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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의미

여행의 의미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많이 걸어서 힘들고 걷는 게 익숙해져 버려 쉬지 않고 다니다 보면 허리며 종아리가 당겨 한동안 누워있어야 한다.

감탄을 할 만한 풍경 앞에 서는 것보다 수수한 거리에서 그들의 삶을 잠시 엿보는 것이 더 궁금하고 그러고 싶어 또 거리를 헤맨다.

밖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한참 후에 눈에 익숙해지면 경계를 풀듯 가져간 두꺼운 책을 꺼낸다.

평소 같았으면 지겨웠을 무겁고 어려운 문장들이 천천히 읽히고 그려지고, 가끔은 깊은 곳에 내려와 머문다. 

그러다 내 마음에 흩어져 있는 문장들을 모아 메모를 한다.     


여행을 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이 어떤 상관이 있는지 잘 설명할 수 없지만 글을 쓰고 나서야 여행이 비로써 온전해짐을 깨닫는다.

돌아오는 길에 남은 돈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리는 것처럼 남긴 메모가 얼마나 되는지 둘러보는 것은 여행의 중요한 의식이다.     


오랫동안 돌보지 않아 잎이 말라죽은 게 아닌가 싶은 화분을 싱크대에 푹 담가 두었다.

급하게 바스스 소리를 내며 물을 빨아드리는 걸 보고 있으면 미안하기도 하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행은 마치 말라버린 화분을 물에 담아두는 것과 같다.

서서히 죽어 버려도 알 수 없었을 메마른 인생을 깊은 사유 속으로 던져두는 것이다.

결코 화려하거나 유별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숨 쉬는 행위이며 나를 살리는 행위이다.     


나도 설명하지 못하는 ‘끌림’이 나를 몰아세우고 나로 떠나게 한다.

그것이 내 인생에 있어 ‘여행’이라는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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