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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소묘 Mar 06. 2023

2. 도대체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_글감 찾기와 글쓰기

써야만 한다




글을 써보겠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써야만 한다. 쓰는 모임을 하기로 했으니까. 첫 모임은 다가오고 오늘쯤에는 뭐라도 쓰여있어야 했다. 최대한 미룰 때까지 미루다가 마지막 날 벼락치기를 하는 것이 나의 기본 생활신조인데 이번만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알고 보니 벼락치기도 재료가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정말 닥치는 대로 써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커서가 이렇게나 깜빡임이 빨랐었나? 얼른 쓰라며 나를 재촉하는 것 같아 얄밉다. 서로 눈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 순간 깜박이는 커서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래 나도 쓰고 싶어


그런데 대체 무엇을 써야 할까


 작가들의 글쓰기 안내서를 여러 권 읽은 적이 있다. 소재 찾기에 대한 대부분의 조언은 직업과 관련된 글쓰기를 하라는 것이었다. 매일 겪고 있는 일이고 그나마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라 쓸거리도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점에서 일하며 만나는 책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기로 결심했다. 방문객들을 바라보며 글감을 찾기 시작한다. 목적을 가지고 살펴보니 하나, 둘, 이런 건 어떨까, 그리고 저건, 하며 써 볼만한 단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대화를 유심히 들어보고 주위를 살펴나갔다.


 많은 작가들의 글쓰기 교본이라는 수식어가 화려한 이오덕 선생님의 ‘이오덕의 글쓰기(양철북)’라는 책에는 살아있는 생활의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며 멀리서 찾으려 하지 말고 나의 것을 소중히 여겨 써보기를 권하는 부분이 있다.


‘삶이 있는 글을 쓰자. 삶을 쓰자. 그 삶은 남의 삶이 아닌 나 자신의 삶이다. 지금까지 보잘것없다고 생각하여 덮어 숨기고 멸시해 온 내 것, 우리 것을 다시 찾아내어, 그 가난하고 조그마한 것들을 귀하게 아끼고 드러내어 보이고, 고이 키워 가야 한다. 눈부신 황금으로 빛나는 글의 보물 창고는 먼 어느 나라의 화려한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하늘에 걸린 무지개 너머에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걱정과 한숨과 웃음과 눈물과 고뇌로 얼룩진 우리들 나날의 삶, 나 자신의 삶 속에 있는 것이다._출처: 이오덕의 글쓰기/양철북’


 내 삶 속의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만 같았던 일상의 사소함이 소재가 되어가고 글의 소재를 찾기 위해 작은 일들을 곱씹어 보게 된다. 단순히 글을 써보고자 한 욕구가 일상과 나의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간다.


 겨우겨우 페이지를 채워 나갔다. 목표로 했던 A4 한 장은 채우지 못했다. 그래도 좋았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이 좋았다.


 A4 한 장을 채우는 일은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려면 하나의 단상으로 가능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를 연결하고 끌어가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상에서 글감을 찾고 생각을 심화시키고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을 글로 표현하려 애쓰는 것 그것이 글을 쓰는 과정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모임 첫 번째 날을 무사히 마치고서 곧 다음 글을 쓰기 위해 글감을 찾아 나선다. 주변을 살피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하여 설명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그리고 글의 깊이를 위해 단어와 문장을 수집하는 것도 해야만 한다. 함께 쓰는 사람들이 있기에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힘들 때 위로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한배를 탄 사람이기 때문이다.

함께 한다는 것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중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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