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제로 데이
어느 날, 미국 전역의 전산 시스템이 갑자기 1분간 마비됩니다. 그리고 화면에 단 한 줄의 메시지가 떠오릅니다.
“또다시 일어날 것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이 사태로 3,402명이 목숨을 잃고, 미국 사회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입니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제로 데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정부는 혼란을 수습하려 하지만, 진보와 보수로 나뉜 정치적 갈등 속에서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갈라진 사회의 상처는 점점 더 깊어지고, 곳곳에서 불안과 갈등이 폭발합니다.
바로 이때,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전직 대통령 조지 멀린(로버트 드 니로 분)이 등장합니다. 정계를 은퇴한 그는 조용히 회고록을 집필하며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들은 다시 한번 통합의 리더십을 갈망했고, 그 목소리는 점차 커져갔습니다. 피해 복구 현장을 찾은 멀린은 음모론으로 불안을 조장하는 이들과 그들을 비난하며 갈등을 부추기는 이들 사이에서 외칩니다.
“우리는 미국인이고, 서로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국인일 수 있도록 하는 가치를 지키고 함께 맞서야 합니다.”
그의 이 한마디는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대통령은 사이버 테러의 배후를 밝히기 위해 초법적 기구인 ‘제로 데이 위원회’를 설립하며 그 수장으로 멀린을 지명합니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멀린은 더 큰 난관과 딜레마에 부딪히게 됩니다.
갈등과 풍자, 그 경계에서의 질문
<제로 데이>는 단순한 사이버 테러 스릴러가 아닙니다. 시리즈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정치적 갈등이 어떻게 증폭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냉전시대의 이념 대립이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충돌이었다면, 오늘날의 미국은 진보와 보수라는 두 축으로 나뉘어 서로 맞서고 있습니다. 진보는 평등을 외치고, 보수는 자유를 옹호하지만, 이제는 공익보다는 진영 간의 승리에만 몰두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립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는 선동가들은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대중을 호도하고 세력을 키웁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대화와 토론이며, 다수의 결정에 소수가 양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대화 대신 충돌이, 합의 대신 음모론이 세상을 지배합니다. <제로 데이>는 이러한 현실을 예리하게 풍자하며, 시청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조지 멀린의 딜레마
시리즈의 중심에는 법과 윤리의 경계에 선 조지 멀린이 있습니다. 그는 국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민주주의의 원칙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과연 내가 법을 초월한 권력을 가져도 되는 것인가?”
“민주주의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불법적인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사실을 밝히는 것이 과연 국민과 국가에 도움이 되는가?“
“어쩌면, 그럴듯한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의의 거짓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멀린은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점점 더 위험한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는 미국 사회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입니다.
‘제로 데이’ 이후, 남겨진 질문
시리즈는 결말에 이르러 시청자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반성해야 하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이 질문은 비단 미국만을 향한 것이 아닙니다. 탄핵과 계엄을 경험한 우리에게도 이는 묵직한 화두로 남습니다. 과연 자유와 질서, 진실과 안정을 모두 지킬 수 있을까요? 아니면 언젠가 우리도 조지 멀린과 같은 선택 앞에 서게 될까요?
넷플릭스 <제로 데이>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시대와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작품입니다.
https://youtube.com/shorts/qT-MNE3RzTo?si=fKy9vArIHotQf-N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