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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소묘 Mar 16. 2023

3. 저도 합평은 처음이라

_합평의 방법과 쓸모

오늘 그 첫 경험이 시작된다.



독서 모임은 여러 해 하고 있지만, 글을 쓰는 모임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낯선 사람들이 하나둘 모임 장소에 들어선다. 매월 2회의 모임을 하고 매회 자신이 쓴 글을 가지고 만나 낭독과 합평을 하기로 했다. 처음 만나는 사이지만 공통분모를 가졌다고 생각하니 낯설지만은 않다. 각자가 준비해 온 글을 복사하여 한 장씩 나눈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색한 일이다. 내 글을 읽어 주는 독자를 가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낭독자의 순서를 정하고 자신의 글을 읽은 후 모임원들의 합평을 듣는 것이 글쓰기 모임의 진행 방법이다.


 내가 낭독할 차례다. 재빠르게 읽어 내려간다. 매끄럽지 않은 문장들이 읽기를 멈춰 서게 한다. 낭독하면 할수록 앞뒤의 내용이 맞지 않는 부분이며, 여러 번 반복되는 단어들이 보인다. 이렇게 가독성이 떨어질 수가. 분명 퇴고를 거쳐서 가져온 글임에도 중언부언 횡설수설하는 문장을 읽고 있자니 얼굴이 붉어진다. 그리고  읽어 내려가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정말이지 낭독을 얼른 마치고만 싶다.


 “선생님, 조금만 천천히 읽어 주세요.” 하며 나를 멈춰 세운다.

 

 글을 소리 내어 읽어 보니 문단의 어색함이나 어순이 맞지 않는 부분이 군데군데 보인다. 분명 여러 번 확인했던 것인데도 또 다른 것이 발견된다. 수정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읽는 내내 그 글을 쓴 내가 처참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여 딱하기도 했고, 결국에는 처연함까지 느껴졌다. 그렇게 3분이 3시간 같았던 낭독을 마치고 내 글에 대한 합평이 시작되었다.


“발걸음이라는 단어가 세 번이나 반복해서 나오네요. 반복되는 단어를 다른 것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관용구처럼 사용하는 문장을 넣으니 글이 식상해졌어요."
“두 가지 소재를 한 글에 쓰다 보니 주제가 흩어져요. 두 개의 글로 분리해보는 건 어때요”
“쉼표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내용을 읽기도 전에 글이 지저분하게 느껴지네요”
“내 경험을 넣어서 설명해 준다면 공감하기 수월할 거 같아요”


합평을 시작하기전에는 내 글에 대한 혹평에 가까울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 시간이 두렵게만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듣다 보니 그 시간 속에 계속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중하고 정성스럽게 내 글에 관해 이야기해 주는 것을 들으며 우리는 글로 만난 동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즈의 마법사'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목적은 각자 다르지만 힘을 합해 서로 도우며 에메랄드 시티를 향해 함께 걷는 도로시와 그 친구들 말이다. 실수투성이인 내 글에 발걸음을 맞춰걸어주는 그들이 고마웠다. 어느 누가 이토록 정성스럽게 내 글로 소통하려 들겠는가. 나는 출발하기도 전에 남의 눈만 의식하여 제자리걸음만하고 있었던 것이다.

합평은 내 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고 타인의 글로써 내 글을 만나게 만드는 장치다.


합평은 스스로 독자가 되는 경험이다.


 장강명 작가의 ‘책 한번 써봅시다/ 한겨레출판’에는 “가끔은 ’나 글 진짜 못 쓰는구나 ‘라고 자학하는 것도 작가의 일이다. 수치심을 무릅쓰고 자기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뒤 피드백을 받아 봐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한 문장을 쓰고 다음 문장을 쓰는 작업과 긴밀히 엮이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라는 내용이 있다.


 타인의 객관적 평가를 통해 성장과 변화하고 그렇게 해야만 수련자에서 무도인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합평은 수련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수련의 과정은 어디에나 필요하다. 가령 테니스는 누구나 칠 수는 있다. 그러나 잘 치기 위해서는 수련이 필요하다. 수련을 통해 순발력을 기르고 감각을 키우고, 기술도 깨우친다. 또 수련을 통해 장점을 찾게 되고, 고유의 스타일도 만든다. 합평은 글쓰기의 수련 과정이다.


그러나 내 글에 대한 합평을 듣다 보면 ‘내게 왜 이러는 거죠?’라며 되묻고 싶기도 하고, 괜한 트집을 잡는 것 같아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 합평 시간은 문제를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시간도,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는 시간도 아니라는 것이다. 내 글을 독자 입장에서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그러기에 합평을 들은 후 퇴고에 참고하여 내가 원하는 수준에서 원고를 수정하면 된다. 도저히 수용하지 못할 부분이라면 과감하게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모두 다 남기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합평을 통해 내 글은 이제 나만의 글이 아닌 타인에게 내보이는 작품으로 거듭나게 된다.


 합평의 최대 장점은 내 글을 읽어 주고 기다려 줄 독자가 있다는 것이며, 그 독자를 위해 기한에 맞춰 정기적으로 글을 생산해 내는 기특한 내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합평이라는 수련을 통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모습은 익숙한 내 모습이 될 것이다.


수련이 더해질수록 단단해지는 나를 떠올려보자.

그것만으로도 합평은 충분히 고마운 존재다.

to be continue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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