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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에게 받은 상처, '시블링 트라우마'의 진실

by 따뜻한꼰대 록키박

용어: 시블링 트라우마(Sibling Trauma)


용어의 정의

시블링 트라우마는 형제자매 간의 갈등, 정서적 학대, 신체적 폭력 또는 지속적인 비교와 차별 등에서 비롯된 심리적 외상을 의미한다. 이 외상은 단순한 유년기의 성장통으로 간주되기 쉬우나, 실상은 개인의 정체성과 자존감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아동기에서 성인기까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심리적 후유증을 남긴다. 형제자매 관계는 흔히 사랑과 연대의 상징으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부모의 편애, 무관심, 방임 속에서 아이들 간의 경쟁과 갈등이 정서적 상처로 고착되는 경우가 많다. 반복적인 비교와 서열화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 불안장애, 자존감 저하, 사회적 고립감 등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부모가 갈등을 방치하거나 특정 자녀에게 감정적으로 편중된 태도를 보일 경우, 이러한 트라우마는 더욱 심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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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활용분야

심리상담: 아동기 트라우마의 발견과 회복, 개인 내면의 갈등 조정

가족치료: 가족 내 역할 재정립 및 건강한 소통 방식 교육

정신건강의학: 시블링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질환(PTSD, 불안, 우울 등) 치료

아동복지: 형제자매 간 정서적·신체적 학대 예방 및 조기 개입 프로그램 개발

교육심리: 또래 및 형제자매 간 비교에 대한 교내 심리 지도의 적용

사회복지: 가정 내 폭력 및 방임 사례에 대한 개입과 복지 정책 설계

법률상담: 아동권리 보호 및 학대 정황에 대한 법적 판단 지원

연구분석: 가족구성원 간 상호작용 및 정서적 외상에 대한 학문적 연구

부모교육: 양육의 공정성과 자녀 간 갈등 중재 역량 향상

청소년상담: 형제 갈등으로 인한 정체성 혼란과 심리적 위기 개입


주요 활용사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대상 심리상담 중 약 12%가 형제자매 간 갈등에서 비롯된 심리적 어려움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컨대, A군(15세)은 형으로부터 지속적인 언어폭력과 부모의 편애 속에서 비교당하며 성장해왔다. 이러한 환경은 A군에게 깊은 상실감과 좌절을 유발했고, 결국 우울증과 자해 충동이라는 극단적인 정서 반응으로 이어졌다. A군은 전문 상담을 통해 형제 관계에서 받은 심리적 상처뿐 아니라, 부모의 방임이 이러한 외상을 강화시켰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후 가족치료와 개별 심리상담을 병행하며 점진적으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감정 조절 능력을 키워갔다. 최근에는 형제자매 간의 정서적 학대나 무시도 하나의 독립된 외상 범주로 다뤄지며, 이를 치료하기 위한 전문 프로그램과 조기 개입 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초기 대응이 빠를수록 회복 가능성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시블링 트라우마, 존재의 불안을 드러내는 거울

형제자매 간 갈등은 종종 단순한 다툼이나 경쟁으로 여겨지며 가볍게 치부되곤 한다. 그러나 특정한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비교, 질투, 배제, 감정 억제 등은 단순한 성장 과정이 아닌 깊은 정서적 상흔을 남기는 심리적 외상이 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블링 트라우마는 발생한다. 아이는 ‘엄마의 유일한 존재’였던 자리를 동생에게 내주며, 사랑받던 중심에서 밀려나는 경험을 한다. 감정 표현보다는 인내를 강요받고, 동생을 보살피는 작은 부모 역할을 떠맡은 아이는 내면의 욕구와 감정을 억누르며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정서 구조는 성인이 되어서도 반복된다. 직장에서 후배나 동료가 내 자리를 위협한다고 느끼거나, 친구의 성공이 곧 내 실패로 인식되는 감정은 바로 이 시블링 트라우마의 연장선에 있다.

이 외상은 단순한 혈연 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또래, 동년배, 직장 동료, 사회적 관계 속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반복되며 새로운 트라우마를 생성해낸다. 정신분석학자 줄리엣 미첼은 시블링 트라우마를 ‘타자의 등장에 따른 존재의 위협’으로 정의하면서, 이는 가족의 문제를 넘어 사회 구조 속에서도 빈번히 재현된다고 설명한다. 첫째 아이는 동생에게 사랑을 빼앗기는 경험을 하며, 막내는 항상 비교 대상이 되며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진다. 외동 역시 상상 속 경쟁자와의 비교로 인해 정서적 외상을 경험하게 된다.

더 나아가 시블링 트라우마는 사회적 불안과 경쟁의 원형이 된다. ‘같은 나이에 저 사람은 승진했는데’, ‘함께 시작했지만 나만 뒤처진 것 같다’는 감정은 또 다른 형태의 시블링 구조로 작동한다. 현대사회는 이처럼 나와 닮은 타자들 속에서 끊임없는 비교와 자기검열을 유도하며, 경쟁과 불안을 일상화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 불안을 ‘차이’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심리적 유연성이다. 모든 관계는 균형의 위태로움을 내포하고 있으며, 차이는 결코 실패나 배제의 증거가 아니라는 이해가 필요하다.

‘형제처럼’, ‘가족처럼’이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유대감을 의미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서열과 비교, 그리고 감정적 상처의 반복을 뜻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 표현들이 가진 상징성과 그림자를 함께 인식할 때, 비로소 더 성숙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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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유를 위한 외부의 노력 (가족·주변인·상담 전문가)

● 정서적 경험을 ‘정당한 상처’로 인정해주기

시블링 트라우마는 종종 “형제끼리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로 가볍게 무시된다. 그러나 당사자가 받은 상처는 실제이며, 기억에 각인된 감정이다. 이를 진심으로 인정해주는 주변인의 태도가 회복의 첫걸음이다.

● 부모나 보호자의 역할 재정립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부모는 편애나 방임의 흔적이 있었다면 그것을 회피하지 말고 직면해야 한다. 자녀 간 공평한 지지를 제공하고,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거나 해명하는 노력이 치유의 기반이 된다.

● 심리 상담 및 가족 치료 병행

전문적인 상담은 시블링 트라우마의 원인과 영향을 구조화해 인식하도록 돕는다. 개인 상담은 자기 이해와 감정 정리에 초점을 맞추고, 가족 치료는 관계 회복과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을 형성하는 데 효과적이다.

● 경쟁보다 협력 중심의 문화 만들기

비교와 서열 대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강점을 존중하는 가정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소한 갈등 상황도 비교가 아닌 공감으로 접근해야 한다.


2. 당사자가 갖추어야 할 자세

● ‘상처’를 외면하지 말고 인정하기

“내가 너무 예민했나?”, “다 나약해서 그런가?”와 같은 자기비하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자가 치유의 시작이다.

● 과거의 서사에서 자신을 분리해보기

과거 형제자매 관계 속 ‘수동적 피해자’로서의 자신을 계속해서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인식하고 현재의 나와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 현재의 관계에 불필요하게 투사하지 않기

동료, 친구, 연인 등 새로운 인간관계에 과거의 상처를 자동적으로 투사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감정을 분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비교나 질투가 올라올 때 감정의 뿌리를 되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솔직해지기

억눌러온 분노, 질투, 서운함을 말로 꺼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일기, 글쓰기, 미술치료 등 비언어적 방식도 감정 정리에 효과적이다.

● ‘나 자신’의 기준을 재정립하기

타인의 성취나 존재가 내 가치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비교 아닌 자율적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훈련이 자존감 회복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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