로와 카오루는 오누이다. 하지만 둘은 피가 섞이지 않았다. 요타로의 엄마와 카오루의 아빠가 만나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 새로운 가족은 트럼펫을 불던 아빠가 한 껏 높이 솟아 오르다 흩어지는 음악처럼 갑자기 사라지면서 깨어졌다. 얼마 후 엄마까지 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요타로와 카오루는 할머니가 계신 엄마의 고향, 어느 외딴섬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곳에서 요타로는 "카오루를 끝까지 지켜달라"는 엄마의 마지막 유언에 책임감을 느끼며 동생을 잘 보살핀다.


요타로는 환경적인 이유로 빨리 성숙해졌다.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그는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일찍부터 조금씩 모아 자신만의 식당을 갖겠다는 목표에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돈을 벌어 공부 잘하는 카오루 뒷바라지를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요타로는 피가 섞이지 않은 동생을 향한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 수도 설명하지도 못했다. 연인에 대한 사랑인지, 동생을 향한 순수한 애정인지 헷갈렸다. 마찬가지, 카오루 또한 오빠를 향한 마음이 오누이의 것인지 님에 대한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직 어렸기에 그것을 분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한 서로에게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서로는 서로의 삶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게 순박하고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 해피엔딩이 찾아올 것만 같았지만, 그 마지막은 쓸쓸하다. 카오루는 오빠 덕분에 원하는 대학에 간다. 요타로는 전망 좋은 바닷가에 식당을 열지만, 사기를 당해 그동안 모았던 돈까지 날린다. 그래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은 요타로였지만, 결국 어린 나이에 과로로 비롯된 병으로 죽는다.


사랑하며 살아간 사람


요타로는 시장에서 농수산물을 배달하며 돈을 모았다. 분주하게 움직이면서도 매일 빠뜨리지 않고 시장 상인들에게 친절과 애정이 담긴 인사를 건넸다. 그는 습관적으로 입을 크게 벌리며 웃는 사람이었다. 마치 불행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다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의 주변인들은 그가 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그를 바라보며 지금 자신이 웃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스스로 되물었을 것이다. 행복과 긍정은 그렇게 전염이 된다.


바닥에서 무언가를 건져 올리는 힘. 요타로는 그런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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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도이 노부히로 감독




©️sce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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