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죽어가고 있다.
어린 벼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분수대에서 나오는 물과 햇살을 흠뻑 받아먹으며 네모난 판을 촘촘히 메웠다. 그래서인지 맹꽁이며 지렁이, 달팽이가 그 속에 숨어들었다.
오래 가지는 않았다. 며칠 뒤 삼 남매가 와서 벼가 심긴 판들을 화물차에 실었기 때문이다. 그 속에 있던 것들이 폴짝 뛰어 도망치기도 했지만 딸려 가는 게 더 많았다. 운이 나쁘면 지성이의 놀잇감이 되기도 했다. 지성이는 나뭇가지로 녀석들이 가는 길을 가로막거나 과감히 집어 들고 큰 소리로 웃었다.
“아이고 지성아, 징그럽지도 않냐! 놔둬라.”
엄마가 네모 판 아래 깔았던 부직포를 돌돌 말면서 말했다.
행여나 지성이가 통통한 지렁이로 놀랠까 봐 겁먹은 눈치였다. 지성이는 나뭇가지에 지렁이를 걸고 슬그머니 엄마 옆에 붙어 앉았다.
“할머니, 작년에 제가 할아버지랑 이앙기를 같이 탔잖아요.”
“옴마야! 할머니 심장 마비 온다. 얼른 절로 던져버려야!”
지성이는 펄쩍 뛰며 한바탕 웃고는 지렁이를 덤불 쪽으로 휙 던졌다.
“그러니까 할머니, 얘기를 계속하자면요, 가끔 논바닥에 눕거나 둥둥 뜨는 모가 있거든요. 그런 건 막대기로 뿌리 쪽을 찔러서 논바닥에 심어야 하는데요, 음… 오늘은 그걸 누가 할까요?”
“우리 지성이가 농사꾼이 다 됐네. 이모가 할아버지 옆에 딱 붙어서 잘하고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제발 모자 좀 쓰세요. 시커멓게 타게 생겼습니다.”
지성이는 반질반질한 자기 머리 위에 손을 얹어 봤다. 모자를 어디 뒀는지 까먹은 게 틀림없었다.
“하긴, 엄마가 할아버지랑 이모는 콤비라고 했어요. 말하지 않아도 서로 다 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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