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도 MT를 가지요? 어디서 뭘 하고 노시나요?
내가 MT를 처음 간 건 대학 1학년 때이니 27년이 더 됐다 헐.. 그때는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대성리나 청평유원지에 가서 밤새 술을 먹고 게임을 하고 노래를 하고 놀았었는데 요즘 모습은 어떨까?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다행히 아직 회사라는 조직에서 워크숍이라고 살짝 말만 바꾼 MT와 별 차이 없는 행사들을 따라다니다 얼마 전 오래간만에 제대로 MT다운 MT 맛을 보고 왔다.
지난 금요일 화창한 날씨에 업무 대신 직원들 모두 강원도 양양에서 배낚시를 하려고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을 출발했다. 나는 배멀미를 심하게 해서 낚시대신 낙산사 홍연암 산책을 하며 동해 바다의 푸름을 만끽하고 같이간 직원과 차를 한잔하고 내려왔다. 다행히 낚시조에서 꽤 많은 가자미를 잡아와 기쁜 마음으로 회를 뜨고 장을 봐서 숙소에 들어갔다. 소고기, 돼지고기 BBQ를 해 먹고 가자미회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며 가볍게 맥주한잔 하는 저녁시간 까지는 여느때와 다름없는 시간이었다.
드디어 MT의 하이라이트 오락시간이 돌아왔고 신입사원으로 구성된 MC의 지휘 하에 나는 주류마블?이라는 게임을 난생처음 해봤다. 처음엔 설명을 해줘도 뭐라는 지 이해도 안 되고 그냥 일단 주사위를 던지고 남들 하는 걸 보기로 작정하고 관찰을 시작했다.
주사위를 던져 말을 옮기며 명령에 따라 행동을 해야 한다. 팀 별로 주사위를 던져 적게 나오는 팀이 벌칙으로 술을 마신다거나 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수준이었는데 의외로 외국어 금지 명령이 나오자 무더기로 벌칙자가 속출했다. 우리 팀, 너네 팀, 파이팅, 팀킬, 원샷…의 말을 남발하던 자들이 한잔, 두 잔, 석 잔, 넉 잔 끝없이 벌칙을 받으며 정신 줄을 놓아갔다. 다행히 나는 게임의 룰도 모르고 해서 조용히 관찰이나 하던 덕분에 벌칙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하나, 둘 쓰러져 가는 동료들의 모습이 안쓰러울 뿐이었다.
요즘엔 이렇게도 노는군.. 뭔 게임도 그렇게 다양해졌는지 설명만 듣다 밤샐 판이었다. ' 어쩌다 내가 완전히 노땅이 되어 게임도 따로 공부해야 할 판이니… 쩝… '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젊은 친구들의 트렌드를 따라 웃고 마시며 즐거운 밤을 보냈다. “ 그래,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놀아 보겠어? 나이 들수록 젊은 사람에 끼여 놀아야 젊게 사는거야!! ” 하고 나를 위로하며 1박 2일의 MT를 즐기고 돌아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젊은 친구들의 어리숙한 진행도 귀엽고 평소에 똑똑하던 동료들이 실수를 연발하고 벌칙을 받는 것도 귀엽고 자꾸만 엄마의 눈으로 직원들을 바라보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일부러 무게 잡고 나이 값 하려 한 건 아니지만 게임에 몰입하지 못하고 관찰자가 되는 나를 보며 나의 신체나이, 정신나이, 그리고 유희 나이가 한참 뒤처짐을 인정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모자라 보여도 실수도 많이 하고 악착같이 이겨보려 전투적으로 게임에 참여했어야 하나? 살짝 아쉬움이 남지만 뭐 이젠 내가 이팔청춘이 아니라는 거, 그 옛날 대성리 큰방에서 새내기로 ‘소양강 처녀’를 열창하던 나는 이제 없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MT의 옛 추억은 보내고 새로운 추억을 더하며 일박이일을 잘 보낸걸로 만족하자. 어제의 나는 가버렸지만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내가 된다. 즐기자 오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