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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엽 Jun 18. 2021

<아웃라이어>, 10년이 지나도 늙지 않은 성찰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 그리고 1만 시간의 법칙

<아웃라이어>라는 책이 세상에 나온 지 어언 10년이 넘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한창 말콤 글래드웰에 빠져있었다. <아웃라이어> 뿐만 아니라 <티핑포인트>, <블링크> 등 그의 저서를 다 찾아 읽었고,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그의 새로운 생각에 감탄했다. 


특히 내가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시아인이 왜 수학을 잘하는지에 대해서 언어적으로 접근한 부분이었다. 우리가 숫자를 세고 발음하는 것이 서양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간단하기 때문에 숫자를 접하는 것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언어적 측면의 차이를 통해 이를 설명한 것이다. 그리고 캐나다의 청소년 하키의 예를 들며, 동년배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학생들은 청소년의 하키 클래스를 나누는 기준일에 가장 가깝게 태어난 사람들이 많다. 성장기의 청소년의 경우, 짧은 몇 달 동안의 성장이 큰 차이를 보이곤 한다. 그렇기에 이 기준일에 가깝게 태어난 학생들이 더 늦게 태어난 학생들보다 더 우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언제 태어났는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태어났는지 같이 작으면 작다고 할 수 있는 요소로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웃라이어>에서 유명한 건 바로 '1만 시간의 법칙'이다. 이 책이 나온 이후부터 지금까지 닳도록 접한 단어다. 다른 이들이 강의나 인터뷰, 다른 자기 계발서 등에서 수없이 인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그런 과정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은 정작 그가 책에서 말하는 내용과는 많이 벗어나기 시작했다. ‘어느 분야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즉 1만 시간을 투입하는 그 ' 노력'을 강조하는 식으로 정의 내려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말콤 글래드웰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마냥 ‘노오력’만을 강조하진 않는다. 앞서 아시아인이 수학을 잘하는 것이나 하키에서 생일이 빠른 사람이 더 뛰어난 성적을 내는 것, 이 두 가지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누군가가 두각을 나타내고 재능이 발휘되는 데에는 우연·환경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말하고 있다. 누구나 그냥 1만 시간 동안 노력하면 다 잘할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특히 이 ‘1만 시간’, 이 시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성장하면서 스스로의 힘만으로 그 정도 시간의 연습을 해낼 수는 없다. 특수 프로그램이나 특별한 종류의 기회를 잡아야 그 정도로 연습이 가능하다. 환경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운’에 가깝다. 재능에 환경적인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저자는 책 전체에서 강조하고 있다.


책에 나오는 랭건과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비교는 그것을 잘 보여준다. 랭건은 IQ 195지만 한 분야에서 경지에 이르거나 업적을 쌓지 못하고 평범하게 살고 있는 반면, 오펜하이머는 위대한 과학자로 기억되고 있다. 저자는 둘의 성장환경에서부터 둘의 차이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랭건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자랐고, 성장과정에서 그로 인한 불운이 많았다.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를 지원해줄 수 있는 가정에서 자랐다. 그렇게 엘리트로 자라난 오펜하이머는 대학 시절 교수를 암살하려는 미친 짓을 저질러도 가벼운 징계에 그칠 수 있었다. 하지만 랭건은 그것보다 훨씬 덜한 문제, 심지어 그가 저지르지도, 애초에 잘못되지도 않은, 그저 그의 어머니가 잘 몰라서 재정 지원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것 때문에 장학금을 받지 못했고 그로 인해 삶이 꼬이게 됐다. 삶은 이렇게나 잔인하고 불공평하다.


매우 부유한 집의 자식이었던 빌 게이츠는 10대 시절 그 당시 최첨단 기술이었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사립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그 특별한 기회는 빌 게이츠의 재능과 더해져 그를 현재의 빌 게이츠로 만들었다. 또한 책에선 정반대로 소위 ‘흙수저’ 집안에서 자란 사람의 성공에도 그 당시 사회 환경의 도움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은 특별한 기회와 부자들의 타이밍이 결합돼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태어난 시기도 매우 중요하다. 정신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개인의 성공에 지능이 가장 중요하긴 하나, IQ 130 정도를 넘어서면 그 차이가 심하진 않다. ‘혼자서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말콤 글래드웰이 강조하는 것은 이것이다. 


여기에 더해, 개인적으론 노력도 타고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마이클 조던의 예를 들어보자. 마이클 조던이 최고의 농구선수가 된 것엔 물론 그의 타고난 육체와 골격, 큰 손, 운동능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렇게 신체조건을 타고난 선수들은 꽤 많다. 여기서 (여전히 전세계에서 0.01%의 재능이지만) 평범한 NBA 선수와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차이를 만든 것은 마이클 조던의 엄청난 노력,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승부욕이었다. 마이클 조던의 승부욕은 거의 병적이었다. 선수 시절 그는 누군가가 자신에 대해 트래쉬토크를 하면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에 만난 경기에서 바로 되갚아주곤 했다. 또한 농구 경기 말고도 포커 등의 도박이나 골프로 자신의 넘치는 승부욕을 해소하려고 했다. 그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은퇴하고 나서도 경쟁심과 승부욕이 줄지 않고 그대로라서 힘든 점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누구나 노력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노력할 수 있는 한계는 사람마다 다르다. 


출간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웃라이어>의 핵심 내용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 이 책은 노력만이 대수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환경이 절대적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현재 어떤 환경에 처해 있건,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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