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낳고보니 꿈이엄마
Jun 23. 2021
방법 10.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1장. 신생아부터 말문이 트일 때까지 말걸기
방법 10.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이건 지금까지의 방법들에 비해서는 적용에 있어 생각이 좀 필요한 부분일 수 있고 가장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라 생각된다.
쉬운 접근부터 몇 가지 적어 본다.
- 숟가락을 쥐어주며 수저라고 말하지 않는다.
- 머리를 빗어주며 머리카락 빗자라고 말한다.
- 물을 먹자보다는 물을 마시자라고 말한다.
머리를 빗자고 하거나 물을 먹자라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지만, 어휘를 익힐 때는 정확한 단어와 그 쓰임을 함께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렇게 단어를 바꿔 쓰는 것이 머리카락이 머리와 다르며 액체에는 마시다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저절로 배울 수 있다고 본다.
또 다른 예시를 들어보자
- 문을 당기자, 열렸다! / 문을 밀자, 열렸다! / 창문을 올리자, 열렸다! / 창문을 내리자, 열렸다!
대문, 창문, 서랍장 문, 찬장 문, 방문, 자동차 문 등 다양한 문을 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그래서 '문 열자'라고만 말하면, 첫째, 이 문을 어떤 방법으로 여는 것인지를 알려주지 못하는 것이 되고, 둘째, 아이가 하는 행동 자체의 정확한 동사를 알려주기 힘들게 된다. 문을 당겨서 여는 경우 '당긴다'가 움직임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고 '열다'라는 동사는 다른 여러 가지 방법으로도 여는 것을 포함할 수 있는 좀 더 추상적인 설명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열다'라는 단어도 틀리지 않으므로 '문을 당기고 그 결과 열렸다~'라는 의미로 '열다'라는 단어를 언급하거나, '문을 당겨서 열자'라고 덧붙여 준다.
'설거지한다'나 '청소한다' 이런 동사들도 마찬가지이다. 부엌일을 하고 있을 때 아래에서 목 빠지게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를 보며 '엄마 설거지해~'라고만 말하기보다는 '엄마 그릇 씻어요~ 설거지하네~'라고 말해왔다. 이를 통해 행위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고 '설거지'라는 단어도 익힐 수 있다(아이를 잠깐 들어서 실제로 그릇 씻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욱 좋다). 청소의 경우는 '바닥을 쓴다, 물건을 정리한다, 바닥을 닦는다, 청소기를 돌린다' 등 많은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아이가 현재 보고 있는 그 장면의 행위를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뒤에 청소한다 라고 덧붙여주면 좋다.
이렇게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기'란 현재 아이의 시점에서 바라보거나 아이가 특정 순간 어떤 행위를 하고 있을 때 이를 행동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해서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어떤 단어는 옳고 어떤 단어는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라, 주로 시각적 자극을 통해 모방을 하며 세상을 배워가는 아기가 빠르게 어휘를 습득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적으로 쓰는 많은 단어들이 추상적이거나 범용례적 또는 함축적인 경우도 많아서 아이가 말문이 트이고 난 뒤에 말해주면 더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항상 고민하며 느낀다. 오늘도 아이 앞에서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