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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구 Oct 31. 2021

운동이 아닌 춤

춤추는 삶을 시작하다

 여유 없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발레는 나에게 있어 춤이라기보단 운동에 가까웠다. 요즘 워낙 다들 자신의 몸을 관리하며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듯이, 나도 그런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 발레를 선택한 것이라고. 

 그도 그럴 것이, 하늘하늘하고 우아해 보이는 발레의 움직임은 일단 시작해보면 생각보다 훨씬 고강도의 근력을 요구하는 동작이 많다. 나 같은 입문자에겐 특히나 유연성보다 기초근력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더 많아서 70분짜리 수업을 다 듣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버리곤 했다.


 인생 처음으로 발레를 배우며 느낀 내 생각들을 기록해둔 것을 다시 읽어보니 나는 발레를 '고강도의 근육운동'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나는 빡세게 운동을 하고 싶어서 발레를 하고 있나? 살면서 이렇게까지 짧은 시간에 많은 땀을 쏟아낸 경험이 처음이기도 하고, 단순히 몸을 위해서 시간을 따로 떼어두는 일도 처음이었다.

 그런데 단순히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건강만을 위해서라면 굳이 발레를 선택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훨씬 효율성이 좋은 다른 운동들이 존재할 텐데, 나는 왜 굳이 발레를 선택했을까.


 일주일에 한 번, 꾸준히 수업을 나간 지 한 달이 되어갈 무렵, 그쯤이 되자 내게 새로운 시야가 열렸다.

 내가 듣는 수업은 매트, 바, 센터의 순서로 진행됐다. 매트에서 기초 근력 운동을 하고 바에서 팔과 다리의 동작들을 배우고 연습한다. 마지막 센터에서는 매트에서 사용해본 근육의 움직임과 바에서 배운 동작들을 종합하여 움직여본다.

 그날은 점프에 팔 동작과 시선을 추가해서 앞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해보는 날이었다. 


 시작하기 전에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동작을 다 같이 연습한다. 그다음에 조별로 순서대로 배운 동작을 해본다. 준비자세를 잡고 시작하면, 온몸을 사용해서 그 작은 공간에서, 학원의 홀 안에서 움직인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 한 번의 움직임을 끝내고 나면 멋쩍음과 부끄러움, 성취감, 낯선 기쁨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참여한 사람 모두가 그러한 듯했다.


 머릿속으론 나름대로 동작을 유려하게 하는 내 모습이 그려지나, 실제로 움직이는 나의 몸은 그야말로 '삐그덕' 거린다. 그 기분이 부끄럽기도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어쨌든 배운 것을 따라 나름의 최선을 다해 내 몸을 움직이는 것이기에 분명한 성취가 있다.

 내 몸을 내 의도대로 움직이는 성취. 그리고 그로부터 나오는 기쁨. 그래서 동작을 마무리하고 나면, 나도 모르게 즐거운 웃음이 터져 나온다. 


 나는 첫 번째 조여서 내 순서가 끝나고 다음번 순서의 사람들의 동작을 살펴봤다. 다음번 조 사람이 준비 자세를 취하고, 음악에 맞춰 팔과 다리를 움직여 이쪽에서 저쪽 방향을 향해 이동한다. 

 왼발 오른발 오른팔 왼팔, 부드럽게 움직임을 이어나간다. 

 사람의 몸이 지면에서 잠시 공중으로 떠올랐다 내려가기를 짧게 반복한다. 

 작은 점프와 점프, 움직임과 움직임이 이어져 이편에서 저편으로 건너간다. 

 예쁘다. 

 머릿속에 그 단어가 떠올랐다. 


 프로 발레단의 단련된 몸짓이 아닌, 나랑 같이 기초 발레를 배우고 있는 사람의, 서툴지만 즐거움이 묻어나는 그 동작을 보는데, 참 예뻤다. 


 이래서 발레는 그냥 운동이 아니라 춤이구나. 

 이래서 발레를 하는구나. 

 발레는 예쁘구나. 


 누군가의 시선에는 내 동작도 그렇게 보이려나?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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