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진짜 알아야 할 경제교육
아이에게 용돈을 주기 시작한 후부터, 쇼핑(?)은 일상이 되었다. 기회만 있으면 친구들과 어울려 편의점이나 무인 아이스크림점이나 문구점에서 쇼핑을 하고 온다. 처음엔 용돈을 쓰는 게 아까운지 쓰지 않고 모으더니, 몇 번의 소비를 경험한 이후 스스로 결정해서 무언가를 사는 즐거움에 푹 빠져버렸다.
탕진하고 다시 모으기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 아이는 돈이 있으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깨달았다. 이제는 생일 선물조차 돈으로 받고 싶다고 할 정도로, 돈의 가치를 스스로 체득하게 된 듯하다.
돈을 잘 다루는 사람으로 되려면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 "돈 잘 쓰는 법"이다.
이제는 아이에게 돈 잘 쓰는 방법을 알려줄 시점이 된 것 같다.
1.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구분할 것
2. 쓸 돈의 우선순위를 정할 것
3. 목표를 설정하고 돈을 쓸 것
아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뽑기.
동그란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어 열어보기 전까지는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장난감들이 아이들의 흥미를 돋운다. 뽑기는 아이들 용돈을 쏙쏙 빼가는 주머니 털이의 주범이다. 통 속에 든 조잡한 장난감이 부모의 눈에는 그저 쓸모없는 물건일지 모르지만, 아이에겐 설렘 가득한 보물이다.
어른이 된 지금 아까운 소비에 불과하지만, 나 역시 저 나이땐 뽑기의 재미에 한 번만 더 하게 해달라고 부모님께 떼를 썼던 것 같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어린 시절 생각에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잔소리를 삼켰다. 눈치 없는 아이는 내일 또 뽑기를 하러 갈 거란다.
사실 용돈은 순전히 아이의 결정에 따라 써야 할 돈이기 때문에 훈수를 둘 순 없지만 소비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뽑기 인형 귀엽네. 그런데 이건 필요해서 산 거야, 아니면 가지고 싶어서 산 거야?"
"음... 가지고 싶어서 산 거야."
"그랬구나. 그런데 내일 또 뽑기를 하면 다음 주 친구 생일 선물은 어떻게 할 거야?"
"음..."
여기서 부모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아이의 소비를 나무라면서 무작정 아껴 쓰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원하는 걸 무조건 사지 말라고 말해선 안 된다.
대신 소비 전에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질문을 알려주자.
'이걸 사지 않으면 정말 안될까?'
'지금 사지 않고 기다리면 더 좋은 걸 살 수 있을까?'
아이에게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은 어떻게 구분될까.
아이의 의식주를 해결해 줄 것들은 대부분 부모가 사주거나 지원해줄 수 있으니 아이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학용품이나 친구 생일선물이 될 거고, '원하는 것'은 장난감, 간식이다.
지금은 장난감 하나를 사는 것이지만, 지금의 소비습관이 어른이 되었을 때 나의 자산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가 용돈을 쓸 때마다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필요와 욕구 안에서 갈등하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아이이기 때문에 아마도 10번의 기회 중에 9번은 욕구가 승리해서 쓸모없지만 원하는 것을 구매하는 소비를 하게 되겠지만, 생각의 기회가 많아지고 이런 경험이 쌓이면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소비자가 될 수 있다.
가격표를 보지 않고 원하는 것을 마음껏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가진 자산이 한정적이기에 어느 정도의 부를 쌓기 전까지는 마음껏 '지르는 소비'를 할 수 없다. 오히려 부자가 되려면 계획 없이 소비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쓸 때는 반드시 우선순위를 정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사고 싶은 물건을 보면 나도 모르게 소비 욕구가 올라오겠지만, 그럴 때마다 아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
'다른 것과 비교했을 때 이게 더 필요한 걸까?'
'같은 돈으로 더 가치 있는 것을 살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 보고 필요성이 높은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자. 결과적으로 "필요한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나머지 돈을 어떻게 쓸지 계획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용돈이 많지 않으니 모든 걸 다 살 순 없어.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선택해야 해.
필요한 것을 먼저 사고, 남은 돈으로 원하는 것을 사는 거야."
그리고 남는 돈으로 아이가 그 무엇을 사더라도 간섭하지 말고 눈을 감아야 한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주고, 그 과정을 함께 지켜봐 주는 것이다.
현명한 소비는 단순히 '절약'이 아니다.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아이가 예산을 배분하고 필요한 것부터 우선적으로 구입하는 습관을 들이면, 이는 평생을 두고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목표를 설정하고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쓰는 데에도 명확한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 없이 무계획적으로 돈을 쓰다 보면 충동구매로 이어지기 쉽다. 반면 소비에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면, 목적에 맞게 돈을 쓸 수 있고 그 소비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느껴진다.
다만 돈에 관한 목표를 세울 때는 실현가능한 단기목표를 세워서 성취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일주일에 고작 2천 원을 용돈으로 받는 아이가 '1억 원 모으기'를 목표로 한다면 절대 실현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목표한 바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요즘 아이는 본인의 용돈을 담을 "예쁜 지갑"을 가지는 게 목표다.
일주일에 받는 용돈이 많지는 않지만, 전부 쓰지 않고 일정 금액을 꾸준히 모은다. 만원이 모이면 함께 시내에 나가 지갑을 고르기로 약속했다. 아이는 용돈을 모으며 지갑에 돈을 담을 날을 상상하며 즐거워한다.
어린 아이라면 '다이소 5천 원 이용권' 획득을 목표로 스티커 채우기 활동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단순히 부모가 사주는 것보다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보상은 아이에게 훨씬 값진 결과물이다. 획득한 다이소 이용권을 들고 가게로 가는 아이의 발걸음이 더욱더 즐거워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생이라면 용돈의 일부를 모아 "기부"를 같이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동시에 뿌듯함을 덤으로 느낄 수 있다.
목표를 정해 소비하면 자신의 재정 상황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이는 재정 관리 능력을 향상하며, 장기적으로 부를 쌓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나아가 어른이 되었을 때도 돈을 모으는 것만큼 돈을 쓰는 데도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는 재정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장기적인 부를 쌓는 습관을 키워준다.
아이에게 용돈을 주고 스스로 쓰게 한다고 해서 경제관념이 저절로 생기리라 기대해서는 안된다. 부모는 올바른 소비의 본보기가 되어주고,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결국, 제대로 돈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경제교육이 아닐까?
현명한 소비는 지금 당장의 욕구를 넘어서 미래의 더 큰 가치를 내다보는 것이다. 아이가 소비의 즐거움과 더불어 절제와 계획의 중요성을 배울 때, 돈을 쓰는 능력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삶을 조율하는 중요한 기술로 자리 잡는다.
궁극적으로 돈을 잘 쓰는 능력은
단순한 소비 관리가 아닌,
자기 통제력과 미래를 설계하는 데
꼭 필요한 삶의 기술이다.
★다음 주 목요일 예고
내 돈을 뺏아가는 나라라니!
"세금, 내 돈을 왜 가져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