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더울 것으로 '보여진다'고요?

일본말투, 이것만이라도 쓰지 말자

by 김보영

헷갈리기 쉬운 자동사 '-지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접미사 '-지다'입니다. 이는 이중 피동과 다릅니다.


'-지다'는 동사나 형용사 뒤에 붙어 '어떤 상태로 변하다'는 뜻을 갖는 자동사를 만들기도 합니다. 주로 '날씨가 밝아지다', '강물이 깊어지다'처럼 어떤 것에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 변화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나타낼 때 씁니다.






이중 피동 '-지다'


우리말에서 입음 움직씨(피동사)는 남의 행동을 입게 되거나 영향을 받는 것을 뜻합니다. 보통 '보이다', '물리다', '먹히다', '안기다'처럼 동사에 '-이, -히, -리, -기-'가 붙거나, '-되다'가 붙는 형태로 씁니다.


그런데 많은 글에서 '보여지다', '먹혀지다', '안겨지다'처럼 이미 입음 꼴인 동사에 다시 '-어지다'를 덧붙인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본디 우리 말법에 걸맞지 않은 표현이며, 일본 말투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 일본 말투는 글 쓰는 나를 '스스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것이나 사람에 의해 되는 사람으로' 만듭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글을 썼다"하면 글을 쓰는 주체가 '나'인 것이 또렷하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글이 써지게 됐다"하면 뜻이 흐려지는 것입니다.


하여간에 번역문을 보면 이렇게 쓴 글이 참 많습니다. 잘못 쓴 번역문이 눈에 익으면 또 그렇게 쓰게 되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나는 내가 하는 말과 글에 따라 나라는 사람도 흐리거나 맑게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예문 몇 개를 고쳐보겠습니다.




예문


ㄱ. 발달 과제완수되어지는 시점이

(→ 과제를 마치는 때가)


ㄴ. 내일도 더울 것으로 보여집니다.

(→ 보입니다.)


ㄷ. 문헌 고찰을 통하여 세워진 이론적 모델을 통하여

(→ 문헌을 깊이 살펴보고 세운 이론 모델로)


예문 ㄷ에서 '통(通)'은 '통하다'는 뜻인데, 한자말투입니다. 이는 보통 우리말 '-으로/-로'하고 고치면 됩니다. 이와 비슷하게 쓰는 한자말로 '향(向)하다'가 있습니다. 이것은 '-쪽으로' 또는 '-으로' 하고 고쳐 써야 합니다. (예: 집으로 향하다→ 집 쪽으로 가다, 집으로 가다)


'너를 향한 내 마음'은 오래 굳은 표현이긴 하나, '네게 보내는 내 마음' 정도로 고치는 노력도 해봄직하다고 생각합니다.


ㄹ. 서로 관계가 맺어지는 모든 과정이나)

(→ 관계를 맺는(이루는) )


ㅁ. 다른 생명과의 조화를 만들어지는 모습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 다른 생명과 어우러지는 모습에 )


ㅂ.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궁금해지게 되면 일기를 써봅니다.

(→ 궁금하면 / '고민이 되면'이라 해야 더 자연스럽겠죠. )





정말 만만하지 않은 날씨네요. 부지런히 머리 쓰고 글 쓰고, 몸도 써보는데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길지도 않은데 흐리멍덩한 채로 쓴 글이라 영 내키지가 않네요. 그래도 되도록 연재 날짜를 지키겠다고 다짐했으니 그대로 올립니다. 이 무더위, 모두 잘 이겨내고 있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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