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성”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즉흥성이 재즈의 큰 매력이라고 말하곤 한다. 예상치 못한 리듬으로 음악을 전개하는 재즈는 기존 클래식한 음악에 질린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영화나 연극 또한 마찬가지다. 기존의 클리셰를 비틀어 전개하는 다양성과, 실수를 센스 있는 애드리브로 만회하는 즉흥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신선한 흥미를 끌어낸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이러한 즉흥성은 지향해야 할 하나의 미덕으로 여겨진다.
다만 삶에 있어서는 조금 다르다. 재즈나 연극과는 다르게 인간관계는 몇 시간의 공연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장편의 무대와 같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즉흥적인 행동은 인간관계의 초반에는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즉흥적인 성격은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끌 수 있으며, 상대방을 색다른 경험으로 인도해 준다. 다만 그런 행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상대방을 지치게 만들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전개들이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즉흥적인 사람이 되지 말자라는 말은 아니다.
재즈보다 긴 호흡을 갖고 있는 삶에서 즉흥성은 하나의 큰 흐름이 될 수는 없다. 단, 삶의 재미를 위해서는 조미료와 같은 재즈 한 꼬집은 분명히 필요하다. 계획에 없던 놀라운 경험은 때로는 계획된 편안함보다 더 큰 즐거움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전개가 예상되는 음악은 즐기고 싶지 않듯이,
전개가 예상되는 하루는 살아 보고 싶지 않기에,
오늘도 일상에 재즈 한 꼬집을 넣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