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과 소바의 나라 일본
종종 외식을 하게 될 때면 아내와 입을 맞추어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어휴..이 놈의 우동, 소바!”
일본의 우동, 소바 유명하다! 안다! 모르지 않는다.
근데 이 놈의 우동과 소바는 이 동네에서도 맛집이고 저 동네에서도 맛집이다.
일본에 살고는 있으나 뼛속까지 조선의 아이덴티티가 흐르는 우리 가족은 음식에는 꽤나 진심인 편인데, 이곳엔 참 외식을 할래도 마땅히 생각나는 메뉴나 맛집이 없는 것이 늘 불만이다.
흔히 일본에 놀러 오는 친구나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일본에 와서 반드시 라멘을 먹고 우동맛집을 한 번은 가며, 스시집과 돈(규)까츠 집이 필수 코스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음, 이해한다. 나 역시 잠시잠깐 여행을 온다면 그와 같은 코스를 나의 여행에 적용할 것 같다.
근데 문제는 이곳에 십몇 년을 살다 보니 그 이상의 먹을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일 수 있겠지만, 동네에 걸어서 이동이 가능한 식당은 우동집과 소바집 뿐이고, 그래 좀 더 가보자 해서 차로 이동을 할래도 반경 2킬로 안에는 이렇다 할 참신한 메뉴를 구비한 식당이 당최 없다!! 십 년째 살고 있는 지금 우리 동네의 이야기다! (이런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후 5회 차 글이 “우리 집이 최고”였다ㅎㅎ)
본래 우동은 카가와현의 사누키 우동이 가장 유명하고 소바는 후쿠이현 혹은 효고현을 대표적인 소바의 고장이라고들 이야기한다.
그런데 도쿄에 살면서 줄 서는 맛집은 메뉴가 뭐야? 하고 물으면 백이면 백 다 우동이고 소바고 라멘이다. 면에 미친 나라다!
면도 한 두 끼지.. 면도 여행 와서 한 두 끼지..
이 동네도 우동, 소바 저 동네도 우동, 소바 밖에 선택지가 없는 외식은 영 달갑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 굳이 굳이 멀고 먼 신오쿠보 혹은 아카사카 까지 시간 들여 이동해 한식을 먹게 된다.
우동과 소바는 배도 안 차고.. 한 그릇 천 몇백 엔씩 주고 먹기 너무 아깝다.
종종 관서지방(오사카, 교토, 고베)으로 출장을 가곤 하는데, 거래처 담당자 혹은 함께 출장길에 오른 동료와 어떤 식사를 할까 하고 이야기할 때 “아 그 유명한 집이 있어요” 하면, 그 역시 우동 아니면 소바였다.
관서뿐만이랴, 큐슈지방으로 출장 가면 하루에 두 끼는 무조건 돈코츠라멘이었다.(돈코츠라멘을 좋아하지만 하루 두 끼는 원치 않는다)
메뉴 선택지가 너무 다양하지 않다고 느끼는 건 나와 우리 가족뿐인가?
일본에 사는 다른 분들은 어떻게들 느끼고 사는지 너무 궁금하다.
연에 한 차례 정도, 한국에 돌아가면 먹을 게 너무 많아 일정이 짧게 느껴질 정도다.
오늘 점심은 감자탕, 저녁은 닭도리탕, 야식은 치킨맥주, 내일은 곱창, 삼겹살, 중화요리, 그다음 날은 칼국수와 분식, 저녁은 코다리찜, 해물탕 등등 먹고 싶은 아니, 먹어야 할 음식들이 너무나도 차고 넘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는데, 먹고 싶은 것들을 한 차례씩 다 맛보려면 금강산 따위는 쳐다볼 시간조차 모자랄 것 같다.
일본인 친구에게 나의 이 고민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진지하게 “まあ、確かにうどんとそばぐらいやな…俺の地元にも人がめっちゃ並ぶうどん屋さんと蕎麦屋さんあるわ!それ以外は、有名とは言えないな・・まあ普通にたまに行くぐらいの定食屋ぐらいかな..” 라고 했다.
(그러게, 진짜 우동이나 소바뿐일지도? 내가 나고 자란 본가가 있는 동네에도 웨이팅 엄청 하는 유명한 맛집은 우동집과 소바집이야! 그 외엔, 뭐 가끔 가는 정식집 정도가 있을까?? 정도의 의역을 해두겠다)
일본인도 이야기하는 메뉴다양성의 부재를 확인한 순간이었다.(물론 N수는 1이지만…)
7월 들어 도쿄는 살인적으로 덥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나도 아내도 저녁을 차리거나 조금이라도 육체의 노동을 요하는 그 어떠한 일도 하고 싶지가 않다 보니 근래에 외식이 잦아졌다.
큰일이다. 오늘 저녁은 또 뭘 먹지…
일본에 사는 십몇 년째 같은 고민을 한다.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숙제.
그냥 굶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