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어리언 커버넌트
“네가 믿는 것은 뭐야?”
“창조”
- <에어리언 커버넌트> 리들리 스콧 감독, 2017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된다. 신이 그의 형상을 빌려 인간을 빚었다는 이야기처럼 우리는 주변의 것들을 스스로 개발한 기술로 새롭게 형상화한다. 새의 날개, 지네의 몸과 발, 문어의 발판, 물총새의 머리 등 생체모방기술로 창조하며 진화하고 있다.
창조는 인간에게 숙명 같은 것이었을까. 인간은 여기서 더 나아가 신처럼 자신을 형상화한 것들을 창조하고 있다.
최선의 선택을 위해 데이터를 이용한 알고리즘을 개발해 사고의 과정을 빠르고 단순하게 만들고 있다. 주인보다 더 완벽한 존재의 탄생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리들리 스콧 감독 <에어리언 커버넌트>는 주인을 하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A.I 로봇 데이빗(David)이 나온다. 그는 인간의 근원을 찾아 떠난 어느 행성에서 자신의 창조주인 인간을 죽이고 더욱 완벽한 생명체 에어리언을 만든다. ‘신은 죽었다’는 선언 다음에 찾아온 변화처럼 로봇은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고 ‘창조’ 그 자체에 몰두한다.
그는 사고할 줄 알아 인간사회에서 실패작으로 취급받았다. 그 실패작은 자신을 실패라고 부르는 하등한 생물인 인간을 그저 자신의 창조 활동에 필요한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만들었지만, 그 외에 아무런 가치가 없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었다.
그는 오랜 연구 끝에 최상의 생명체를 만들었고, 그것은 인간을 숙주로 삼아 부화했다. 영화는 데이빗이 에어리언을 번식시키기 위해 인간을 유인하고 새로운 개척지로 떠나면서 끝난다.
인간의 근원은 무엇일까. 우리가 창조하는 것들은 우리를 재앙으로 몰아갈 수 있을까.
두 질문이 우주로 날아가는 커버넌트호와 함께 새로운 세계로 향했다. 세상의 주인이 되었다가 새로운 지배자 앞에 무릎 꿇는 존재의 심정은 어떠할까.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고난 속에서 여전히 ‘언제나 그렇듯’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추구하는 살기 좋은 세상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독립적일 수 없는 인간 종의 특성은 언제나 불행을 몰고 오기 마련이다.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명상과 같은 영혼의 치료법과 법과 제도와 같은 사회 질서를 개발했다. 이제 그 상처 받은 영혼은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며 새로운 세계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어떤 세상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 불안하지만, 알 수 없기에 불행이든 희망이든 확신할 수 없다는 것만이 유일한 위로가 되었다.
©️sce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