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진짜 알아야 할 경제교육
"엄마, 나도 회사 다닐래요!"
아이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더니 한참을 모르겠다고 망설이다가 갑작스레 내뱉은 말이다.
"엄마처럼 돈 버는 회사원이 될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찌릿하면서 실망감이 올라왔다. 내심 우주비행사나 과학자 같은 더 크고 특별한 꿈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을까?
사실 아이가 꿈을 구체적으로 그리기에는 일상 속에서 접하는 직업군이 너무나 한정적이다. 아이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은 선생님, 마트 직원, 그리고 직장인인 엄마 아빠뿐이다. 그런 환경에서 직장인이 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게다가 아이 눈에 "엄마"는 뭐든 쉽게 해결하는 돈 많은 사람이다. 내가 평범한 월급쟁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채 말이다. 용돈을 주고, 아이가 원하는 간식도 쉽게 사주는 엄마의 모습이 '돈이 풍족한 사람' = '회사원'이라는 모습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우리 부부 모두 직장인이니 아이에게 '사업'은 낯선 단어였다. 그런데 며칠 전, "부자 되는 직업"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아이의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다.(3화 내용 참고)
엄마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충격받은 아이는, 이제 사장님이 되고 싶다는 야심 찬 꿈을 품게 되었다.
'마트 사장님'이라는 직업을 듣고 나서는 그 꿈이 더욱 구체화되었다. 사장님은 일하지 않아도 돈을 많이 번다는 말에 매료된 아이는 이제 '아주 큰 마트의 사장님'이 되고 싶다고 당차게 외친다.
아이의 논리는 단순했다.
"사장님이 되면 과자도 젤리도 맘껏 먹을 수 있잖아요!"
평소 마트에서 과자를 딱 하나만 사야 한다는 엄마의 규칙이 늘 아쉬웠던 터였다.
아이의 밝고 천진한 모습이 사랑스럽지만, 사업이 단지 장밋빛 미래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언제나 한쪽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진실을 마주하는 데 늘 늦었던 나의 경험을 떠올리면, 더욱더 현실을 일찍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15년 전쯤 야심 차게 사업을 시작했었고 1여 년을 열심히 달렸지만 작고 초라한 수익에 비해 너무 많은 노동력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것을 깨닫고 고민고민하다 사업을 접었었다.(다행히 손해가 발생한 건 아니다)
돌이켜보니 그게 아마도 마의 구간이었던 것 같다. 그때를 견뎌냈으면 지금 직장인이 아니라 사장님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젊은 혈기로 나름 야심 차게 도전했었다. 지금은 기억이 미화되어 사업을 하는 동안 잘 헤쳐나갔다고 기억하고 있지만, 사업의 기초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쌩초보 사장에겐 쉽지 않은 일이 많았다.
그래서 이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 싸게 팔았을 때 생기는 문제
사업의 기본을 아이에게 쉽게 설명하려고 쿠키 판매를 예로 들었다.
"네가 쿠키를 만들어 팔려고 하는데, 안 팔리면 어떻게 할 거야?"
"그럼 엄청 싸게 팔 거야. 그렇게 많이 팔면 되죠!"
아이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면서도, 동시에 사업의 핵심을 알려주고 싶었다.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무조건 기억해야 하는 핵심 포인트가 있다.
"싸게 파는 건 좋지만, 쿠키를 만드는 데는 재료비도 들고 시간이 필요하잖아? 너무 싸게 팔면 아무리 많이 팔아도 네가 쓴 돈을 채우지 못해서 결국 손해를 볼 수 있어. 적어도 들어간 비용 이상으로 팔아야 성공할 수 있거든."
사업에서는
'수익 분기점'이
중요하다.
장사든 사업이든 간에 항상 지출은 존재한다.
쿠키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쿠키를 만드는 재료인 음식 원재료, 이를 만드는 사람에게 주는 인건비(이건 스스로 일할 경우에도 책정이 필요하다), 쿠키를 파는 공간에 대한 임대료가 항상 필요하다.
