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와의 신뢰다
– 챗GPT부터 친구탭 롤백까지, 카카오톡 개편의 명암
카카오톡은 2025년 9월, 챗GPT 탑재와 함께 인공지능 중심의 대대적인 개편을 발표하며 ‘AI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만에 핵심 개편 요소 중 하나였던 ‘친구탭 피드형 개편’을 철회하게 됐다. 기술은 진화했지만, 사용자와의 소통은 부족했다. 이번 개편은 AI 기반 기술 혁신과 사용자 경험 간 충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다.
카카오는 오픈AI와의 협업을 통해 챗GPT(GPT-5)를 카카오톡 내에 직접 탑재하며, 별도 앱 설치 없이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챗GPT는 검색, 이미지 생성, 문서 작성뿐 아니라 카카오 생태계 서비스(카카오맵, 선물하기, 멜론 등)와도 연동되며, 사용자 요청에 맞는 정보나 콘텐츠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카카오 에이전트’ 형태로 작동한다.
또한 자체 AI 모델인 ‘카나나 나노’를 탑재한 온디바이스 AI 서비스 ‘카나나 in 카톡’도 다음 달 중순부터 베타 테스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AI는 사용자의 대화 맥락을 파악해 먼저 메시지를 보내 일정 추천, 검색, 상품 제안 등을 수행하는 개인 비서형 기능을 구현한다.
하지만 AI 혁신과 함께 도입된 친구탭 피드형 UI 개편은 엄청난 반발을 초래했다. 사용자들은 인스타그램처럼 바뀐 인터페이스에서 친구의 게시물이 강제 노출되고 광고가 과도하게 삽입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는 "원래대로 돌려달라", "사생활 침해 수준", "광고 때문에 불쾌하다"는 1점 리뷰가 쇄도했다.
카카오 경영진은 사용자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정신아 대표는 “폰트 하나만 바뀌어도 민원이 온다”고 밝히며 일시적인 반발을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실제 여론은 그 수준을 넘어섰다. 결국 카카오는 친구탭을 기존 전화번호 기반 목록 방식으로 되돌리고, 피드 기능은 ‘소식’ 탭에 선택적으로 접근 가능하게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가 감행한 이번 개편은 단순한 기능 변경이 아니라 ‘수익성 중심의 AI 슈퍼앱 전환’이라는 전략적 결정이었다. 광고를 위한 피드 스크롤 구조, 숏폼 도입, 메시지 기반 광고 확장 등은 플랫폼 체류시간을 늘리려는 목적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사용자는 그런 의도를 정확히 읽어냈고, 반응은 냉정했다.
또한 카카오는 오픈AI와의 협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받고 있다. MCP(모델 콘텍스트 프로토콜) 구축, 자체 AI 모델 강화 없이 외부 기술에 의존할 경우 장기적 생태계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
AI 기술은 이미 대중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카카오톡에서 대화하듯 명령을 내리고, AI가 추천하는 상품이나 음악, 일정 제안을 받아들이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진화는 사용자 경험과의 조화를 이룰 때만 진정한 ‘혁신’이 된다.
카카오톡의 이번 개편은 **"AI를 더 잘 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왜 쓰고 싶지 않아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임을 보여준다. 고도화된 기능보다 기본적인 신뢰와 사용 편의성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카톡으로 챗GPT를 쓴다’는 말은 분명 흥미롭다. 그러나 그것이 ‘광고로 도배된 AI 피드’를 의미하게 된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외면당할 수 있다. 국민 메신저로서 카카오가 회복해야 할 것은 기능이 아니라 태도다.
이번 개편은 AI 기술 도입의 교훈이자, 플랫폼이 지켜야 할 책임의 기준점을 다시 세우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진짜 AI 혁신은 사용자의 불만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그것이 곧 ‘국민 메신저’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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