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에서 중요한 세 가지가 있다면, 연봉, 인정받는 업무 능력 그리고 좋은 동료를 꼽을 수 있다. 신입사원때 들은 이야기인데, 셋 중에 하나만이라도 만족한다면 회사 생활 버틸만하다고 선배님들이 이야기해 주셨다. 나는 요즘 셋 다 만족스러우니까 참으로 운이 좋은 것 같다.
본문과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여행스케치
솔직히 나는 셋 중에 마지막 좋은 동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혼자 잘나서 인정받고, 돈 많이 받는다면 너무 외로울 것 같다. 그래서 커리어 중간에 동료 때문에 커리어 패스를 일부 변경한 적도 있다. 회사에서 야심 차게 꾸린 TF에 들어가게 될뻔했지만, 동료들과 관계와 함께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생각해서 거절했다. 그렇다고 한 팀에서만 꾸준히 일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팀을 옮겨가면서도 좋은 동료들을 만나서 외롭지 않게 회사생활을 잘하고 있다.
기분 좋은 자극을 주는 사람
아주 식상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기분 좋은 자극을 주는 사람을 주변에 두는 것이 좋다. 기분 좋은 자극이라는 것은 지적인 깨달음이 될 수도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표정이나 행동,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나 취미와 같이 모든 것을 통틀어서 전달이 될 수 있다. 어떤 특정 사람의 모든 것이 좋게 생각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대화와 생활 속에서 꾸준히 좋은 자극을 주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을 곁에 두면 상큼한 오렌지를 곁에 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함께하는 시간은 약간의 휴식이 되기도 학고, 또 약간의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동료를 내 마음대로 배치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을 내 곁에 두는 방법을 사용해서 노력은 해볼 만하다. 좋은 사람을 내 곁에 두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호감을 표시하는 것이다. 싫어하는 사람 곁에는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당연히 상대방에게 호감을 얻으면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호감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호감을 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감을 받는 기술은 눈을 크게 뜨는 것이다!!
이렇게 계산적으로 인간관계를 가꿔야 하나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내 책상을 꾸미는 것, 좋은 옷을 입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내 옆에 동료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아 가면서까지 인간관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잠깐 생각해 보자. 내가 누구랑 이야기를 하는지. 그 사람과 이야기할 때 내 기분이 어떤지. 그리고 기분 좋은 자극을 주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표현해 보자. 그게 전부다.
배울 수 있는 사람
기분 좋은 자극을 주는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배울 수 있는 사람은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행인 셋 가운데 반드시 스승이 있다는 논어의 가르침이 있긴 하지만, 단순히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넘어서 가까이에서 스승처럼 모시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배울 수 있는 사람은 꼭 선배이거나 나이가 많을 필요가 없고, 성별이 같을 필요도 없고, 같은 일은 하는 사람일 필요도 없다. 함께 일하는 유관부서의 동료일 수도 있고, 자주 마주치는 지원 부서의 동료일 수도 있다. 인격적으로 뛰어나거나 업무적으로 또는 지적으로 훌륭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면에서 훌륭한 사람을 뜻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며, 이런 조건들과 무관하게 배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내가 갖지 못한 상냥한 말투를 갖은 사람, 조용하지만 작은 것까지 남을 꼼꼼하게 배려하는 사람, 허둥지둥 정신없는듯하지만 약속한 것은 꼭 챙겨주는 믿음직스러운 사람 등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조직에서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서로를 통해서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아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통해서 배우고 변하게 된다. 물론, 항상 좋은 방향은 아니지만, 훌륭한 사람은 무리에서 좋은 스승을 찾고 곁에 두고 배운다. 그리고 은연중에 누군가에게 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일이 너무 바빠서 옆에 사람이랑 차 한잔 마실 여유도 없고, 대화도 거의 안 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회사라는 곳은 말 그대로 사람이 모인 곳인데, 힘들게 모인 그 기회를 낭비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사장이 된다면 수다를 적극 권장하겠다. 수다가 경쟁력이라는 배민의 일 잘하는 법,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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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있는 사람
기분 좋은 자극을 주는 사람과 배울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 한 사람의 동료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나의 회사 생활이 뭔가 부족한 것이 아닐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반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뭔가 잘 못된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삶에서 친구라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부모님, 친구, 아내와 같이 내가 믿을 수 있고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은 꼭 필요하다. 우리는 때때로 불완전하며, 우리의 결정 또한 허점 투성이인 경우가 많고, 갑자기 떠오른 판타스틱한 생각도 다시 보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는 종잡을 수 없는 감정 기관을 가지고 있다. 친구는 그럴 때 종종 내가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해주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게도, 지친 마음을 끌어다가 침대에 뉘여 주기도 한다.
아내와 친구가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지만, 회사에서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동료다. 회사에서 복잡한 정치나 이해관계를 떠나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쯤은 꼭 필요하다. 불완전한 나를 도와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회사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도 중요하고, 힘든 하루를 살아낼 때에도 소중한 존재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관계를 만드는 것은 앞에 기분 좋은 자극을 주는 사람을 사귀는 것과 비슷하지만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믿음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마음과 마음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야, 즉 친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겉옷이 아니라 속옷이고, 손가락에 밴드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피부를 열어서 수술을 하는 것과 같기에, 자칫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맺는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시험처럼 점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가려야 하는 일도 아니다. 내 마음의 한 켠을 기꺼이 내 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누군가의 마음에 한 걸음 걸어 들어가야 하는 매우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해 볼 가치가 있으니 용기를 내자.
멀리해야 하는 사람
이쯤 하면, 멀리해야 하는 사람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 사실 이 부분은 그냥 각자의 주관에 맡기고 넘어가고 싶다. 정말 만나기 싫고 가까이하기 싫은 사람도 만나야 하고, 함께 일해야 하는 상황도 많다. 직장에서뿐만이랴, 친구들도 심지어 가족 중에도 가까이 하는 것이 힘든 관계가 있다. 굳이 그런 관계를 친구나 가족, 동료라는 역할 때문에 최선을 다할 필요는 없다. 역할에도 정도의 차이를 두는 것이고, 실전에서 영리하게 관계를 미세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모두와 친할 필요가 없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하지 말고, 모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지 말자. 동료 중에도 가까이 둘 사람과 멀리해야 할 사람이 있고, 냉정하지만 친구와 가족 중에도 거리를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정하거나 부도덕하다고 또는 이기적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생김새나 성격이 모두 다르고, 우리가 앉아 있고 싶은 곳도 기대고 싶은 곳도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자.
관계의 자연스러움을 말하면서도 기분 좋은 자극을 주는 사람, 배울 수 있는 사람, 멀리해야 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기 위해 노력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아니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고 하고 싶다. 귀한 인연을 맞이하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자.
이러나저러나 우리의 삶은 만남의 연속이다. 특히 회사는 사람이 모인 곳이고, 우리는 인생의 절반 정도를 회사에서 보낸다. 부디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길,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회사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