싸게 많이 파는 박리다매 구조는 많은 손님을 불러올 순 있지만 경쟁업체가 생기거나 비수기에 들어가게 되면 본인 인건비도 건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사업은 단순히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지출 대비 이익을 고민해야 하는 게임이다.
아무리 많이 팔아도 수익이 없다면 결국 실패로 끝난다.
▶ 경쟁과 차별화
"우리 집 근처의 사과마트와 호박마트를 떠올려 봐. 사과마트는 항상 사람이 많지만, 호박마트는 손님도 적고 물건도 별로잖아. 누가 돈을 더 잘 벌까?"
"사과마트요!"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맞아. 그런데 만약 호박마트가 더 저렴하고 신선한 물건을 판다면? 사과마트 손님들도 그쪽으로 갈 수 있겠지?"
"다른 사람이 너보다 더 맛있거나 더 저렴한 물건을 팔면 사람들이 그쪽으로 가버릴 수도 있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네 물건을 사는 사람이 줄어들고, 사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어."
"사과마트보다 더 장사를 잘하면 되잖아요?"
아이의 마지막 대답이 백번 맞는 말이다.
사업에는 언제나 경쟁이 따른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다른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장점"이 필수다.
그 차별화가 곧 생존의 열쇠다.
▶ 세금과 현실
"그리고 물건을 팔면 세금을 내야 해. 물건값에서 세금을 빼고 나머지가 네 수익이 되는 거야."
"어...? 그럼 다 내가 버는 돈이 아니에요?"
아이는 처음으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실이 아이에게 조금은 씁쓸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를 보호해줘야 하는 국가조차 돈을 요구하니 말이다.
사업의 긍정적인 면도 알려줘야 한다.
"사장님이 되면 좋은 점이 뭐라고 생각해?"
"엄마가 사장님은 일 안 해도 된다고 했잖아요!"
"완전히 일을 안 하는 건 아니야. 대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시간도 내가 조절할 수 있어. 성공하면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고!"
사업의 진정한 매력은 자유에 있다. 하지만 그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직장은 안전하고
사업은 위험할까?
안정적인 직장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꿈이다. 하지만 그 안정감은 때로는 발목을 잡는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직장인으로 살다 보면
안정이란 이름 아래 변화는 멈추고, 심지어 변화를 시도할 용기조차 잃게 된다.
그런데 세상은 어떨까?
세상은 지금도 매 순간 변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트렌드는 바뀌며, 시장은 끊임없이 재편되고 있다.
그 변화 속에서 멈춘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위험이 아닐까?
돈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흐름을 타고 움직인다.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한다면, 우리는 그 돈의 흐름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안전과 위험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사업은 위험하지만, 그 속에는 무한한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
진짜 안전이란 변화의 흐름 속에서 균형을 잡는 능력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 균형을 잡는 건, 직장이든 사업이든 결국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지 않을까?
무수하게 많은 사업의 위험요인들 때문에 "사장님"이 되기를 꺼려한다면 과연 미래에 안전한 사람은 누구일까.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이렇게 진실을 말하면 사업에 대한 두려움에 색안경을 끼진 않을지 걱정이 앞섰지만 괜한 걱정은 접어두기로 했다.
꿈이란 원대할수록 좋지만, 현실과 함께 어우러질 때 더 빛난다.
아이의 꿈이 사장님에서 과학자로, 혹은 다른 모습으로 변할지 모르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설레는 일이다.
진실을 알면서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떤 꿈을 꿀까?
아마도 위험성을 알면서도 젊음을 무기 삼아 사업을 하지 않았을까?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만 보기엔 사업은 너무나 매력적이니까.
아이의 꿈이 날이 가면 갈수록 어떻게 변화되어 갈지 솔직히 너무 기대된다.
★다음 주 목요일 예고
아이도 과소비를?
"돈 잘 쓰는 방법은 대체 뭐죠?"
※사진출처 : https://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