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첫차 Dec 15. 2020

존의 컨택트: 그의 용기에 대해

John Was Trying to Contact Aliens (2020)

시작할게요. 신호를 증폭합니다.


존은 그가 스트랫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그것은 그가 30년 넘게 애써온 일이자, 완결되지 않을 평생의 미션이다. 스트랫 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외계의 존재에게 음악을 실어 보낸다. 자기가 독학으로 연구하고 설치해 운용하는 복잡한 장비로, 말하자면 장거리 라디오 방송국을 구현한 셈이다. 평생에 걸친 그의 외계 연구가 UFO에 대한 뚜렷한 정보를 찾아 모으지는 못했지만, 그의 일생은 인터뷰의 소재가 되어 존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게 했다.

사진: IMDb


외계 연구라는 주제를 듣고 내가 먼저 떠올린 것은 관찰과 수집이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할 때 쓰는 방식과 비슷하다. 선입견이라는 위험 부담을 떠안은 채 누군가를 관찰하고, 쉽게 판단하며, 이미 내려진 판단을 증거하는 모든 단서들을 쉬지 않고 수집한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내가 만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한 번도 이해한 적이 없다. 나의 이해는 오해와 오해와 오해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존은 시인의 방식을 택했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희망을 갖고 가장 자기다운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것. 바다에 유리병 편지를 띄워 보내듯 가느다란 희망을 붙드는 것. 그의 장비는 거대하고 위압감을 주지만 그가 그 장비를 통해 실현한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저 멀리 우주에 띄워 보내는 사소한 일이었다. 존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냈다. 그것은 용기다. 괴짜, 찌질이, 루저라는 별명을 견디는 사람은 용감하다.


사진: IMDb


결국 가닿은 거죠.


존은 자신의 미션에 대해 '미지를 찾는 것' '그리고 그게 있다는 걸 믿는 것'이라 말한다. 만약에 내 곁으로 존과 같은 사람이 스치면 나는 그를 따뜻한 눈길로 볼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거다. 필름을 통해 본 존의 삶은 기승전결을 통해 안전하게 이해되지만, 현실에서 타인에 대한 느린 판단과 열린 마음은 위험 요소다. 내게는 타인을 이해할 충분한 시간과 마음의 안전장치가 없다.


그런 내가 단 하나 가진 것이 있다면 이해와 기다림에 대한 동경이다. '소수'는 아픈 단어다. 소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으려 하는 수많은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시선에 노출되어 있다. 존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10대 때 깨달았다고 말한다. 존은 93년도에 존 리트렌타라는 연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운 좋게도, 그를 이해해줄 따뜻하고 세심하고 인내심 있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둘은 어느날 우연히 만나 음악과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가까워졌다.


세상 모든 사람이 찾아 헤매지만, 모두가 발견하지는 못하는 거죠.
저는 운이 좋았어요.


나는 이해받지 못한 채로 자신을 내던지는 당당한 용기에 대해 말하고 싶다. 존은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만의 도구와 언어를 가진 존은 시인이었다. 당신의 언어를 수신할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기다린다고 믿는다.

존의 컨택트: 일생을 바친 탐구. 사람들이 별나다고 생각해도, 그에게는 평생의 꿈이었다. 드디어 소망이 이뤄지는 걸까. 예상했던 결과는 아니지만, 그는 뜻밖의 새로운 발견을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